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철계 가족

방바닥 2008. 10. 8. 22:24
 철과 탄소가 결합해 대대손손, 오순도순 살아오던 철계 가족은 오스테나이트에 이르러 그 이름을 널리 떨치기 시작했다. 오스테나이트에게는 세 명의 자식이 있었는데 첫째인 펄라이트, 둘째 베이나이트, 그리고 막내는 마르텐사이트라 불리었다. 세 명의 자식은 그 이름만큼이나 각기 독특한 성격을 자랑했는데 진주조개처럼 번쩍 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첫째 펄라이트는 온 몸에 검은색, 흰색의 주름이 편상으로 존재한 특이한 친구였다. 어머니인 오스테나이트는 첫 아이인 펄라이트를 낳으며 오랜 산통을 겪었고 결국 꽤 오랜시간에 걸쳐 병원에 누워 있어야 했다. 허나 아이도 한번은 연습이라고 둘째인 베이나이트는 그보다 빠른 시간내에 큰 산통 없이 낳았으며 막내인 마르텐사이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낳을 수 있었다.
 펄라이트는 첫째 답게 강하고 단단한 성격을 자랑한다. 첫째라는 책임감 때문인지 고집은 조금 있는 편이기에 부드러운 면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래도 어딜가도 빠지지 않을 정도의 좋은 성격을 갖고 있다. 둘째인 베이나이트는 사이에 껴 있는 중간자적 역할 때문인지 조금 성격이 부드러운 편이다. 가끔 다소 강한 면모를 보이며 형인 펄라이트를 압도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지금 자신의 자리에 충실한 존재다. 막내인 마르텐사이트는 '아이고 우리 귀여운 새끼' 라는 막내의 성질을 그대로 갖고 태어났다. 하도 오냐오냐 하며 키워서인지 독불장군 고집불통이다. 형인 펄라이트와 베이나이트가 아무리 버릇을 고쳐 놓으려 애써도 그의 강한 성격은 형들도 어찌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래도 막내는 막내. 여리고 어린 마음 때문인지 강한척은 하지만 속은 무척이나 깨지기 쉬운, 약한 존재이기도 하다. 요즘엔 템퍼링 선생님의 지도로 강한 성격은 많이 죽이고 부드러운 인성 신장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후문이다.
 인간과 다를 것이 하나 없는 '철'. 이래서, 자연은 신비롭다는 것인가, 아니면 너무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일까. 지구의 많은 과학자들이 "모든 법칙을 식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 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하던데 잠깐 드는 생각으로는 우리의 삶 그 자체가 바로 우주의 법칙이 아닐까 싶다. 식으로 옮기면, 우주 = 삶. 간단하고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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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나이트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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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텐사이트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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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라이트 조직


(추가) 철과 탄소의 합금인 Fe3C는 오스테나이트화에서 서냉, 공냉, 급냉할 경우 각기 다른 상을 나타내는데 서냉 할 경우 펄라이트조직이, 공냉 할 경우 베이나이트 조직이, 급냉 할 경우 마르텐사이트 조직이 나타난다. 펄라이트의 경우 강하고 단단하면서도 인성이 존재하며 마르텐사이트는 무확산 변태로서 높은 경도를 갖는 대신 취성이 존재하여 잘 깨진다. 반면 베이나이트는 양 쪽의 중간적 성질을 갖고 있으며 현미경으로 보지 않으면 조직을 쉽게 관찰하기가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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