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Diamond spark

방바닥 2006. 12. 28. 23:32
'재료전자기물성' 기말고사 시험 문제 중에 "왜 다이아몬드를 자를때 반짝 거리는가?" 라는 문제가 있었다. 영어로 Why diamond 샬라샬라 cut 샬라샬라 spark 샬라샬라? 라고 문제가 나왔는데 처음 문제를 읽으며 나는 "왜 다이아몬드를 자를때 불꽃이 튀는가?" 라고 해석을 하고야 말았다. 책상영어의 한계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어라.. 다이아몬드를 자를때 불꽃이 튀나?' 일단 의문을 갖고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문득 다이아몬드 칼로 얼음을 자를때 금새 손이 차가워지던 생각이 떠올랐다. 다이아몬드는 열전도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손으로 잡고 얼음을 자를 경우 체온이 다이아몬드를 타고 전해지며 얼음을 녹이게 된다. 그러면서 얼음의 차가운 열(?) 역시 손으로 전달이 되며 순간 으스스~ 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곤 그것 밖에 없으니 또 한 편의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열전도도가 높다, 원자들의 lattice vibration이 크다, 그렇다면 자르는 동안 열이 저장이 되고, 그것이 빛 에너지로 발산을 한다? 아예 썰을 풀었다. 시험 범위 중에 열전도도에 관련된 부분이 있었으니 왠지 맞는 것 같았고 쓰다보니 나름 말이 되는 것 같았다. 결국에는 확신이 서게 되었고 '이거 나만 맞는거 아니야?' 라는 착각까지.
허나 그 착각은 금새 부서지고 말았다. 교수님이 들어와서 spark를 "반짝반짝" 이라고 해석을 해주고 가셨으니 심히 당황했을 수 밖에.
어떻게 썼는지 기억도 안난다. 질이 좋지 않은 답안지를 지우개로 벅벅 지우고 속으로 연신 '시팔시팔' 거리며 새로운 소설을 구상했던 것 까지만 기억이 나는데 결과는 <1번-(2) 점수 0점> 이 말해주듯이, 1, 2점의 부분점수도 얻지 못하고 말았다.

다이아몬드를 자를때 반짝 거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다이아몬드는 전반사율이 굉장히 큰 물질이다(굴절률2.42). 따라서 다이아몬드는 내부로 들어온 빛을 굴절 시킬 뿐만 아니라 일정 임계각 이상으로 들어오는 빛은 죄다 반사시켜 버린다. 반사량이 많다는 것을 brilliancy라고 하고 깍인 다이아몬드에서 반사되는 빛은 움직일때마다 반짝반짝 거리는데 이 현상을 scintillation이라고 한다. 결국 전반사에서 해답을 찾아야 했건만, 그렇게 여러번 읽었던 교재에서 왜 전반사를 생각해 내지 못한 것일까. 상식이 부족하고 사고가 떨어지는 나의 머리를 탓할 수 밖에.

어찌되었든 그렇기 때문에 다이아몬드는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재료라 한다. 다이아몬드 덕택에 수많은 피를 흘린 지구 저편의 사람들과 앗아간 나의 학점을 생각한다면 뭣하지만 그래도 아직 많은 이들이 바라는 꿈의 보석임은 변함이 없다. 그만 반짝대라. 1-2번 0점은 잊혀지지 않을 듯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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