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씨

간지

방바닥 2007. 8. 17. 01:37

 "간지 난다"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물론, 내가 간지 난다라는 말은 절대 아니니 행여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자신의 눈을 비볐다거나 나의 정신 상태를 의심했던 분들이 계셨다면 마음 놓으시길. 언제부턴가 이 '간지' 라는 것이 젊은층 사이에서 급격하게 회자되기 시작했는데 여러 설이 있다. '간지' 라는 말이 한국말의 간지와 간드러지다에서 나온 단어이며 일본어의 잔재가 아니라는 주장도 찾을 수 있었지만 설득력이 떨어졌을 뿐 아니라 반론 역시 무수하게(!) 많았다. 유력한 설 중 대표적인 것 두 가지가 예전부터 전해 내려온 일본어의 잔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단순히 의류 업계 쪽에서 '멋지다, 세련됐다' 의 의미로서 사용되던 것이 어느덧 유행을 탔다는 것이 있었다. 어느 것이 되었든 우선 젊은 세대가 말하는 '간지' 라는 것은 일본어의 'かんじ(칸지)'에서 유래한 것이 유력할 듯 싶다. 이 '칸지' 의 뜻은 느낌, 감, 감각, 감촉, 인상, 감정, 분위기 등을 말한다고 하는데 이 말이 한국어의 '-나다' 라는 말과 합쳐지면서 언어 파괴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일본 풍의 옷차림이나 소위 스타일리시 하게 옷을 입은 패션을 보고 '간지난다' 라고 하거나 나아가 잘 생기거나 옷발 잘 받는 사람들을 가리켜 이 표현을 쓰는 것이 현재 쓰이고 있는 '간지' 라는 단어에 가장 가까운 의미일 듯 싶다.
 하지만 이 '간지' 의 의미는 소급적용 되지만은 않는다. 어떤 한 분야에서 줄충한 실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왕왕 '간지' 라는 단어가 쓰이기도 하는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방한했을 때 각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다들 간지난다' 라는 말을 해도 의미전달의 어색함이 없었을 뿐 아니라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소설가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반인들이 전혀 느낄 수 없는 '간지' 라는 것을 특이한 머리 모양을 한 음악인에게서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2002년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 새로운 관료들과 함께 청와대를 걸어 나오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 역시, 당시 내게는 '지대로 간지' 였다. 
 때문에 '간지' 라는 단어를 단순히 외양적 모습에만 적용시키는 것에, 그리고 자신이 그 '외향적 간지'를 뿜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서 부모님을 원망하거나 혹은 억지로 스타일을 바꾸려 애쓰는 노력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물론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바로 '스타일로 간지나는 것' 이라면 말릴필요가 없겠다만 그 대신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자신만의 간지'를 뿜어대는 것도 바로 '간지' 나는 일 일 것이다. 그것 뿐이랴. 처음엔 정말 '비간지' 스러운 사람도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그 사람 자체에서 매력을 느끼다 보면 슬슬 '간지틱' 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고 나중에는 누가 뭐래도 그 사람은 간지인(?) 이라며 콩깍지가 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간지, 그거 별거 아니다. 영 스타일리시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간지나게 옷 입는 법 좀 알려주세요' 라고 묻기 전에 나만의 간지를 찾아 보는 것은 어떨까. 아래의 사진. 나를 비롯한 이공대생들에게는 바로 이 사진이 초울트라 스펙터클 암내 풀풀 나는 초절정 꽃 간지 사진이라 할 수 있으니, 마음 먹기에 따라 자신 역시 초절정 간지남이 될수도 있음을 한 번쯤 되새겨 보자. 물론,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절대로 자기 위안을 삼기 위해서가 아니다-_-;;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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