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669

살인적인 1주일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1주일간의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주 토요일 오후, 시차적응은 물론 우리나라 말도 어색한 상황-_-에서 일요일 하루 쉰 뒤 월요일 출근. 발제회의로 인한 스트레스를 겨우 이겨내고 술 한 잔 거하게 마신 뒤 눈을 뜨니 화요일 아침. 급하게 잡힌 다음날 출장 준비로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회의 자료를 다시 만들어야 해 12시가 다 되어서 퇴근, 수요일 아침 일찍 경주 출장을 다녀와 다시 회사 컴백하니 9시 반, 출장 기사 정리하고 났더니 12시 40분. 집으로 돌아가 잠을 자려는데 피곤하면 왜 이리 잠이 안 오는 것일까. 뒤척이기를 1시간여, 3시가 가까워졌을 때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뜨니 8시 15분-_- 씻는 둥 마는 둥 출근해 취재를 위해 해외에 계신 박사님 3분께 전화를 돌리고 나..

일상 2012.02.18

공학교육 토론회

“영어 강의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유학생들도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석사에 진학하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연구가 아니라 행정업무와 잔심부름입니다.” 공대생들이 뿔났다. 대학은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나무라고 기업은 학생들의 수준이 떨어진다고 비판한다. 언론은 외국 대학과 비교하며 우리나라 학생들이 공부를 안한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는 정작 공학교육의 수요자인 학생들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궁금했다. 마침 기회가 닿아 한국공학한림원 산하 대학생 모임인 ‘차세대 이공대 리더(YEHS)’ 학생들과 2차례 토론회를 열었다. 10월 11일 부산에서, 11월 19일 서울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학생들의 입은 닫힐 줄 몰랐다. 저녁 9시에 부산에 도착..

딴지 2011.12.02

화장실 어색

화장실 갔는데 직장 선배가 소변을 보고 있을때. 쿨하게 인사를 하면 되는데 직급이 너무 높을 때. 별로 친하지도 않고 말도 대화를 나눈적도 별로 없는 선배라면. 약간 어색. 이를 닦으로 갔는데 누군가 먼저 이를 닦고 있을 때. 내가 늦게 갔으니 이 사람보다는 오래 닦아야 왠지 나를 청결한 사람이라고 여길 것 같다는 생각이... 하지만 굉장히 오랫동안 이를 닦으시는 분이면 낭패. 화장실에 앉아 볼일을 보고 있는데 옆에서 별 해괴망측한 소리들이 들려올 때.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을 때.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옆 칸에 있던 사람과 동시에 나왔을 때... 근데 직장 상사였을때... 사장님이면? 응?

낙서 2011.10.07

노벨상 시즌 끝

2011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는 이스라엘의 다니엘 셰흐트만 교수가 수상이 결정되던 순간인 5일 저녁 6시 45분. ‘준결정(Quasicrystal)’이라는 단어가 뜨자 어리둥절했다. 대체 뭔 소리인지-_- 기사를 맡은 선배는 교과부에서 연신 우셨다. 정말 우신 것 같다. 그러면서도 한 시간 안에 8매 분량의 기사를 뚝딱 써냈다. 전날 물리학상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기사를 읽으면서 ‘아’ 하는 감탄사가 계속 나왔다. 짧은 시간에 내용을 이해하고 1600자를 기사형태에 맞춰 쓰는 것. 그저 대단해 보인다. 난 그래픽 설명과 준결정 관련 전문가를 컨택하고 수상의 의미와 일반적인 멘트를 따는 임무를 맡았다. 전문가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정말 죄송스럽지만 200번-_-했다. 나중에 전화가 왔는데..

자취 2011.10.06

2011 노벨 물리학상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우리시간으로 오후 6시 45분 발표됐다. 초신성을 관찰해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낸 3명의 천체 물리학자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초신성은 별의 진화 단계 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것으로 오래된 별이 압축되면서 폭발하는 것을 말한다. 폭발하는 순간 엄청난 양의 빛이 방출되기 때문에 지구에 있는 망원경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초신성은 수억 년 동안 빛을 내뿜어 이를 관찰하면 우주의 역사를 낼름 거리며 엿볼 수 있다. 아인슈타인과 허블 등 기존의 과학자들은 140억 년 전에 일어난 우주 대폭발(빅뱅) 이후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는 점점 줄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는 지구에서 약 1억 광년 떨어진 초신성을 관찰한 결과였다. 1998년, 이 이론이 뒤집혔다. 미국 로렌..

