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씨

state

방바닥 2009. 8. 20. 18:00
 주변에 잘 난 둘레인들이 너무 많아서 대학 시절 내내 그들은 내게 항상 자극제와 자각제가 되었다. 허나 회사에 입사하고 난 뒤,  그들의 모습에 비추어 나를 되돌아 볼 때 마다 느껴지는 후퇴감과 그로 인한 조급함이 일때면 '나라고 못할소냐' 라는 주먹불끈 열정 보다는 이상시리 한숨부터 나온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거라는 선택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일까.  2004년도 초, 하고 싶은 일이 있었고, 꿈이 있었고, 모자란 나의 능력을 극복하자는 열정이 있었기에 간혹 무식한 자신에 한탄하며 "내가 밥은 먹을만한 인간인가" 라는 자괴감에 빠졌을 때 헤어 나올 수 있었다. 나름 상당히 심각했었는데 밥 맛이 없어 밥상을 앞에 두고 멍 때리며 저만치 밀어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 내가 버려야 할 것은 과거의 '환상' 이다. 이런 저런 활동을 했었네, 누구 앞에서 발표를 했었네, 칭찬을 받았네, 이러저러한 많은 일들을 했었네 따위의 집착. 당시 누군가 치켜 세워 주는 입바른 소리에 취해 사회에 나가서도 내가 정말 '잘' 나갈 줄 알았다(자신감이 있었다 정도로 해석). 허나 일 없이 앉아 누구는 이랬대더라, 지금 어디에 입사 했다더라 따위의 소리만 듣고 있다 보니, 그리고 신입사원 주제에(이제 1년차) 팀내에 흘러 다니는 너무도 많은 소리를 듣다 보니(힘의 논리에 관한) 사원이 가져야 할 '패기'와 '열정' 이 온데간데 없이 증발 해 버렸다. 증발 해 버린 것들을 다시 꾹꾹 응고 시키는 것은 엔트로피의 법칙을 거슬러야 하기에 정말 어려운 일. 아마도, 내가 지금 계획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면, 내부 에너지가 아닌 외부 에너지의 압박에 의해 증발되어 버린 것들을 하나 둘 주서 모을지도 모르겠다. 그 생각은, 그리고 그  때의 나의 모습은 참으로, 비참하다. 

'원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 빠진 날  (0) 2009.09.18
반성  (0) 2009.09.16
죽어가는 블로그  (6) 2009.07.23
  (0) 2009.07.22
어른 vs 얼라  (0) 2009.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