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안개 낀 날

방바닥 2008. 10. 20. 09:53
 안개가 가득하다. 이렇게 안개가 가득하니 공기를 덮은 날에는 손에 잡힐듯 말듯, 피부에 닿을 듯 말듯한 뿌연 입자들의 모습이 스팀팩으로 담배 두개피를 연이어 핀듯한 몽롱함을 일으킨다 . 5m 앞이 보이지 않는데 1m 를 다가서면 4m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또 다시 5m 앞이 보이지 않는 반복되는 가시거리의 반복 역시 허접 공대생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던 의문점이기도 했다. 자신이 보기에 바로 내 주변에는 안개가 없는 듯 하지만 5m 밖의 사람이 보는 나는 분명 안개 속에 갇혀 있는 듯 보일터이니 5m 를 경계에 두고 고개를 살짝 넣었다 빼면 그 옛날 유명했던 "영구없다" 의 한 장면을 연출해 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낄낄낄.
 확실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침에 안개가 낀 날에는 괜시리 기분이 좋다. 흐리거나, 비가 오거나, 맑은 날의 시작은 언제나 같은 일상의 반복을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뿌연 안개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오늘은 특별한 날이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어쩌면 항상 똑같은 일상에 젖어 있기에 안개낀 도시속의 내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듯한 흥분을 가져오는 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아침 출근길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걷는 7~8분의 발걸음이 너무도 가벼웠다. 그러나, 안개로 인해 셔틀버스가 충분히 제 속도를 못내고 게다가 월요일 아침이라는 이유로 길막힘 현상의 증가(휴일 다음날은 왜 길이 막히는지 아직도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로 인해 7시 55분에 회사에 도착, 늦을까봐 부랴부랴 사내 셔틀버스를 바로 갈아탔기에 아침은 커녕 빵 조차 구경하지 못했다. 배고프다. 앞으로 주중에 안개가 끼는 날은 이전처럼 즐거울것 같지만은 않다. 꼬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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