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씨

귀 빠진 날

방바닥 2009. 9. 18. 18:55
검색어 '생일', 검색 클릭. 2년 전부터 나온다. 2006년 같은 기간의 목록에는 '생일' 과 관련된 글이 없다. 그러고 보니, 여지껏 살면서 기억에 남는 생일을 보냈던 적이 언제였는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정말 기억에 없다. 작년 생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회사 사무실에서 찡겨 앉아 있다가(파업하는 날이었다) 아침, 점심 모두 먹지 못하고 눈치 보며 5시 퇴근(금요일이었다), 오는 길 퇴근 버스에서 잠이 깊이 드는 바람에 내릴 때서 못 내리고 한참을 걸어 집에 도착했더니만, 엄마 왈 "왜 이리 빨리 왔냐... 미역국 아까 다 태워 먹어서 먹을 게 없는데..." 결국 오는 길에 빵집에서 샀던 빵 몇 개로 자축하며 새벽 닭이 울 때 까지 '좀비'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아, 어쩌면 이런 생일이 더더욱 기억에 남을지도!
 중고등학교 때의 기억은 정말 흐릿하고 가족들과 아웃백에서 함께 밥을 먹던 기억이 나는데 언제인지는 확실치 않다. 03년 훈련소 입대를 앞두고 4급 축하겸 케잌에 초 네개 꽂아 놓고 뒤늦은 생일 파티를 선배, 동기, 후배들이 해 줬던 기억이 나고 그 외에는 엄마가 생일 축하한다고 보내 준 용돈으로 동기들과 저녁을 함께 했던 것 같다. 아, 고등학교 때는 피자몰에 가서 피자를 먹었구나!
 내 삶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인지, 어디다 나의 삶을 영화로 만들어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열심히 살지 않아서인지, 혹은 꼴에 생각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돌곰(석웅)처럼 성격이 밝지 못해서인지 생일날 친구들 쫘악 불러 놓고 술 한잔 하는 '문화' 가 익숙치 않다. 그리고 이상시리, 그 날 하루의 주인공이라는 대접을 받는 것도 왠지 손발이 오그라드는 기분이고 '생일 축하해' 라는 말에 '고맙다' 라는 말 이외에는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 괜히 혼자 어색해지고 우물쭈물. 그래서인지 어디가서 내 입으로 내 생일이 언제요, 하고 말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이유야 어쨌든, 1년마다 어김없이 찾아 오는 생일이 돌아왔다. 이번 생일은 내 귀를 빼내기 위해 애쓰신 엄마께 작은 선물도 하나 준비를. 들어 가는 길에 밖에서 저녁 먹자고 전화 드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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