일상

집에 오는 길

방바닥 2006. 11. 2. 23:19
 빗방울이 약해진 틈을 타서 가방을 챙겼다. 먼 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를 맞고 갈 정도의 거리는 아니었기에 평소보다는 약간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자리를 반납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3개가 끝이 났고 남은 것은 세 개. 비록 세 개의 시험이 모두 끝나는 주, 그 다음주 부터 다시금 2차 시험이 뻐끔거리는 어항 속 붕어 마냥 아가리를 벌리고 있긴 하겠지만 당장 발등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불을 끈다는 생각 만으로도 잠시 설레고 심지어 기쁘기까지 하다.
후드티의 모자를 뒤집어 쓰고 음악을 들으며 걸었다. 시험이 끝난 것처럼 보이는 문과생들은 비가 오는데도, 이 늦은 시각까지도 삼삼오오 휘청거린다. 그나마 나는 낫다. 화공과는 이제 시험이 시작이다.
노래 한 곡을 들으면 집에 도착한다. 터벅터벅. 하루의 마감. 비록 화요일, 수요일, 즐겁게 맞이해야 할 시험의 압박이 한층 더 나를 반기지만 한 발, 한 발 앞으로 내딛으며 조용히 걸어가는 이 길을 나는 좋아한다. 단순히 길이 아닌, on the way를 좋아하는지도 모르지만.
마음이 편하다. 잠깐이지만 하루의 피로가 가시는 기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복학 두 학기가 흘러가고 있고, 그렇게 또 적응해 가고 있었다.

2006.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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