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41

과학해서 행복한 사람들

'세계의 여성 과학자를 만나다' 프로젝트. 왜 여성 과학자일까. 그들이 남성보다 특출나기에? 뛰어난 석학들이라서? 반드시 본받아야만 하는, 그런 인간상을 갖추고 있기에? 모두 맞는 말일지 모른다. 하지만 '여성' 이라는 이름이 갖고 있는 사회적 한계와 차별은 아직도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이고 그 분야는 내가 현재 몸담고(?) 있는 '과학' 에서도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여성 예비 과학도들은, 성공한 여성 과학자들을 만났다. 그리고 물었다. 어떻게 차별을 이겨냈습니까. 양육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요. 주위의 시선은 어땠습니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그들의 질문 하나하나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과 자신에 대한 불안함이 엿보였다. 하지만 인터뷰이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별로 신경을 안썼거나,..

독서 2007.02.02

당신에겐 철학이 있습니까?

아니요 없는데요, 라고 대답을 하며 책을 집어 들었다. 올 해 독서의 키워드는 경제와 철학이었기에 목표와도 부합되는 측면이 있었다. "책장에 꽂힌 책을 다시 한 번 읽자" 라는 생각은 새 책의 말끔한 표지에 잠시 잊어 버렸지만 가려운 등을 맛깔나게 긁어 준 책이었기에 그만큼 가치있는 선택이었다. 사회 현상의 이것 저것에 대해서, 물론 지엽적으로, 개헌을 찬성합니까 반대합니까와 같은 시의성 있는 주제는 없었다. 윤리적 사회와 도덕적 개인에 대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물음등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 깊은 사유를 드러내며 자신의 생각, 철학을 전개한다. 물론 그의 생각을 무조건 쫓으려는 생각은 없다. 단지 문제를 풀어 나가는 과정, 생각을 정리 해 가는 과정, 사유를 하는 과정의 차근차..

독서 2007.01.30

여자의 심리학

"아하하 재밌으시네요" "어라? 그런데 잼이 어디에 있죠?" 소개팅 나가서 처음 만난 여성에게 "난 띠띠리 디띠야" 와 같은 개그를 날렸을 때, 과연 여성의 심리 상태는 어떠할까. 괜시리 튕기는 것 같은데 적극적으로 나가볼까 어쩔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의 여성의 심리는 어떠할까. 라는 의문으로, 여성의 심리를 알고 좀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을 읽었다간 책의 두께에 한 번 울고 지루함에 두 번 울며 별 다른 대안이 없음에 세 번 운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여성들의 심리를 살펴보고 그 원인과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이 책은 많은 여성들의 여러 심리적 행위를 한 층, 두 층, 여러 갈래에서 파고들며 해석한다. "자신감과 열등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당신" 이라는 책 앞머리의 말처럼 많은 여성들이..

독서 2007.01.30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바라보는 세상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내게 알려준 책이다. 조금 더 일찍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에 그가 쓴 모든 책들을 바로 구입했고 그 자리에서 모두 읽어 버렸다. 그리고 제작년, 시청에 그가 찾아 왔을때, 나는 조심스레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프랑스 폭동 이후로 홍세화에 의해 다소 부풀려진 프랑스 사회의 똘레랑스에 대한 비판글도 여럿 접했다. 허나 어디서나 이방인이었던 그가 느꼈을 절박함과 외로움덕에 어쩌면 프랑스라는 사회가 더욱 친절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을까. '직업에 귀천이 없다' 라는 말이 있는 사회는 직업에 귀천이 있는 사회다, 라는 그의 말에 빗대어 이 책이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 역시 한국 사회의 직업에 대한 인식 덕분일듯 싶다. 택시 운전사가 책을? 그것도 성공미담도 아니고 밝은 사진..

