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

등록금 인상, 나쁘지 않은 정책?

방바닥 2007. 10. 2. 14:55

올블에 고대 관련 글을 읽다가 "고려대 경영대학 등록금 인상, 고려대를 위한 변호" 라는 글을 접했다. 나와는 생각이 조금 다른 분이 쓴 글이기에 관련 글에 대해 짤막한 반론을 펴고 싶다.

 우선 "들쿠달스" 님은 대학의 아웃풋이 형편없음을 지적하며 이 문제의 본질은 "학교내에서의 경쟁이 없음" 을 지적했다. 그리고 "학점이 진정 학생들의 경쟁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는가" 라고 반문하면서 "학점도 이력서에서 부끄럽지 않을 정도면 만족하는 것이 실상이다" 라고 했다. 즉 들쿠달스님의 말은 '학점' 이 대학생활의 수행을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 듯 보인다(본문에도 "대학에서의 수행을 평가하는 학점보다는" 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을 간과했다. '학점'은 대학생활의 '성실성' 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그 사람을 나타내는, 즉 한 사람의 됨됨이를 나타내는 척도로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웃풋이 좋다는 것이 단지 '학점'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너무 단순한 생각이 아닐까. 더군다나 자신의 친구가 낸 등록금으로 학교를 다니고, 학점이 나오지 않은 학생들은 두배의 등록금, 거의 2천만원에 가까워지는 돈으로 학교를 다니는 것이 과연 학생들이 배울 자세일 수 있을까. 자신들의 주변에 있는 친구가 더 이상 친구가 아니며 자신이 뛰어 넘고 등록금을 '대신' 내 줘야 하는 사람 이라는 생각이 들 때, 그 사람이 과연 올바른 생각을 갖고 대학을 졸업할 수 있을까.
 등록금 인상은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일 뿐" 이라고도 했는데 국가가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을 그대로 취업을 시켜주는 꿈같은 제도가 아닌 한국사회는 경쟁사회이기 때문에 취업을 위해서, 자신들의 꿈을 위해서 충분한 경쟁은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만약 여기에 경쟁을 유발하기 위한 '방안'을 더 강구하라, 라는 지령(?)이 떨어지면 학점의 비율을 줄이던가(물론 이 역시 반발이 심하기는 하겠지만), 교수의 역량껏, 수업 자체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도 충분히 해결 할 수 있는 일이다.
 왜 학생들의 경쟁을 '돈' 으로 유발해 학생들 개개인이 물불안가리고 뛰게 만드는 '살벌한 경쟁자' 로 만드냐는 것이다. 경쟁력 유도 방안은 머리만 짜내면 수도없이 나온다. 때문에 이 정책은 '나쁘지 않은 정책' 이 아니라 생각해 낼 수 있는 방안 중 '최악의 정책' 일 뿐이다.

지랄맞은 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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