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극우모임인 자유게시판에 '고대문화' 관련 글이 올라왔다. "<고대문화>에 글을 보내 주세요" 라는 아무 색깔 없는 글에 "좌빨문화로 이름 좀...", "***잡지 고대문화", 등의 제목으로 "등록금이 아깝다", "하루 빨리 없애야 한다", "외부 사람들이 그 책 보고 무슨 생각" 등이 쓰여진 내용의 답글이 달렸다. "헉" 이라는 제목의 글은 더욱 가관이다. "저런 지극히 편향적인 곳에 줄줄 새고있는 잡비부터 없애야 등록금 올라도 불만이 없지, 내가 낸 등록금 나랑 전혀 상관없는 단체들이 비정상적인 좌익운동하는데 쓰고 다니는거 보면 짜증이...." 라는 글을 올렸는데 내가 보기엔 이 글을 쓴 사람이 더욱 편향적인 방향으로 물들어 있는 듯 보인다. 이 말은, 거꾸로 이야기하면 내게 있어서 고대신문은 내 비싼 등록금을 잡비로 사용하는 신문이며 그로인해 나는 만날 짜증나야 한다. 뿐만 아니라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고대 내의 시설을 이용하는 것 역시 내 등록금을 아까워 해야 할 사안이며 덕분에 등록금 인상안이 나오면 삭발하고 투쟁해야 한다.
이에 "조선일보만 있으면 되겠느냐" 며 "학교에 대해 비판적 언론이 고대문화밖에 더 있습니까. 학내 언론들이 비판적 시각들을 모두 상실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언론이 바로 고대문화" 라며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좌빨문화니 하면서 비난하면 되겠습니까. 그런 수준 낮은 비난이야 말로 고대를 깎아내리는 것 같군요" 라는 내용의 예상 외의 답변이 달렸다. 이 사람 용기가 대단하다. 그 곳이 어떤 곳인데.
새로운 글이 다시 올라왔다. 이거 재밌다. "고대문화는 비난 받아 마땅함" 이라는 제목의 글은 말도 안되는 논리로 고대문화를 비난하고 있다.
하하하. 예전에 너무 아는 것 없이 떠들었던 나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아는 것이 없고 생각이 편협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어떤 글을 읽더라도 남을 비난하거나 그의 생각을 무시하지 말자, 그리고 그의 입장이 되어 곰곰히 따져보자, 라는 마인드를 키우려 노력했는데 오늘 그간의 노력이 약간 물거품이 되는 기분이다.
우선, 학생회비로 운영이 되니 학교의 기관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고대신문이야 학교의 기관지로서 모범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을 비판하는 언론이 전무한 학내에서, 고대문화의 위치는 분명하다. 학교가, 학교의 기관지를 만들기 위해 돈을 대줬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런 언론은 한국 현대사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여럿 보이니 거기서 찾아보면 된다. 민주노동당의 기관지, 라는 표현도 보인다. 기관지라기 보다는, 고대문화가 주장하는 그것과 민주노동당이 내세운 기치가 비슷할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주장하는 것이 바로 '진보' 이고 그것을 실천하는 당이 바로 '민주노동당' 이다. 자신들의 의지를 실천하는 당을 지지하는 것, 그들이 바라는 사회를 위해 미력하지만 자신들의 권리인 투표권을 그들이 원하는 당을 위해 행사하는 것이 대체 무엇이 잘못이라는 것인가? 바꿔서, 이 글을 쓴 사람 역시 누굴 좋아하건, 혹은 누굴 싫어하건 간에 자신의 성향에 맞는 후보를 선택할텐데 그것 역시 일종의 정치적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냔 말이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이 가짜 진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인데 새삼스럽게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세상에 좌파신자유주의란 말이 어디 있을까.
'중립이란 있을 수 없다' 라는 것. 어차피 이것은 철학의 차이이기에 언급하기는 뭐하다만 언론이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말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한 사람이 쓰는 글은 그 사람의 성향에 따라 보이는 것을 쓰기 때문에 가치가 배제되기 힘이 든다(518광주 민주화운동을 폭도의 난동으로 표현한 조갑제의 경우를 보더라도). 특히나 여행정보나 연예정보와 같은 가십기사가 아닌 이상(고대문화는 대학내일과 다르다) 정치적인 글에서 가치가 배제된 글을 찾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역시나 학교의 돈으로 발행되는 고대신문은 중립적인가? 그들은 중립이라 외친다. 하지만 그 '중립' 이란 학교의 행사를 그대로 전하고, 학교의 잘잘못을 비판하지 않으며, 발행인의 입장만을 존중하는 태도다. 중립이라 하지만 일종의 '방향'을 갖고 있으며 학내 비판 언론의 선두격인(?) 고대문화의 입장에서 보면 '중립'을 가장했지만 그들과는 반대격의 정치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다양한 이념의 스펙트럼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작은 사회인 대학 내에, 획일 적인 사고만을 강요하는 당신들의 태도야 말로 문제가 아닐까.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언급할 필요도 없지만, 고대문화 편집위원들도 학년 올라가면 물러나고 졸업도 해야 하는 겁니다. 설마 02학번, 03학번들이 첫 해 부터 편집위원해서 아직까지 해먹겠습니까? 제가 참여하고 있는 동아리는 제가 회장인데 저 02학번입니다. 역사 오래된 것 같죠? 이제 달랑 2개월 됐습니다! 고대신문이 1947년도 창간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 지금 고대신문 편집위원은 모두 47, 48학번이게요?? 그렇게 비난하고 싶으면 말이 되는 문장을 갖고 와서 깎아내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