독서 2007.01.05

마이너리그

읽던 책들을 다시 추리던 중, 과 독서 소모임의 첫 책으로 은희경의 '마이너리그' 가 선정되었다. 몇 해 전 선배의 추천으로 낄낄 거리며 읽던 기억이 떠올랐다. 소장하고픈 욕심도 있었기에 잘됐다 싶어 냉큼 서점의 책꽂이에서 조심스레 책을 뽑아(?)왔다. 작가는 책의 첫머리에서 '남자들의 세계에 대한 탐문이 아니' 라고 밝혔지만 읽는 내내 그에게 남자들의 세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준 수많은 남성들이 대체 누구일지(이름은 밝혀져 있다) 궁금했다. 그만큼, 상세하고 또 낯간지러울 정도로 그녀는 남자들의 세계를 꿰뚫고 있었으며 덕분에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뭇 남성들의 심금을 조금은 울릴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 소설은 남자들의 세계가 이러니 저러니 하다는 것을 말하려고 쓴 것은 아니다. '마이너리그' ..

독서 2007.01.02

다시 읽기

대학교 1학년때 부터 나름 모아왔던 책들이 책장에 가득하다. 너무 지저분해 작년에는 책장을 새로 들여 놨었는데 어느덧 책 위를 덮고 덮어 다시 난장판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내겐, 사랑스런 자식 처럼 마냥 이쁘기만 하니 나중에 애를 낳고도 그럴까봐 걱정이다. 다독이 목적이었다. 퇴마록과 같이 재미 위주의 소설만 읽던 독서 습관에서 이제는 대학생이 되었으니 조금 똘똘해져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비소설을 접하기 시작했고 빌려보던 습관에서 책을 소장하는 것으로 조금씩 바꿔나갔다. 그러다 보니 책은 하나 둘 쌓이기 시작했지만 틈틈히, 너무 이해가 가지 않아 덮어 놓은 책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도 책 장 곳곳에서는 뽀얀 먼지에 둘러 쌓인 채 다소곳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도서가 상당하다. 나의 능..

독서 2006.12.28

이건희 개혁 10년

며 칠 후 삼성에 입사하는 친구의 부탁으로 간만에 장문의 독후감을 써봤다. 나 역시 이번 겨울에 인턴을 하게 된지라 관심이 있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소곱창이 너무 먹고 싶어서, 허락을 한 일이었건만 하루 사이에 책을 읽고 다섯장 분량의 글을 쓴다는 것이 내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내내 문득,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때 시작된 선배들의 '주입 교육' 이 떠올랐다. "야, 고연전이냐 연고전이냐?" "연고는 상처난 곳에 바르라고 있는 약일 뿐이야" 이제는 '고연고연' 이 너무 익숙하고 '연..' 하면 무언가 어색하기까지 할 정도로 그 교육의 힘은 대단했다. 어찌 되었건, 그 독후감에 썼던 표현을 인용해 한 문장으로 이 책을 요약해 보자면, "이건희 삼성 회장, 그는 내게 자각과 자극,..

독서 2006.12.27

젊은 날의 깨달음

잘 쓰지 못하지만 작년 한 해, 열심히 썼던 블로그의 글에 반박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재반박글을 열심히 쓰다가 문득 나는 이 글을 심각한 고민 끝에 이렇게 활짝 열린 공간에 자신있게 내놓았는가, 이 글의 나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가, 아니, 나는 이 일에 대해 정말로 진지한 고민을 했던가, 라는 물음에 이르렀고 대답은 아니올시다, 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소심한 나는 블로그계에서 주목받는 블로거들의 글을 탐독하기 시작했고 무작정 올렸던 글의 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공대생이 뭔 글에 대한 집착이 이리 있뇨? 라는 자문에 피식 거리며 '겉 멋만 잔뜩 든' 나를 찬찬히 되씹어 보기도 수차례, 이상시리 결론은, 그래도 글은 잘 썼으면 좋겠고, 생각은 깊었으면 좋겠고, 아는 것도 많았으면 좋겠다. 여튼, ..

독서 2006.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