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

인권

방바닥 2009. 2. 4. 21:50
[수집거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시작으로 많은 언론들이 살인마 강호순의 얼굴을 공개했다. 짐짓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이는 그들의 글은 각종 미사여구로 치장되어 "우와. 조선과 중앙일보 애들이 국가와 국민을 진심으로 생각하는구나" 라는 짧은 감동을 느끼게 하는데 이명박씨가 이야기한 법치를 그토록 강조한 그들이 법원과 경찰이 설정한 수사권과 사법권을 무시한 채 강호순의 얼굴을 공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들이 용산참사에서 그렇게 강조한 그 '법'을 손쉽게 제끼면서 그것이 바로 언론의 역할이라며 자화자찬하는 모습은 당췌랄리 무슨 논리인지. 언제나 그랬듯, 신문 부수를 더 팔려는, 기사의 IP당 조회수를 늘리려는 꼼수 + 용산 참사를 은근슬쩍 묻어버리려는 뛰어난 임기응변에 불과하다. 그놈들이 똘똘하긴 한가보다.
 
 개인적으로 '인권' 은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차별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인간 속에는 못을 씹어먹는 사람들부터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 모두가 포함되며 이러이러한 인간에게는 인권이 없다, 라는 기준이 생기는 즉시 '인권' 이란 특정 집단에게 입맛에 맞는 수식어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물론 피해자의 입장에서 터지는 분노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당한 만큼 해를 가해야만 하는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인지. 범인인 나는 잘 모르겠다.
 하여튼, 벌써 강호순의 얼굴은 만천하에 공개 되었다. 사람들은 '그 놈 얼굴 한 번 보자' 라는 말로 얼굴 공개를 요구하고 좆중은 그 입맞에 맞춰 자신들이 대단한 일을 해낸 듯 신이 난 듯한 모습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이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논의가 필요한데 그러한 논의가 없었다. 얼굴 공개를 통해 얻어지는 실익이 없는 상황에서 공개하는 건 자칫 이 사안 자체를 정서적으로만 접근하게 하는 오류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번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고민할 과제들이 많이 있는데 그 관심을 오직 흉악범 한 사람에게만 집중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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