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

묻어가기

방바닥 2007. 1. 4. 02:12
"야, 난 평화주의자야"
"그럼 이쪽은 공산주의자!"

친구의 '평화주의자' 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같이 있던 한 여성이 이야기했다. 누가 나보고 중동사람 닮았다는데 너무 짜증나더라, 라는 말을 듣고 난 뒤에 약간 뾰로똥해 져 있던 나는 '그럼, 왜 중동사람, 동남아 사람 닮았다는 말에는 기분이 나쁘고 서양사람 닮았다는 말에는 기분이 좋을까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었지만, 말도 잘 못하면서, 괜시리 분위기 깨고 싶지 않아 가만히 있었던 터였다.
그 와중에 그런 말까지 듣자 가만히 있기도 그렇고, 자리도 별 재미없던터라 그 여성에게 이야기했다.

"평화주의의 반대말이 공산주의는 아니잖아요"
그러자 대뜸,
"아니 왜요? 공산주의 나쁜거잖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데요?"
"아니, 그럼 그쪽부터 얘기해봐요. 왜 공산주의가 안나빠요?"
"공산주의를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쪽부터 얘기해봐요"

몇 마디 던지다가 그만 두었다. 설득시킬 자신도 없었을 뿐더러 같이 있던 친구들도 괜시리 심각해지는 것이 싫어 농담으로 대화를 유도했다. 공산주의라는 것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평화주의의 반대말이 대체 왜 공산주의라는 것일까. 그것도 나이 많으신 어른이라면 어렸을 적 물들었던 반공주의덕에 그렇다 치더라도, 내 또래의 젊은 분이, 아무렇지 않게 '왜 공산주의를 옹호하느냐' 며 눈을 동그랗게 떴을때는 깜짝놀랄수 밖에 없었다. 요즘 그런 사람 찾기도 힘이 들던데.
괜시리 세상을 삐딱하게 사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냥그냥 묻어갈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인상을 찌푸리다보니 관계만 어색해지고 너 왜이리 틱틱 거리냐, 라는 소리 듣기 딱 좋다. 남자들끼리 모여 음담패설을 나눌때도 그냥 조용히 있을때가 많다. 왜 어울리지 못할까. 꼴에...
어차피 나의 인생은 마이너다. 메이저급의 언변과 논리력, 머리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머리가 따라가려니 다리는 이미 찢어질대로 찢어졌다. 꼴에 뭐 잘났다고, 라는 말이 머릿속을 자꾸만 맴돈다. 어설프게 세상을 어렵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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