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

한 명쯤 어때?

방바닥 2008. 10. 1. 23:11
 강의석이 일을 저질렀나보다. 군대폐지 퍼포먼스를 펼치기 위해 테헤란로에서 알몸으로 람보처럼 총을쏘고(과자란다) 먹으며 "군대를 폐지하고 그 비용을 가난한 나라를 돕는데 쓰면 굶고 있는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 고 외쳤다고 한다. 언론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일본 SOD영상도 아니고 모자이크 처리된 거뭇거리는 그의 알몸 사진을 볼 수 있는데 그냥 웃음이 난다. 크크크.
 군대, 나같은 인간은 어쩌면 군대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하는 것 조차 금기해야 할(공익출신) 존재이다. 하지만 한때는 '군' 에 대한 강력한 지지자에서 2005년도(내 기억상)쯤 군대 폐지 주장에 대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옆 친구들보다 훨씬 편하게 공익근무를 하며(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공부를 하며, 때론 놀기도) 길고 긴 2년의 시간을 '활용' 하고 난 뒤에는 '모병제' 전환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인정을 외치기, 정도는 아니고 나름의 개똥철학으로 가끔씩 주장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지난 학기 발표수업 팀별 토론수업을 준비하면서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은 더욱 확고해지기도 했다(아쉽게도 상대팀이 당일 출석하지 않아 부전승-_-).
 군대 다녀오면 사람된다는 말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태백산맥과 같은 책도 반입할 수 없는 곳이라면, 비록 4주간의 교육이었지만 '정신교육' 이라는 주제로 절대적인 친미와 노동운동, 좌파, 사회주의에 대한 강한 반감을 주입시키려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된다' 라는 말이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극우사상', '우파사상' 에 대한 완성 및 그런 사상을 길러내기 위함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쩌면, 군대란 아직 우리사회에서 건들 수 없는 성역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개인의 사상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 한국 사회에서 모든 부조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군대는 '특수한 사회다' '군대란 다 그런 곳이다' 라는 말로 인정되는 곳이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 라고 치켜 세우면서 정작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월드컵 16강에 올라 '국위선양'을 한 자들은 신성한 의무를 면제받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 군대다. 그냥 받아들이며 가야한다, 나라를 지킨다, 어른이 된다, 부모님 소중한 걸 안다(이건 정말 맞다), 집 소중한 걸 안다(이것도 맞겠지) 라는 말로, 아직도 북한군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혀를 낼름거리고 있다며 군대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이게 무슨 미친짓이냐며 쌍심지 키며 달려드는 이가 많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군대 갔다와서 다 사람되면 지금 우리나라는 미친듯이 좋은 나라, 너무너무 좋아서 행복함만이 가득한 나라가 되어야 하는거 아닌가. 그러고 보니 나라를 주물럭 거리는 이들의 대부분이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서 나라 모양이 요모양 요꼴인 것인가. 그렇다면 왜 그들이 가지 않는 군대를, 우리는 강요 받아야 하는가).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군대를 '꼭' 가야 한다면, 왜 가야 하는가. 우리보다 병력이 적은 일본은 왜 국방력 순위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는가, 60만 대군을 먹여 살리는 현재, 모병제 전환은 지금보다 더 많은 부담을 줄 것인가, 군대를 왜 가냐, 라는 질문에 '당연히 가야지' 라는 대답 말고, 왜 바로 '당연히' 라는 말이 나오는가, 라는 것 등등등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런지 강의석의 행동이 그닥 밉살스럽게만 다가오지는 않는다. 비록 그가 대체 어떤 '저의(?)'를 갖고 살아가고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인터뷰 글을 몇 번 읽어봤지만 그냥 꼴리는대로 행동한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한쪽으로 너무 치우친 이 나라에서 한 명쯤, 저렇게 미친듯 날뛰는 인간이 있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 듯 하다. 비록 그의 행동에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들은 '똘츄' 하고 말겠지만서도.
 그러고보니 오늘 KBS 뉴스에 강의석에 대한 언급은 보이지 않더라. 언론도 지겹다는건가 이젠.

'딴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념 논쟁  (0) 2008.12.23
우두머리  (4) 2008.12.12
재밌는 세상  (0) 2008.10.01
단 한명의 피해자  (0) 2008.09.28
여론 대세  (0) 2008.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