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씨

설레다

방바닥 2011. 4. 20. 22:48

  체험 형 4D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디스트릭트’의 쇼 케이스 현장에 갔을 때다. 커다란 스크린 앞에 서서 안경을 쓰면 가상공간에 ‘아바타’가 나타난다. 간단한 손동작이면 스크린에 나타난 가상공간 속을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었는데 마치 내가 공중부양을 한 것 같은 짜릿함이 전해졌다.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착지를 할 때도 마치 놀이기구를 타고 순간적으로 내려올 때의 느낌이 되살아났다. 뱃속에 있는 내장이 단체 줄넘기를 하는 것 같았다. 뱃속에서 부웅 떠있는 내장들의 놀란 표정. 다시 제자리를 찾았을 때 줄에 걸릴까 걸리지 않을까 모르는 묘한 기분. 아, 이게 설렘이다. 1박2일 애들처럼 줄에 걸리면 야외취침을 하거나 밥을 안주는 것도 아니니 즐겁다.
  지난 토요일 밤 해운대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손에 손을 잡고 둥글게 둥글게를 부르며 빙글빙글 돌았다. 난 강조했다. 가장 재밌는 것은 마음을 열었을 때 나타난다고, 마음만 열면 모든 것이 즐겁다고. 비록 체력이 딸려 오래 돌진 못했지만 ‘정말’ 즐거웠다-_- 아무 생각 없이 돌면서 앞에 있는 친구의 약간 위로 찢어진 입과 함께 보이는 웃는 면상. 설레고 있었다. 모두들.
  지그재그를 그리며 떨어지던 벚꽃이 라면 속으로 빠졌다. 해장을 위해 컵라면 하나 사서 회사 근처 공원에서 후루룩 마시고 있을 때였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벚꽃이 꽤 많이 날리고 있었다. 4월은 잔인한 달,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2008년도 마지막 학기 때 볼링 수업을 듣기 위해 성신여대까지 갔었는데 너무 밝은 분위기와 활짝 핀 꽃에 정신 줄을 놓고 있다가 자취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아 4월 진짜 잔인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 있는 퀘퀘한 냄새. 구혜선이 그려진 소주 포스터가 창문에 붙어 있어 햇빛도 들어오지 않았다. 여튼, 하늘하늘, 산들산들 날리는 벚꽃에 취해 입을 반쯤 벌린 채로 한 5초 동안 하늘을 바라봤다.
  설렌다. 마음이 붕 뜬 듯한 느낌. 회사에서 늦게까지 근무하다가 집에 오면 노트북을 켜고 빅뱅이론을 보고 책을 뒤적거리고 비타민 챙겨먹고 자는 것이 일상인데도, 그냥 설렌다. 나이 30먹고 주책인데-_- 정신 줄 놓으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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