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씨

강박관념

방바닥 2010. 10. 11. 23:48
 조금 더 잘나가고 싶고 소위 말하는 '성공' 이란 삶에 가까워 지는 방법은 간단하다. 노력하고 열심히 사는 삶을 살면 된다. 물론 부모의 재력이라던가 지위, 교육 환경에서 오는 차이는 수십, 수백개의 링크를 걸어 증명할 수 있을 만큼 다채롭지만(?) 일단 성공한 삶을('성공' 이란 단어의 의미 차이도 개개인에 따라 다르기에 그냥 일반적인 성공이라 하자) 산 사람들에게는 언급했던 공통점이 있다. 노력하고 열심히 사는 삶.
 쉽고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이 말이 아직도 통용되는 것은, 그리고 회자 되는 것은 많은 이들이 그렇게 행동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20년 정도만 살아도 알지 않을까 싶은 이 말은 지난주 일요일 야구를 보다가 잠들어 무려 14시간 만에 일어난 원씨에겐 강박관념처럼 끈질기게 매달려 있는 말이다.
 '나도 조금만 안놀면 될텐데, 아이폰 갖고 조금만 덜 놀고 책을 읽으면 될텐데, 누워서 티비 그만 돌려 보고 조금 더 유용한 일을 해야 하는데, 술자리가 아무리 좋아도 딱! 끊고 들어와서 마저 해야 할 일들을 하면 되는데, 좀비 B급 영화 그만 찾아 봐야 하는데', 라는 생각 까지는 좋은데 이제는 슬슬 '회사를 빨리 퇴근해서 신문 봐야 하는데, 잠을 덜 자고 책을 읽어야 하는데(요 근래 3~4시간씩 자다가 어제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읽어야 하는 블로그, 책들이 쌓여 있는데 늦게 퇴근하면 대체 뭘 하라는거야!' 라는 생각까지 번져 버렸다. 어쩌면 지금 내게 주어진 것 중 하나가 회사 일인데 이는 아예 뒷전으로 내팽겨버리고 지난 주 내내 기본 2시까지는 책을 뒤적이거나 아이폰을 만지작 거리며 보냈으니 회사에서 아침에 제 정신일 수가 없다(뭐 그리 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괜찮긴 하지만-_-).
 결국 토요일 원하던 만큼의 할일을 끝내지 못하고, 술을 쳐묵고 와서는 일요일 14시간 동안 시체처럼 쓰러져 버린 자신을 한없이 탓했다. 너 뭐 될라고 그러냐, 이런 빙신아, 그렇게 쳐 놀고서는 정신 못차렸냐, 중요한 면접이 코앞인데 준비 안하냐, 등등 자신에게 갖은 욕을 해대다가 스스로 무기력증에 빠져 버렸다-_- 이건 뭐야 대체;;
 조금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아무리 자책해 봐야 '최선을 다했다' 고 남부끄럽지 않게 생활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트루먼쇼처럼 내 방 곳곳에, 내가 돌아다니는 길목에 카메라 설치해 놓고 24시간 추적하면 참으로 부끄러운 짓도 많이 하는 인간이기에 괜시리 칼 같은 잣대를 들이밀며 스스로를 옭죌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천천히, 이렇게 멍 때리며 이런 저런 생각들도 하고 일단 올해 말까지 준비하고 있는 일들을 중점적으로 차근차근 밟아 나가야겠다. 그러다 다 실패해 버리면... 내년엔 진짜 미친듯이-_- 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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