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첫 눈

방바닥 2007. 11. 23. 00:09
  공기 중에 존재하는 수증기나 물 입자는 기온이 0도 이하로 떨어짐에  따라 결정으로 응고(?)가 된다. 남, 북극의 두터운 얼음층과 빙하층은 오랜 기간 눈이 쌓여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이번 상평형 1차 시험에서 어려운 유도식을 모두 풀어놓고도 예를 제시하지 않아 7점 문제 중 3점인가 4점이 깎였는데 그 예가 바로 Heterogeneous nucleation 의 실생활 예를 쓰는 것이었다. 하여튼, 수증기를 포함하고 있는 습한 공기에 있는 미세물질들이 이런 응결 과정을 도우는 역할을 한다.
 눈의 종류도 여러가지다. 가루처럼 내린다는 가루눈, 비와 함께 내려 비인지 눈인지, 하여튼 맞으면 기분이 나쁜 진눈깨비, 잘 뭉치지 않아 눈싸움 할 맛이 나지 않는 싸락눈, 그리고 눈이 내린다 하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함박눈까지. 어떤 눈이 되었든 '눈이 내리는 장면' 을 보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기도 하고 차분하게 만들기도 하고 잊었던 지난 사랑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쓸데없이 술 한잔 기울이게 하기도 한다.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통계 조사 결과 눈 오는 날 여성들의 마인드는 조금 더 감성적으로 변하며 따라서 이때 사랑 고백을 하면 성공할 확률이 맑은 날 밤이나 비 오는 날 밤 보다 더 높다고 한다(들은 얘기임).
 수업시간에 임교수님은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셨다. '첫 눈' 을 어떻게 영어로 표현할까. 누가 영강 아니랄까봐, 하지만 교수님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이 올 1월에도 분명 눈은 내렸기에 '첫 눈' 이라는 표현은 약간 논리적으로는 모순이 있다. 그래도 어떠랴. 첫눈은 첫눈인데.
 지난 월요일,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첫눈이 서울 지역을 강타했다. 올 1월에 내린 눈도 분명 올 해의 첫 눈이라 할수 있겠지만 월요일에 내린 눈을 첫눈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의의를 달 한국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 하다. 첫 눈이 갖고 있는 의미가 무엇이기에, 그 날 사람들은 과도관을 뛰쳐 나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어댔다. 나 역시 남자 셋과 우울한 술자리를 이어가던 중이었는데 내리는 눈에 잠시 생각을 놓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기도 했다. 그나마 내가 위로를 받은 것은 우리 뒷자리에 있던 남학우는 다음 날 군대를 간다고 한다.
 어쨌든, 첫 눈은 이렇게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그것도 밝은 마음으로. 그만큼, 지나가는 한 해의 마지막과 다가오는 새 해에는 밝고 행복한 일들만이 가득했으면 한다. 첫 눈의 그 설레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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