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

아이들을 놔두세요

방바닥 2006. 10. 8. 12:33
 도서관에 앉아 이 글을 쓰고 24시간으로 자리를 옮긴 후였다. 추석 연휴라 다른 때 보다 자리는 많이 비어있었고 어려 보이는 친구들은 더욱 많았다. 갑자기 과도관을 관리하던 아저씨가 들어 오더니 대학생이 아닌 친구들에게 일일이 다가가 학생증 소지를 물어보고 나가라고 한다. 주섬주섬 짐을 싸는 그들이 안되보여 일어섰다.

"아저씨 왜 그러시는 거에요?"
순간, 조용한 목소리로 건냈음에도 도서관 내 시선 집중을 느낄 수 있었다. 삐질...
"아, 다른 학생들이 싫어해요"
"뭐를요?"
"학생 아닌데 와서 공부하면요"
"아니, 이 친구들 떠들지도 않고 조용히 공부하고 있는데 왜 나가라고 그래요.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아니, 다 그쪽 처럼 생각하는게 아니에요. 자리가 없다고 싫어해"
"아니 누가요. 고대생들이요?" (일부러 이 말에 힘을 줬다)
"네. 싫어해요 자리 없다고"
"아저씨, 주위를 보세요. 텅텅 빈게 다 자리에요. 자리 많잖아요. 왜 애들을 내쫒아요?"
"다 그런게 아니라니까. 싫어해 학생들이"
"제가 책임 질테니까요 애들 공부하게 하세요"
"그럼 학생 학번하고 이름 좀 적어줘"

나는 종이에 또박또박 학번과 이름, 과를 적어 건냈다.

"조용히 앉아서 공부들 해. 괜찮으니까"

바리바리 쌌던 짐을 푸는 어린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고려대학교라는 이미지가, 자리 많은데 내쫒는 이미지라니 참. 고대 학생들, 점점 이상해진다. 괜시리, 어디가서 418의거 일으켰다는 말 하기도(뜬금없이!?) 쪽팔려진다. 이 쪼다 놈들아. 선배님들한테 부끄럽지도 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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