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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나로호 발사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기자가 된 후 처음으로 접하는 거대한 일감-_-이다. 물론 지난해 3월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 폭발은 나로호와 비견할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란 일이었지만 내 위로 선배들이 턱턱 막아주니 시키는 것만 해내면 됐다(그래도 조낸 힘들었다-_-). 이번엔 다르다. 전방에 나홀로 서서,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일을 글로 막아야 한다. 발사 시간도 3시 30분-_-이라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씨부랄. 어지간한 내용의 기사는 1시간 정도 급박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모두 막아 내야만 한다. 성공 시나리오를 써놓고-_- 연기 시나리오를 또 써 놓으려니 입부터 벌어진다. 선배들은 이 많은 양의 기사를 짧은 시간에 어찌 다 토해낼 수 있었을까나. 실패 시나리..

직장 2012.10.24

멘붕

기댈 곳이 없다.회사에서도, 집에서도, 그리고 밖에 나가서도. 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내 나이 몇 살?-_-이라는 질문에 말문이 막힌다. 인생은 원래 힘든 법, 인생은 원래 독고다이야, 라는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다가도 왜 인생은 힘들어야 하나, 왜 인생은 혼자여야해, 라는 질문에 다시 말문이 막힌다. 힘든 적은 꽤 많았다. 기쁜 적도 꽤 많았다. 기쁠 때는 덜떨어진 바보처럼 마냥 즐거워하다가 심신이-_- 지치는 날이 이어지면 기뻤을 때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거지로 회상하다 보면 꿈을 꾸듯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커 일상에 마주했을 때(가령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선다거나, 정신을 차리니 노트북에 손을 올려놓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거나, 지금처럼 말이지-_-) 느껴지는 현실의 무게감이 두 배, 세 배 ..

일상 2012.10.22

개판 남자 넷

A : 야, 나 소개팅해서 요즘 만나는 사람이 있는데 잘 해보고 싶어 B : 그래 잘됐다 야. 너도 빨리 여자친구 만들어야지! C : 응 여자친구 만드는 건 맞아. 근데 매일 얘기하던 미팅은 왜 안해? 캠핑은 또 안가고? D : 그러게. 말만 매일 떠들고 하는게 뭐가 있었냐 우리가. 우리끼리 모여서 술만 먹었지 매일. 그런데 너 여자친구 생기면 해보지도 못할거 아냐. 안돼 안돼 B : 그러고 보니 맞네. 야 너 우리 미팅한 번 하고 날씨 추워지기 전에 캠핑가는거 해결하지 전까지 여자친구 만들 생각 하지마라. 치사하게 혼자만 연애할라고. C : 맞아. 일단 놀고 여자친구 만들어. 지금은 안돼 A : ..... B : 짜식이 어디서 혼자 연애할라고 우리끼리 뭉쳐 다니면 이래서 안돼 이것들아-_- 이번주 금요..

일상 2012.10.02

부어라 마셔라

술이 나를 삼켰다. 처음으로 다른 팀 선배와 갖게 된 술자리. 부어라 마셔라, 이런 저런 조언들 사이에서 부어라 마셔라, 이런 식으로 접근해 봐라 부어라 마셔라. 기억이 나는 것은 새벽 1시, 딱 거기까지. 후배에게 카톡을 보낸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눈을 떴다. 기억이 없다-_- 출근해야 해, 일어나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이를 닦고 머리를 감고-_- 어제 입었던 옷을 그대로-_- 입고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탔다간 사람 가득한 열차의 한 가운데에 홍해의 기적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택시;;를 탔다. 지갑을 열었는데-_- 아 시발 내 돈, 내 돈, 내 돈!!! 5만원 지폐 4장이 있었는데 2장이 사라졌다. 시발 어디갔지! 카드밖에 쓴 기억이 없는데!9시 20분까지 올려야 하는 일보(오늘 이..

일상 2012.09.27

가을

완연한 가을 날씨.한 낮에는 따갑던 햇볕도 저녁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쌀쌀한 바람과 함께 자취를 감춘다. 밤에는 춥기까지 하다. 가을이다. 가을이 되면 일조량 변화로 인해 사람의 바이오리듬도 바뀐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외로움도 많이 타게 된다는데, 생각해 보면 여름이나, 가을이나 받는 일조량은 별 차이 없을 듯하다. 취재하러 여기저기 이동하는 시간은 아무래도 낮 시간이 많고, 오전이나 저녁에는 기자실이나 사무실, 술자리로 인해 실내에 있는 공간이 많다보니.어제는 두 건의 결혼식-_-에 갔다가 밥을 쳐 먹고 간만에 친구를 만나 맥주 한 잔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소맥이 땡기는 시간. 여기저기 친구들한테 연락을 해보니 너무 멀리-_- 있거나 집에 들어가고 있거나-_- 뭐 하튼 그랬다.몸이 너무 피곤했는..

