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씨

새로운 도전

방바닥 2010. 10. 19. 23:32

 메일을 확인하고 조간신문의 스포일러를 사진으로 받았던 어제, 그리고 출근 길 신문에 박힌 이름 석자와 인터넷에 부끄럽게 그려진 뽀샵 사진을 봐도 얼떨떨했습니다. 설레임 보다는 두려움이, 기분 좋은 흥분 보다는 '과연 내가' 라는 의문의 부담에 목 언저리가 근육이 뭉친 듯 딱딱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많은 분들의 손을 맞잡고 인사를 듣고 쉴새없이 날라드는 쪽지와 대화창에 답하며 실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 정말 됐구나! 그 때 부터 사알짝 들뜬 흥분과 떨림에 평소보다 약간 빨라진 듯한 심장 박동으로 날아갈 듯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안정을 찾고 나니 또 다시 불안감이 밀려 옵니다. 꼴떨고 차분한 척 글을 쓰고 있지만 '기자' 라는 직업에 대한 선망이 너무도 컸기에 내가 기자가 됐다는 것이 뭔가 어색하고 내 몸보다 큰 옷을 입고 있는 것 처럼 헐렁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만큼 나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기자란 올망졸망한 눈을 갖고 사회를 날카롭게! 바라보며 아이언맨의 탄탄한 갑옷과도 같은 논리로 중무장한, 지식인입니다. 그런데, 내가 그 지식인이 되었다? 아, 이건 정말 말도 안되죠.
 그래도 입술 꽉 깨물고 힘이 생기는 것은, 오늘 들었던 많은 분들의 감당할 수 없는 축하 인사와 응원 때문입니다. 많은 활동을 했고, 여기저기 발가락 무좀 생길 정도로(응?) 뛰어 다니며 인연이 된 분들(놀랍게도 2년 전 미팅했던 친구도 포함), 2년 동안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하며 지냈던 직장 동료분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차곡차곡 쌓이니 아, 벌써 기자 다 된 느낌이에요. 그러다 정신 차리면 두려움, 카카오톡 보며 베시시 거리다 정신 차리면 두려움-_-
 그저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 보다 잘 하는 것이 필요한데 29년 살아 보니깐 열심히 뛰어 다니면 사람이 못할게 없을 것 같더라구요. 아무쪼록, 지금 저를 이루고 있는 팔할은 저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분들의 덕입니다. 제 인생관 중 하나가 사람답게, 인간답게인데 그 중 인간답게의 의미가 제겐 사람과의 관계거든요. 여러분들은 모두는 제게 자극과 자각을 일깨워 주는 스승 같은 존재입니다. 여러분 모두에게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응원과 제게 신뢰의 빛으로 쏴주는 그 웃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부끄럽지만, 원기자,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아자자!
덧1. 근데,,, 출근이 너무 빨라요 ㅠㅠㅠ

덧2. 방금 네이트온으로 친구랑 얘기하다가 "이지랄" 이란 표현을 사용했더니 "원기자님. 표현이..." 아, 모든게 부담입니다 ㅠㅠ 포스팅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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