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를 타고 가고 있었는데 내리막길에서 갑자기 앞에 차가 급브레이크를 밟더라구요. 저도 덩달아 밟았는데 오토바이가 너무 가벼운 거라서 그런지 뒷바퀴가 들리면서 공중곡예를 한거에요. 순간 생각했어요. 아, 나 벌 받았구나, 하고 말이에요. 다친 곳은 없었지만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나니까 마음이 편안하더라구요"
학교 후배가 벌 받을 짓을 크게 한 뒤 꺼내놓은 말이다.
사람의 마음이 모질지 못해서인지, 아니, 그 보다는 내 마음이 그닥 악하거나 독하지 못해서인지 아무리봐도 내가 잘못한 일에 대한 죄책감은 꽤 오랫동안 나를 괴롭힌다. 소심한 성격을 탓하며 언제나 남에게 욕 먹지 않는 삶을, 남에게 해 끼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만 간혹 원치않게 그런 일이 발생할 경우에는 언제나 '난 이 일에 대해서 꼭 벌을 받을거야' 라는 죄책감에 시달리곤 한다. 그 '벌' 이라는 것이 어차피 안 좋은 일인것은 확실하지만 그것의 강도나 발생 빈도에 대한 것은 지극히 나의 주관적 판단하에 들어가기 때문에 실은 그게 더 문제다. 내가 행한 독한 짓이 정말 큰 일이기 때문에 이 정도 안좋은 일은 벌도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고 이제 벌을 받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난 뒤에 더 안좋은 일이 벌어졌을 경우에는 나의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기분이 안좋았구나, 하면서 다시금 죄책감에 빠져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지금 내가 처해있는 상황, 이 전의 나의 모습과 정 반대의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는 나의 현재 삶이 가져올 여파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분명 정상적인 삶이 아닌 것 만은 확실한 것 같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나의 잘못과 독했던 지난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벌을 받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에 기분은 심하게 다운된다. 나로 인해 힘들었을 타인을 생각하며, 그 타인이 나로 인해, 내가 상상할수도 없을 만큼의 고통을 받았을 거라는 생각에 다다르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정도로 내 자신이 부끄럽고 또 미워진다.
이런 지랄맞은 성격탓에, 다행히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며 살지는 않을지 모르겠지만, 꽉꽉 막히는 스트레스와 답답함, 그리고 내가 안게 될 금전적 혹은 눈에 보이는 손해는 당근 내가 감수해야 만 하는 인과응보라 여기고 살 것 같다. 남에게는 좋겠지만 나는 힘든 삶, 그래도 이게 마음이 편하다면 그렇게 평생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듯 싶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 역시 나의 전생에 대한 인과응보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