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온 산학과제 계획서를 훓어 보다가 슬쩍 빠져 있는 엉덩이와 좁은 의자에 커다란 면적을 차지하는 허벅지 두 짝을 올려 놓고 양반다리로 앉아 있는 내 모습이 참으로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일' 이라는 것에 간만에 '집중' 이라는 것을 하려는 찰나에 또 다시 잡생각들이 머리를 들쑤셔 놓았다.
그냥 지금 내게 주어진 일에 만족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적지 않은 돈을 받으며 경쟁사의 많은 팀들처럼 10시, 11시, 심지어 12시가 넘어서까지 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되고, 매주 수요일 가정의 날을 맞아 5시 칼퇴에 금요일도 눈치 안보고 5시 후딱 퇴근. 주말 출근 없고 엄청난 복지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 다시 언급하지만 정말 중요한 적지 않은 돈. 아 대체 이런 직업이 세상에 어디있느뇨.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집에 돌아와 읽고 싶었던 책을 열나게 읽고 자기 계발 차원에서 영어 스터디와 전화 영어 정도를 꾸준히 하면서 블로그와 트위터를 뻔질나게 들락 거리는 삶. 친구들을 만나고 부담없이 술을 한 잔 하고 찌뿌둥 할 때는 영화 한편 감상하며 티비 앞에도 자주 앉아 현실의 리듬을 따라가는 삶. 매일 30분 정도는 근력 운동을 해주고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집에서 사이클을 타면서 땀도 쪽쪽 빼주고 매일 아침에는 30분 정도 일찍 일어나 신문 뒤적 거리며 하루하루를 체크하는 삶. 아, 진짜 환상적이고 판타스틱!(고인의 명복을 빕니다)한 삶이 아닌가!
근데 왜 나는 그런 삶을 살지 못하고 있을까. 누가 그렇게 하지 말란 것도 아니고 지 혼자 새침해 져서는 되도 안되는 목표를 세워 놓고 질질질질 스트레스만 받아 가며 요거 쪼금, 저거 쪼금, 요지랄 떨고 있는 건 아닌지. 아직도 정확한 답이 뭔지는 모르겠다. 더 똑똑해지고 사람답게 살고 싶은 거라면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은 약간 방향이 다른 것 같고, 내 삶에 내가 만족하고 스스로 나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기 위해서라면 이 고단한 삶을 선택하는 것이 맞긴 하지만 워낙에 소심한 사람인지라 실패했을 경우 놓쳐 버린 기회 비용에 배가 아플 것만 같다.
즐겁게 살기. 그거 쉽다. 마음 먹기 하나로 머리카락이 덜 빠지고 넉넉한 수면 시간에 건강한 삶, 건전한(!) 생활이 가능해질 수 있다. 그런데 이 지랄 맞은 성격은 왜 그 쉬운 길을 택하지 못할까. 업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