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뒤미온은 라트모스 산에서 양을 치는 미남청년이었다. 어느 맑고 조용한 밤,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하계를 내려다보다가 이 미남 청년이 자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끌렸다. 젊은이의 빼어난 아름다움은 이 처녀신의 차가운 마음을 따듯하게 녹여 놓았다. 결국 이 처녀신은 젊은이 있는 곳으로 내려와 그에게 입맞추고는 자고 있는 그를 지켜 주었다. 아르테미스는 젊은이가 만날 잠이나 자다가 재산을 잃지나 않을까 염려했다고도 한다. 그래서 여신이 그의 가축 수를 불려주고 야수가 양떼를 해코지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벌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중-
비록 '얼굴' 은 엔뒤미온이라는 꽃미남 청년은 따라가지 못할손 치더라도 마음만은 그보다 더욱 여유롭다. 내일 있을 시험과 화요일에 있을 '더블헤더' 시험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논다. 그러고 보니, 할 일이 참 많다. 유로 2008도 챙겨봐야 하고 넋놓고 인터넷도 몇 시간씩 해야 하며 잠도 자야 하고 당구도 쳐야 하고 친구들과 노가리도 열심히 까먹어야 하고 친구 만나러 여기저기 다녀야 하고 한림원에서 온 토론회 원고도 정리해야 하고 시험 공부도 해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신문도 읽어야 하고 핸드폰 게임도 해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고 방 청소도 해야 하고 올블로그에 들어가 이런 저런 글들도 읽어야 하고 비타민도 먹어야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침대에 누워 있기도 해야 하고 문자질도 해야 하고 전화 통화도 해야 하고 토요일 전공 발표 준비도 해야 하고.
그래도, 나는 논다. 억지로 노는 지금 이 순간. 즐겁다. 어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