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대한민국의 시작은 참으로 암울했다. 군대 문화가 스며든 사무실의 조그만 칸막이 속에서 주위 눈치 살피며 클릭한 뉴스 사이트에는 한 건물을 포위한 경찰들의 모습과 살수차, 하늘을 날아다니는 컨테이너 박스, 그리고 온 건물을 녹여 버릴 듯 타오르던 검은 불꽃이 보였다.
과잉시위란다. 나랏밥 먹는다는 한 인간은 "이번 일을 계기로 과격시위의 악순환이 끊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지껄였단다. 과격시위로 인해 목숨을 잃었으니 이제 정신 좀 차렸겠지, 라는 정신머리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망발을(청와대 관계자라는 자가 이런 철학을 갖고 있으니 말 다했다. 하긴, 윗 물이 저러니). 총리라는 자는 한 술 더떴다. '대국민 성명' 이라는 것에서 그는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 한단다. 철거해야 할 건물을 점거하고 화염병을 던진 것에서 이미 '불법' 이라는 올가미를 씌우고 들어가려는 수작이다. 대체, 법과 원칙은 누굴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화염병을 이야기한다. 결국 철거민들이 시위할 때 사용하던 화염병으로 인해 불이 났단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그렇게 자위하면 끝나고 밀려오는 허무함이 조금은 사라진다는 거냐.
'폭력' 이란, 누차 이야기하지만 tv와 신문에서 보여주는 과격 시위대만의 모습이 아니다. 그들을 거리로 이끌어낸 그것, 그들을 사지로 몰아 낼름거리는 고양이에게 한 방을 가하게 만든 그것 역시 폭력의 또 다른 모습이다.
민주주의 국가라는 이곳 대한민국의 2009년. 경찰 특공대와 용역 깡패가 들끓고 과격 시위 운운하는 것을 보니 뒤로가도 어지간히 뒤로 갔다.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