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연구 장학생 합격 소식을 듣고 말 하지 않아도 먼저 와서 축하해 준 많은 이들과 내가 말을 건냈을 때 부리나케 전화를 걸어주거나 서로 마주보며 들뜬 목소리로 축하해 준 친구들과 후배들, 그리고 선배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연구장학생이란 무엇인지, 현대차의 입지나 레벨 정도가 어떻게 되는지를 가늠해 보는, 한 마디로 "나 지금 조낸 배아프다. 너가 뭔데 거길 붙어?" 라는 식의 말도 들었다. 일례로,
"나는 뭐, 현대자동차는 원래 생각도 안하고 있던거라..."
"원씨는 성적이나 뭐 그런것 때문이 아니라 많은 활동을 해서 붙은거잖아요...."
정말 유치한 발상이지만, 만약 현대자동차 연구장학생에 붙은 뒤에 이런 말을 하면 그러려니 하겠다. 하지만 어떠한 일이 있는지도 모른채 단순히 끌어 내리려 하는 여러 사람들의 말투에 '인생을 헛살았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첫 번째 말에 대한 답을, 나 역시 유치하게 이어가겠다. 이번 경쟁률은 6:1 정도였다고 한다. 이 정도 경쟁률이 별거 아니라고 한다면 나는 할 말 없다. 모두 다 쟁쟁한 친구들이었고 나로 인해 떨어진 친구들이 나보다 못났기에 떨어졌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두 번째 말에 대한 답은, "너는 현대자동차에 관심이 있니?" 라고 물었을 때 나와야 하는 답이다. '원씨가 현차 붙었대' 라는 말에 나올만한 대답은 분명 아니다. 한 마디 더 하면, 일단 붙은 다음에 포기 각서를 쓰던가 해라.
세 번째 말을 한 사람은, 앞으로 면접 걱정 없을 듯 하다. 내가 만났던 면접관 한 분은 합격의 기준이 뭐냐는 질문에 자기는 "솔직함과 당당함을 봤다" 고 답했다. 그리고 그 기준은 내 앞에 앉아 있던 다섯명의 면접관마다 틀릴 것이 뻔한데 대체 누가 원씨의 합격 사유가 '수많은 경험' 때문이라고 말했을까. 심지어 나는 자기 소개서에도 내가 했던 많은 활동들을 다 쓰지 않았다. 자격증 역시 두 개 만 쓰게 되어 있어서 남은 여러개의 자격증은 쓰지도 못했다. 이 말을 한 이는 원씨의 학점과 토익 점수가 낮다고 생각을 했는데 붙었기 때문에 무언가 다른게 있을 것이고 때문에 자신은 나보다 학점과 영어 성적이 좋을게 뻔하니 붙는 것은 쉬운 일이다, 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새다. 때문에 원씨가 밖에서 활동하는 동안 나는 과도관에서 공부를 했다, 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많은 대외 활동을 한 것과 학점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내가 과도관에 쳐박혀 있는다고 해서 학점을 잘 받을 자신이 없는 것 처럼 말이다. 그리고 단순히 대외활동을 했다기 보다는 그 과정에서 얻은 수많은 것들이 내게는 더욱 소중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강연과 세미나에 참석했으며 학교에서는 좀처럼 할 수 없는 발표와 사회등을 경험했으며 그 와중에서 많은 것을 읽고 생각하고 익혀나갔다. "나도 학업에 덜 신경쓰고 대외 활동 많이 하면 그건 쉬운 일이다" 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을 들을 때마다 씁쓸히 웃으며 "잘나셨네요 참" 이라는 말을 되돌려 주고 싶다.
아. 내가 왜 이리 유치해 졌을까. 무엇보다, 친하게 생각했던 이들의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올 때는 내 자신이 갈기갈기 찢겨지는 기분에 씁쓸한 표정을 지울수가 없다. 나는 남들보다 일찍 붙었을 뿐, 내 년, 내 후년이 되면 지금 내게 그런 말을 건낸 이들도 모두 번듯한 기업에 입사해 나의 축하를 기다릴지 모른다. 난 그 때가 되면 진정 축하를 해 주겠지만, 혹, 그들은 모르겠다. '거봐, 나도 너처럼 이렇게 합격할 수 있다니까. 별거 아니잖아' 라는 생각을 할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