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씨

간지

방바닥 2008. 12. 12. 00:26

"얘 원씨야. 너도 저 tv에 나오는 애들처럼 왁스 발라서 머리 미친듯이 한 번 세우고 지지고 볶고 다녀봐라. 어쩜 이리 변화가 없니"
 미용실을 다녀오시거나 혹은 중앙동 거리를 둘러보고 난 뒤 어머니는 꼭 내게 이런 말을 하곤 했다. 너도 좀 선글라스도 껴보고, 벙거지 모자 같은 것도 써보고, 머리에 칠도 좀 해보고, 어쩜 애가 변함이 그렇게 없니. '멋' 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나 역시 사람인지라 아무리 일찍이 외모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고 하더라도 가끔씩은 아침에 눈을 떠도 모기가 미끄러질 만큼의 찰진 기름과 한쪽으로 쏠려 1930년대 아리랑 고개를 방불케 하는 떡진 머리, 왕릉처럼 부어버린 눈두덩이와 족히 30여명은 질식사 시킬 수 있는 가공할 만한 입냄새 대신에 불끈 튀어나온 근육을 쓰다듬으며 간지 스타일의 삐쭉빼쭉한 머리스타일의 유지를 꿈꾸기도 한다. 청바지에 흰티만 걸쳐도 조각같은 비율로 자신감있게 강남역 거리를 휘젓고 다니고 바지 하나, 티 하나에서도 느껴지는 스타일리쉬한 그 무언가를 꿈꾼적이 없었다고 하면 졸라 구라일 듯. 하여튼, 난 그렇다. 그래서, 그 이외의 무언가에서 '간지'를 찾는 것이, 그것을 꿈꾸는 것이 아래 사진과 같은 초절정 캐간지를 뿜어낼 수 있는 보다 빠른 방법이라 여겼건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직 '어른' 이 덜 되어서인지 내가 하고 있는 생각들, 고민하고 있는 것들, 태도, 자세 모든 것에 멋이 없음을 느낀다. 마치 한 무리 속에서 몇 마디 하려고 건냈건만 아무도 내 얘기는 듣지 못해 혼자 중얼거린 꼴이 된 그런 상태처럼 뻘쭘하고 머쓱하고 존재감이 없는 듯한 느낌. 아 기분 쌈쌈하다.
 어떻게 하면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올 해 50권도 채우지 못한 독서의 양을 늘려야 하나, 자기 전 머릿속으로 쳇바퀴 돌리듯 굴려대던 많은 생각들에 힘을 불어 넣어야 하나, 자는 시간을 더 줄여야 할까. 쌍, 이러다가 간지는 커녕 유치뽕짝 캡숑 얼라로 생을 마감할까 걱정이다.

'원씨'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09.03.01
인간  (2) 2009.02.07
분석  (2) 2008.11.11
인간  (0) 2008.10.30
결혼  (0) 2008.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