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새벽

방바닥 2007. 1. 22. 09:49

 아침마다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선다. 6시 25분에 집 앞을 지나는 버스를 놓치게 되면 하루가 엉망이 될 것만 같은 기분에 심지어 핸드폰 알람이 울리기 정확히 1, 2분 전쯤에 잠에서 깨곤 한다. 눈을 멀뚱히 뜨고 밀려오는 잠을 억지로 밀어낸다. 곧 알람이 울리고 뻑뻑한 눈을 비비며 일어나 핸드폰을 연다. 5시 20분. 10분 정도 눈을 더 붙여도 상관이 없겠지만 그 정도 잔다고 이 잠이 달아날 것 같지도 않다. 다시 누웠다가 까딱하다간 영영 못 일어날수도 있기 때문에 억지로 몸을 일으켜 찬 물로 넓은 모공 이곳저곳을 마사지한다. 머리카락은 떡져있고 흘러내린 머릿기름에 이마와 뺨이 마치 왁스를 발라 놓은 양 번들거린다. 메마른 입안에서는 건조한 악취가 연신 흘러나와 코를 자극하고 미처 깨지 않은 잠 때문에 몽롱한 머리가 그래서 더욱 혼란스럽다.
 머리를 감고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스킨을 바르고 안경을 끼고 가방을 매고 신문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선다. 겨울 답지 않은 날씨지만 태양의 복사열이 식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인지 발바닥이 차갑다. 잠을 잘못잤는지 목이 뻐근하다. 나이 탓인지, 요즘 들어 부쩍 목 주위가 쉽게 굳는다. 엉덩이가 크고 상체가 긴 체형 덕에 관광버스의 의자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 뻣뻣한 목을 우드득 거리며 조작해 그나마 편안한 자세를 찾는다.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이지만 덕분에 올 겨울은 다른 시기보다 꽤 긴 시간을 벌었고 그만큼 잘 활용하고 있다. 이 기회에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나볼까, 라는 생각이 든 것은 어느덧 찾은, '아침에 일어나는 기계' 라는 옛 별명에 몸이 다시금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복학을 하고 학기 중에는 일어나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던 것이 훗날 입사할지도 모를 회사의 출근을 앞두고 폴짝 거리며 눈을 뜨는 것을 보니 생각과 긴장의 차이가 낳은 결과가, 아니 그 보다는 마음먹기의 차이가 이처럼 큰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어두컴컴한 새벽길을 걸으며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만들고 싶은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곤 한다. 게으른 성격 탓에 이루지 못했던 많은 일들, 해내지 못했던 많은 일들, 핑계로만 일관했던 많은 일들, 반성문 앞에 놓여 있는 내게 새벽은 반성문을 써야 하는 이유와 모범 답안을 살며시 알려준다. 같이 벌받는 친구처럼, 새벽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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