잡학 2011.10.04

나 지금 떨고 있니

“나 지금 떨고 있니” 내 또래-_-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는 드라마 ‘모래시계’의 마지막 명장면. 사형집행을 앞둔 최민수는 담배를 한대 물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진동’을 알았더라면 이런 말은 못 했을 텐데.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물체는 고유진동값을 갖고 계속해서 떨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에서 감지됐던 이상 진동이 ‘공진(공명)’ 현상으로 잠정 결론 났다. 눈으로 볼 수 없지만 가만히 서 있는 건물, 사람은 모두 떨고 있다. 물체가 갖고 있는 진동과 동일한 진동이 외부에서 가해지면 떨림이 커지는 현상인 공진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이유다. 테크노마트는 12층 피트니스센터에서 ‘태보’를 통해 발생한 진동이 건물의 진동수와 일치하면서 진동이 커졌다고 한다. 변수는 많지만 “오호라”..

전공 2011.07.21

포이동

화마가 남기고 간 상처는 꽤 깊었다. 지붕이 없어 그 기능을 상실한 채 멀뚱히 서 있는 기둥은 검게 그을려 곧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자재들과 타다 만 집기들 때문에 그 곳이 한때 집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남에 위치한 판자촌 포이동은 그렇게 아픈 모습으로 우리를 맞았다. 마을 회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컨테이너 박스 근처에는 주민들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집을 잃은 사람들은 밖에 설치한 천막이나 마을회관, 혹은 불에 타지 않은 집에서 생활을 한다고 했다. 아주 작은 짐을 마을회관에 풀어 놓았다. 아이들이 좋아할 거라며 몸빼 바지와 운동화 등을 챙기는 선생님의 밝은 웃음에 마음 한켠이 저려왔다. 어지럽게 날아다니던 파리를 손으로 헤저으며 포이동을 빠져 나왔다. 먼..

딴지 2011.06.21

포이동 화재

서울 강남에 위치한 판자촌 ‘포이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아침 뉴스를 보며 “아, 왜 어려운 사람들한테 이렇게 불행한 일이 덮칠까”라는 생각을 잠깐 하고 머릿속에서 더 이상의 사고;;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가 포이동 공부방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친구의 외침에 정신이 번뜩;;였다. 현실이라는 것에 많이 무뎌져 있었다. 현실에 분노하고 안타까워하고 슬퍼했던 감정들이 바짝 녹이 슬어 떨어져나간 쇠붙이처럼 쾌쾌한 쇠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조철순 포이동 대책위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울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울고 힘이 빠지면 우리 동네를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현실이었는데, 이제는 크게 분노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잠시 소름이 돋고 한숨을 쉬었을 뿐. 역시 난 대인배, 똘..

기록 2011.06.13

믿음

사람을 믿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믿었다가 뒤통수 심하게 맞고 두 눈 홀라당 튀어나올 법한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코를 세게 얻어맞고 흘러내리는 코피가 입술에 닿았을 때 느껴지는 그 쌉쌀함;;과 같은 느낌은 꽤 오랫동안 지속된다. 인생관을 바꾸기도-_- 하고. 핏줄이라는 이유로 무한 사랑과 믿음을 수렴 발산하는 것으로 알았던 가족간의 관계도 ‘패륜’이라는 이름으로 종종 무너지는 것을 보면 믿음이란 참으로 힘든 일인 것 같다. 이 사람은 언제든 내 믿음을 져버릴 수 있겠구나, 내가 손해 보는 짓을 할 것 같니-_-. 마음 한 공간에 쟁여놓았던 이런 생각들은 실제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내가 겪을 아픔의 크기를 작게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이게 뭔가;;’ 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했..

원씨 2011.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