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수해봉사활동

방바닥 2006. 8. 16. 15:34
 수해가 남긴 상처는 꽤나 깊었다. 산 중턱 곳곳에 무너져 내린 흔적들은 찢겨 너덜거리는 살점들처럼 깊은 생채기로 남아 있었다. 마을 운동장에는 산사태로 집이 무너진 사람들을 위한 컨테이너가 놓여 있었다. 황량한 모래벌판에 놓여진 허름한 파오같은 모습에서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틀 동안 전국에서 온 구호물품을 마을별로 분류하고 나눠주는 일을 맡았다. 처음 면사무소로 들어갔을 때 나를 반긴 것은, 할아버지벌 되는 분의 "제발 한 명만이라도" 라는 말과 공무원의 "사람이 부족해요" 라는 대화였다. 자원봉사를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아쉽게도 조금 깊은 곳이라 그런지 공급이 많이 부족해 보였다.

이틀 동안 꽤 많은 분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나 홀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시며 봉사 활동을 하신다는 탁덕균 국장님의 모습에서 만날 시간 핑계를 들이밀며 이 일을 미뤘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제 시작이다.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남은 대학생활의 마지막을 위해, 조금 더 뜻깊고 보람찬 남은 내 인생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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