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해커스 토익 - 한승태 선생님

방바닥 2010. 7. 16. 23:19
 대학 내내 토익 학원이라곤 다녀 본 적이 없는, 아 아니다. 이제야 말할 수 있지만 2003년도 8월, 훈련소 입소를 한 달 앞두고 한달 간 파고다 어학원의 토익 학원을 다닌 적이 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돈 내고 딱 한번 나가고 매일 학교가서 당구치고 놀았습니다.
 대체 복무를 하면서 처음 토익에 손을 댔다. 당시 '토익넷' 이라는 곳에서(지금은 안열리네-_-) 학교별 토너먼트 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었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보겠다고 5000원 결제하고 열심히 한달간 게임한 뒤 토익 시험을 봤다. 650점. 그 뒤 이익훈 어학원의 AP5분 뉴스 한달 몰아치기로 780을 맞은 뒤 토익을 접었다. 대체 뭔 깡으로, 왜 그 점수에 '이 정도면 됐어' 하면서 그만 뒀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가기는 한데 결국 2007년 점수는 사라졌고 취업을 앞두고 없어진 토익 점수가 필요해 2008년도에 다시 시험을 봤다. 영어 회화 학원 한달, 전화 영어 한달 (준규형 미안해요. 공짜로 해줬는데 한달은 놀았어요) 하고 시험을 봤는데 또 다시 780. 이미 한군데 취업은 된 상태였고 또 다른 은(GGR) 영어 점수의 장애물을 뛰어넘고(최종 면접 때 내게 해준 면접관의 말씀 '원씨, 앞으로 영어 공부 열심히 하세요') 합격을 했기에 토익 점수에 대한 절절함이라던가 매 달 토익을 신청하는 부지런 따위는 내게 필요 없었다.

 작년 이맘때 쯤, 내가 입고 있는 옷들을 하나 하나 벗어 봤더니 이런 제길, 볼록 나온 똥배 말곤 아무것도 없었다. 직장을 옮기겠다는 다짐과 함께 자신을 뒤돌아 보니 어찌 이런 스펙으로 '대기업' 에 입사해 다니고 있는지 의아스러웠다. 스펙 좀 높여 보겠다고 토익을 접수하고 시험을 보니 역시나 제기랄 680. 안되겠다 싶어 매주 토요일 아침, 해커스 어학원의 한승태 LC 를 신청했다. 나름 문법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듣기만 잡으면 되겠지, 라는 생각이었다(어째 슬슬 분위기가 알바삘이 나기 시작하는데-_-;;).

 강의를 한달 듣고 LC 점수가 미친듯이 상승하여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아, 점점 알바삘이 짙어진다). 입사 초반에 회사에서 공짜로 들었던 LC 강의들은(멋진 직장인이 되고 싶었다 그때는...) 유명하다 하는 선생들이었지만 뭔가 핵심을 비켜 선 듯한 느낌이었다. 이유는 LC의 내용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듣는 것 자체가 문제 였는데 하나 같이 내용만을 짚으며, 예를 들면 녹음 파일을 틀어주며 연신 '아직 안나왔죠? 기다려요' 라는 말을 해대는 것에 있었다. 들리지 않는데 기다리는 것 자체가 대체 뭔 소용이 있나요, 하고 되물어 봐도 연신 기다리란다.

 한승태 선생님은(아, 저 돈 받지 않았습니다) 문제를 푸는 요령과 듣기에 익숙해지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는데 혹 누군가 '강의 들으면서 매일 열심히 공부했으니까 그렇지!' 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나눠준 강의 자료의 1/10도 풀지 못했다(문제가 좀 많아야지!). 알려 준 요령으로 LC 몇 개 풀어 보고 시험을 봤는데 LC 점수는 가파르게 상승해 비록 만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꽤 높은 점수가 나오고 있다. 대신 RC가 그만큼 떨어진다 놀라운 것은 언제나 토익 일주일을 남기고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는데 점수가 회복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RC공부 놓은지 오래됐다. 점점 떨어진다...)

 허나 최근 만난 지인에게 한승태 선생을 추천했다만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단 한마디였다. "양아치던데..." 아, 한승태 선생과 맞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구나. 추천을 자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선생님이 양아치라네요.

 결론. 한승태 선생님 LC 강의 추천합니다. 이 분, 말은 참 많아요. 똑같은 말 계속하고, 개그도 그닥 재미없고. 근데 괜시리 단 둘이 만나 소주 한잔 하고픈 분입니다. 전 느꼈습니다. 얍살히 긴 뒷 머리결 뒤에서 풍겨져 나오는 외로운 밤송이 꽃내음을. 강의 두 달 들으며 눈 한번 마주친 적 없는 것 같지만(제가 소심해서 항상 뒷자리에 앉았답니다) 개인적으로 알게 되면 참으로 좋은 분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날이 오기 힘들겠지만 만약 술자리에서 만나게 되면 제가 갈비살 한 근 쏘겠습니다.
 주의할 점은, 저의 지인처럼 맞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 유의하시길.

덧. 선생님. 방금 토익 LC 1회 풀어 봤는데 다 맞았어요. 감사합니다. 그래서 이 글 쓴겁니다. 그런데, 왜 RC 점수가 계속 떨어지는 걸까요... 무슨 마법 걸어 놓으셨나요;; trade-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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