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

고대문화를 폐지하라고?

방바닥 2007. 1. 29. 14:55

 비록 올블로그나 이올린이 내가 알고 있는 블로그 세상의 전부이지만 여타 게시판과는 다르게 조금 더 정감이 가고 쉽사리 그만 둘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남을 비방하는 글, 자신만의 의견을 고집하는 글, 감정적인 글등 눈살을 찌푸릴 수 있는 글에 대해 자체 정화기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격한 글에는 예의 다소곳 한 댓글이 달림으로서 글쓴이의 반성을 이끌어내고 때로는 두 번, 세 번 이어지는 공방 속에서 서로의 오해를 풀고 의견차를 존중하는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자주 보기 때문이다. 물론 언제나 날카로운 칼 끝만을 내밀며 상대방의 가슴속을 후벼파기만 하는 논객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만 여타 인터넷 공간에 비한다면야 그 빈도와 수위는 더할나위 없이 깔끔(?)하다.
 고려대학교 자유게시판에 '고대문화폐지' 문제가 점점 공론화 되어 가는 분위기다. 덩달아 '석순' 까지 내가 낸 등록금으로 그딴 잡지를 만들 필요가 없다! 는 분위기가 대세를 타고 있는데 간혹 달리는 차분한 반대의 답글은(그리고 이런 글은 꽤 논리적이다) 단지 '내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운동권의 논리를 옹호하기 때문에', '특정 정당에 가입했기 때문에' 라는 이유로 가차없이 짓밟히곤 한다. '언론이 너무 치우쳤다!' 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언론 = 중립' 을 외치고 편향되어 있기에 언론으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와 동떨어진 주장을 하기 때문에 폐간되어야 한다고 외친다. 얼핏보면 그럴듯한 이야기지만 누차 이야기하듯이 자신의 의견, 사상과 다르다고 해서, 그리고 그들의 수가 소수라고 해서 그들을 핍박하고 억압하려 드는 자들의 사상은 대체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오직 다수가 주장하는 한 가지 사상만이 옳고 나머지는 그르다는 그 놀라운 철학을 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맹꽁이처럼 반복하는 것일까.
 대부분 폐지자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내 마음에 드는 잡지가 아닌데 왜 내가 낸 등록금이 고대문화를 만드는데 사용이 되는가! 깔깔깔. 차라리 좌익빨갱이가 싫어요! 왜? 마음에 안드니까! 라는 논리가 더욱 설득력있다.
 고대문화는 등록금에서 지원받지 않는다. 등록금 고지서에 교지대가 따로 있는데 분리 납부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 아니꼬우면 절취선을 잘라서 납부하면 된다. 깔깔깔. 그들이 외치는 그 '문제 라는 것의 해결 방안은 바로 등잔 밑에서 얌전히 자신을 바라봐주기를 기다리지만 어느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하긴, 어차피 그들에게 그런 '사실' 은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운동권이니 싫다' '소수 의견이니 싫다' '좌익이니 싫다' 와도 같은 원색적인 비난만이 익숙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어디서 배웠는지, 고대문화 폐지를 맨 처음 주장하는 이의 제목 설정 능력은 고려대학교 자유게시판이 왜 그리 극우적, 파쇼 색체를 띠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제목 : "학생회비와의 분리 납부는 불가능하지요"
내용 : "제가 잘못알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함께 내도록 되어 있지 않나요? 분리납부가 검토되었으면 좋겠네요"

 더욱 웃긴 것은, 이 주장 밑에 '나는 고대문화가 싫어서 교지대를 분리해서 내고 있습니다" 라는 답글이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지금까지 열나게 주장하던 모든 논리는 헛다리 짚고 개다리 춤추다 지가 싼 오줌에 자빠지는 꼴. 안됐습니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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