일상 2012.09.23

술술-_-

출근 전날 과음은 쥐약임을 다시 느끼는 중이다. 더군다나 ‘새벽 6시까지’라는 시간-_-이 더해지니 몸이 말이 아니다. 3시간 자고 일어나 출근-_-. 회의에 들어갔다가 기사를 쓰기 위해 자료를 보는데 데이터가 뇌로 들어올 생각을 안 한다. 결국 점심을 포기하고 근처 목욕탕-_-에 가서 50분 정도 잠을 잤다. 술기운이 남아 있어서인지 정말 잠이 들었는지, 술이 깨면서 말똥해지는 뇌 덕분에 그냥 갖가지 상상을 한 것이 꿈처럼 다가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정신없이 쓰러졌고 일어나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나왔다. 이런 날은 하루 종일 머리가 "띵"하다-_-. 일요일이라 부담감이 적어서, 화요일자 과학면 아이템을 미리 찾아놔서 다른 토요일과 달리 조금 여유를 느꼈던 것이 컸다. 그 여유가 술을 불러왔고-_-..

일상 2012.09.16

귀신

귀신을 봤다. 술 냄새 풍기며 잠이 든 지난 밤. 꿈에서 ‘개통령’의 멤버 이재훈이 나왔다. 내게 기사의 분량, 기사 쓰는 요령 등을 가르쳐 주더니 갑자기 죽어서 축 늘어져 있는 흰색 쥐를 내 노트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기 시작했다-_-. 뭐하는 것이냐, 하며 대드니 자꾸 “나가라”며 나를 뒤흔든다. 계속 내 몸을 밀치고 쥐를 노트 위에 연신 올려놓으며 알 수 없는 주문을 왼다. 너무 세게 미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 시간은 새벽 3시 30분경. 7시 포럼에 참석해야 하는 날, 술도 처마시고 와서 한 시간이라도 더 자야하는데 이게 뭔 일이래-_- 라는 생각으로 다시 누웠는데. 책상 앞에 녹색 빛의 사람 형체가 보였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암호문과 비슷하다. 앞에서 서성이던 사람 형체의 녹색 빛은 마치 ..

일상 2012.09.12

저린 머리

3차 나로호 발사 일정 발표가 있던 11일 오후 2시. 세종로 교육과학기술부 브리핑실에서 나로호 발사 담당자들이 나와 언론 브리핑을 시작하는데 처음엔 여유가 있었다. 관련 기사 검색도 해 놨고, 지지난해 어떤 식으로 기사가 나갔는지도 확인했고.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열심히 받아 치면서 이렇게 쓰면 되겠군, 하며 정리를 했다. 부장에게 전화가 왔고 “그거 날짜 발표지? 뭐 특별한 말 없지?”라는 물음에 “네”하고 대답을 했다. 2시 35분쯤 브리핑이 끝났고 기자실로 돌아와 미친타자-_-를 쳐대며 기사를 썼다. 3시, 기사를 넘겼고 곧 데스킹이 끝났다. 순탄한, 지극히 평범한 흐름이었다.기사를 넘기고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의자를 뒤로 젖혔는데 갑자기 머리통이 저려오기 시작했다-_-. 선배 기자들은 바쁘게..

직장 2012.09.11

생각의 흐름 기법

조깅을 한 지 4개월이 다 되어 간다. 정확히 헬스장 등록이 끝난 6월 10일부터 시작한 조깅. Run keeper라는 어플 덕분에 조깅을 하는 ‘맛’이 생겼다. 등산복-_-과 수영복 바지-_-를 입고 중랑천을 뛰던 나는 어느덧 20만 원 짜리 조깅복과 15만 원 짜리 조깅화, 5만원을 주고 산 암밴드, 달리면서도 빠지지 않는 5만 원 짜리 스포츠 이어폰을 장착하고 중랑천을 벗어나 한남대교까지 7~8km를 달리는 조깅 마니아가 되어 있었다. 얼마 전 500km를 돌파했다. 3개월 만에 이룬 성과, 90일 동안 500km를 달렸으니 하루 평균 5km 이상을 달리고 걸은 셈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 중 한 100km는 자전거-_-다. 그리고 나머지 400km 중 또 100km 정도는 걷기-_-였다. 운동을 못..

원씨 2012.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