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김을 기억하는가. 로버트김 후원 사이트에 따르면 "1996년 9월 24일, 당시 미 해군 정보국 군무원으로 근무하던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김이 주미 한국대사관 해군무관인 백동일 대령에게 국가기밀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FBI에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미국의 주장에 의하면 미국 시민권자인 로버트 김이 자신이 충성을 맹세한 국가의 기밀을 빼돌려 모국에 넘겨줌으로써 미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내용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미 외교관계, 남북한, 나아가 미국과의 관계, 로버트 김 개인적인 불운까지 겹쳐 사뭇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라고 나와 있다. 조금 더 상세한 내용은 북한의 잠수함 침투 사건 시 미국에 있던 백동일 대령이 은근슬쩍 로버트 김에게 이에 대해 물었고 그에 대한 각종 정보를 알고 있던 로버트 김은 미국 몰래 관련 정보를 넘겨 주었다. 문제는 당시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물망초에 물 차오르듯(?) 두 손 꼭 붙잡고 고무줄 할 정도로 친한 사이였대나 어쨌대나. 결국 우리의 수장 김영삼씨는 클린턴과의 만남에서 "그는 한국과 아무 상관이 없다" 라는 모르쇠로 일관했고(어찌보면 영삼씨 입장에서 그럴지도) 로버트김은 소송으로 모든 재산을 날리고 연금까지 DELETE 된 비운의 인물이었다. 결국 10년 형을 선고 받았고 모범수로 8년여만에 석방되었지만 그의 수중에는 땡전한 푼 없었다 한다.
언제 신청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 문제가 이슈화 됐던 때에 그의 후원 사이트에 가입했고 그가 보내는 '로버트 김'의 편지를 신청해 메일로 받아보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는 그냥 메일이 오나보다, 하고 넘기던 것을 몇 번 핥아보니 이 분, 한국에 대해 참 많이 모르시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남긴다. 우선 1월 21일에 배달된 그의 편지.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는 작년에 새로운 대통령을 탄생시켰습니다. 그것도 경제를 잘 안다는 사람을 지도자로 뽑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제시하는 경기 부양책에 회의를 갖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대다수의 국민은 아니지만 이 회의와 불만을 말로 하지 않고 거의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밤에 길로 나서게 한 것은 그 내용이 모든 국민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싫은 말도 듣기 좋게 들리고 또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동을 받게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쉬운 말로 직접 가슴에 와 닿게 합니다. 그리고 서민적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다가옵니다. 그가 유색인종이기 때문에 그의 말이 그렇게 들리는 것이 아니고 백인들도 그의 말에 동감하고 기대를 걸게 합니다. 이는 그가 자란 배경과 교육이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지도자들과 국민들 모두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는 그런 나라를 만들기를 바랍니다. 이는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드는 씨가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사회는 말로 하면 들어주지도 않고 기자들이랍시고 제대로 취재하지 않고 신문에 내보내지도 않는 그런 사회입니다. 결국 그들이 택한 것은 조금 더 눈에 띄는 과격시위가 된거죠. 그리고 뭐, 밤에 이성을 잃고 뛰어 다니는 그 사람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서민, 국민이었습니다. 하나 더, 이명박씨와 똑같은 말을 하고 계시는데 소통이란 주고 받음이지 권력을 가진 자의 일방통행이 아닙니다. 소통이 필요한 것은 국민이 아닌 바로 이명박이죠.
그분이 구상하고 있는 것이 국가와 국민들을 위한다는 것을 국민들과 여야의회에 투명하게 설명되어 모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국정을 집행해 나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국민들도 냉정한 판단력으로 국가의 미래를 위해 너그러운 마음의 소유자가 되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을 빠르게 헤쳐나가게 되기를 바랍니다.
1월 29일 편지에서는 "그분이(명박) 구상하고 있는 것이 국가와 국민들을 위한다는 것을" 이라면서 단정 짓고 계십니다. 그분이 구상하고 계신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함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상위 1%와 대기업을 위한다는 것을 모르시나 봅니다. 때문에 국민들은 로버트김 할아버지가 말씀하시는 그 너그러운 마음의 소유자가 될 수 없습니다. 결국에, 우리가 선진국이 되지 못하는 것은 명박이의 구상을 몰라주는 국민들 때문이라는 말씀이신가요? 앞뒤를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2월 4일, 바로 오늘 아침에 하신 말씀은 더욱 가관이었습니다. 돈이 없어 후원금으로 사신다는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다니, 후원금이 꽤 넉넉한가 봅니다.
이번에 저는 한국과 미국이 다른 점을 또 한가지 재확인했습니다. 미국은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을 해고하면 이들은 회사방침을 이해하고 조용히 회사를 걸어 나옵니다. 이것이 한국과 너무나 다릅니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회사운영상 회사가 문을 닫거나 노동시간을 줄이게 되면 이것을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보이고 있는 지도력과 활동력이 우리나라 지도자들에게도 자극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미국에 계신 분이, 그 사회 속에 묻어 계신 분이 오바마의 정책에 대해, 오바마의 관점, 그리고 그가 말한 수많은 연설을 못들으신 겁니까? 아니면 그가 정책 속에서 반영하려는 서민을 위한 여러 대책에 관한 기사는 못 본 척 넘어가시는 겁니까? 회사가 어려우면 무조건 노동자들을 자르면 되고 그리고 쫓겨난 그들은 '아이고 회사가 어려우니 내 임금을 반납하고 나는 무일푼으로 살면 회사가 살아나겠구나' 라는 마음으로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그 발상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궁금합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구조조정으로 그 위기를 타개해 나가는 것은 맞지만 왜 그 구조조정 1순위는 회사가 그 위기가 되도록 대처하지 못하고 1년에 몇 십억, 몇 백억씩 버는 지도자가 아니라 그들이 시킨대로, 파생이니 뭐니 아무것도 모르는 노동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겁니까. 그 수많은 노동자들이 바로 경기 활성화의 주체라는 것은 왜 또 모르시는 겁니까. 미국의 빅3 자동차 노조 역시 고용 불안에 대한 파업을 하는 것은 못보셨나봅니다.
로버트 김 할아버지. 조금만 더 시간이 있다면 그 전의 모든 편지를 정독하여 한국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부분을 하나하나 설명해 드리고 싶지만 시간도 없고 또 워낙 글발, 말발, 지식이 부족한지라 더 이상 글을 쓰기가 민망합니다. 저는 일개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지극히 그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하고 있는데 멀리 타국에 계신 분이 이런 위험한 말씀을 남발하시면 안되죠. 후원회 사이트에서 보니 성금 명단에 '이명박'이 있는데 그 분이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 그분이 맞나요? 뭐 어찌되었건 앞으로는 편지 쓰실 때 조금 더 읽고 생각하신 뒤에 써주셨으면 합니다. 아직 회사에서 일이 없다보니 메일로 날아오는 편지 하나하나가 제겐 너무도 소중하거든요. 크크크. 그럼, 다음 편지를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