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앨범을 찍은 날 들어가지 못했던 전공수업의 과제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목요일 수업에 들어가니 여학우들이 아우성을 치길래 뭔일인가 봤더니 '6월 6일 현충일 아침 10시에 영어 오랄 테스트' 가 있단다. 니미, Photoluminescence, XPS, EDS, UPS 등 총 12개의 전공 관련 용어를 무작위로 펼쳐놓고 주사위를 던져 5분간 영어로 설명을 하란다. "교수님, 다음주에 해요" "교수님, 조금만 줄여주세요" 이와중에 나는 "교수님, 저는 오늘 알았는데요" 라는 말을 해대고 있으니 뭐.
결국 집에 가려던 계획을 뒤로 하고 간만에 책상에 앉아 펜을 굴렸다. 새벽 4시쯤 모든 용어의 영어 스크립트를 완성하고 한 번 쭈욱 읽어본뒤 너무 졸려 2시간만 자고 일어나자는 마음에 핸드폰 알람과 시계를 맞추어 놓고 잠자리에 들었건만, 눈을 뜨니 시간은 10시 14분을 지나고 있었다. 그대로 츄리닝을 챙겨입고 모자를 쓰고 아무 옷이나 입은 뒤 강의실로 달려가니 10시 18분. 늦어서 일단 10% 감점을 맞고 들어서니 뭐, 할 말 다했다. 내 차례가 왔고 정말 뻔뻔하게, 몸짓 손짓 다 써가며 여유로운 척, 발표를 마쳤고 "너 참 뻔뻔하다 허허허, B 줄게 그냥" 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쾌재를 부르며 단상을 내려왔다. 중간은 갔으니 대만족.
집에 내려왔다. 주말마다 뭔 놈의 약속이 그리 잡히는지 또 3주만에 들르는 듯 하다. 내일 역시 고교방문전공설명회와 인재제일 기자단 회식등 갖가지 일정이 잡혀 있고 일요일에는 거진 마음이 쏠리고 있는 H기업의 인적성 시험을 위해 서강대로 가야 한다. 그러고 보니, 다음주에는 친구 형님의 결혼식이 또 기다리고 있다.
집에 들어오니 부모님이 날 대하는 태도가 유들유들, 폭신한 카스테라 빵처럼 부드럽기만 하다. 방안 한 켠에 놓여 있는 P기업의 입사 축하 화한에는 "얘야. 왠만하면 하루 이틀이면 다 죽는데 아주 좋은 꽃만 골랐나보다. 온 집안에 냄새가 진동을 하네" 라는 어머니의 살가운 댓말이 덧붙여져 있었고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원씨 늦게 온다더니 일찍왔어? 미리 연락하지 그랬어. 나가서 저녁이라도 먹을걸" 라는 아버지의 음성도 나를 가볍게 포옹하는 듯 다정다감하게 다가온다. 오늘만큼은 내가 마루에 누워서 바지에 똥을 싸도(!) "아이고 내새끼" 할 것 같은 기세다.
다음주에는 전공시험이 날 기다린다. 면접 덕택에 중간고사를 보지 않았기에 공부를 하지 않았고 그 뒤에도 뭐, 수업 자료 하나 뽑지 않았기에 말 그대로 제로 베이스 수준. 공부를 해야 하는데 한 쪽에서는 '얼마나 남았다고 공부니. 그냥 졸업만 해도 되지 않니' 라는 말이 들리고 그 반대편에서는 '우리 유종의 미를 거두는게 좋지 않겠니? 자 어여 책펴자' 라는 쓰잘데없는 소리도 들려온다. 아무래도 전자를 선택할 확률이 농후한 원씨다.
그저 그렇다. 즐겁고 특별한 일이 생길 듯 말 듯 한 일상의 연속. 좀 시원스럽게 터져줬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피곤한 하루. 잠이나 쳐 자는게.
결국 집에 가려던 계획을 뒤로 하고 간만에 책상에 앉아 펜을 굴렸다. 새벽 4시쯤 모든 용어의 영어 스크립트를 완성하고 한 번 쭈욱 읽어본뒤 너무 졸려 2시간만 자고 일어나자는 마음에 핸드폰 알람과 시계를 맞추어 놓고 잠자리에 들었건만, 눈을 뜨니 시간은 10시 14분을 지나고 있었다. 그대로 츄리닝을 챙겨입고 모자를 쓰고 아무 옷이나 입은 뒤 강의실로 달려가니 10시 18분. 늦어서 일단 10% 감점을 맞고 들어서니 뭐, 할 말 다했다. 내 차례가 왔고 정말 뻔뻔하게, 몸짓 손짓 다 써가며 여유로운 척, 발표를 마쳤고 "너 참 뻔뻔하다 허허허, B 줄게 그냥" 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쾌재를 부르며 단상을 내려왔다. 중간은 갔으니 대만족.
집에 내려왔다. 주말마다 뭔 놈의 약속이 그리 잡히는지 또 3주만에 들르는 듯 하다. 내일 역시 고교방문전공설명회와 인재제일 기자단 회식등 갖가지 일정이 잡혀 있고 일요일에는 거진 마음이 쏠리고 있는 H기업의 인적성 시험을 위해 서강대로 가야 한다. 그러고 보니, 다음주에는 친구 형님의 결혼식이 또 기다리고 있다.
집에 들어오니 부모님이 날 대하는 태도가 유들유들, 폭신한 카스테라 빵처럼 부드럽기만 하다. 방안 한 켠에 놓여 있는 P기업의 입사 축하 화한에는 "얘야. 왠만하면 하루 이틀이면 다 죽는데 아주 좋은 꽃만 골랐나보다. 온 집안에 냄새가 진동을 하네" 라는 어머니의 살가운 댓말이 덧붙여져 있었고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원씨 늦게 온다더니 일찍왔어? 미리 연락하지 그랬어. 나가서 저녁이라도 먹을걸" 라는 아버지의 음성도 나를 가볍게 포옹하는 듯 다정다감하게 다가온다. 오늘만큼은 내가 마루에 누워서 바지에 똥을 싸도(!) "아이고 내새끼" 할 것 같은 기세다.
다음주에는 전공시험이 날 기다린다. 면접 덕택에 중간고사를 보지 않았기에 공부를 하지 않았고 그 뒤에도 뭐, 수업 자료 하나 뽑지 않았기에 말 그대로 제로 베이스 수준. 공부를 해야 하는데 한 쪽에서는 '얼마나 남았다고 공부니. 그냥 졸업만 해도 되지 않니' 라는 말이 들리고 그 반대편에서는 '우리 유종의 미를 거두는게 좋지 않겠니? 자 어여 책펴자' 라는 쓰잘데없는 소리도 들려온다. 아무래도 전자를 선택할 확률이 농후한 원씨다.
그저 그렇다. 즐겁고 특별한 일이 생길 듯 말 듯 한 일상의 연속. 좀 시원스럽게 터져줬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피곤한 하루. 잠이나 쳐 자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