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연락

방바닥 2007. 5. 24. 21:00

 과도관이 비기 시작했다. 책에 머리를 꼴아 박고 30분 정도 죽어 있다가 일어나니 삐질삐질 흘린 땀 때문에 책은 미농지가 되어 있었고 이마에는 살짝쿵 흐릿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노트북을 열고 네이트온에 접속, 간만에 1촌 친구들의 미니홈피를 눌러가며 일명 '파도타기' 라는 걸 해봤다.
 어라, 이 친구 의사됐네, 얼라리요? 벌써 졸업했네! 아직도 축구하는구나, 얘는 여자친구가 왜 이리 이뻐? 여전하구만, 양아치..낄낄낄, 야, 좋은데 붙었네, 아직 학생인가? 혼자 낄낄 거리며 한참을 돌아 다녔다. 그간 연락 하지 못했던, 아니 둘러보지 못했던 블로그의 일촌(?)들도 방문했다. 모두들 바쁘게, 그리고 열심히 살고 있었다. 나는 그간 뭐가 그리 바쁘다고 가까운 이웃을 놓치고 살았는지 살짝 후회가 된다. 5월달에 만나기로 했던, 많은 친구들과의 만남은 또 언제 추진해야 할까. 그러고 보니, 5월에는 학교 친구 말고, 단 한명의 친구도 만나지 못했다. 5월 내내 공부를 하지는 않았으니 그 많은 시간을 다 어디다 허비한걸까. 그들의 사진을 보면서, 그들이 남긴 방명록의 댓글과 많은 글들을 보고 있으니 잔잔한 썩소가 입가에 번진다. 내가 여지껏 살아 오면서 만들어 낸 나의 흔적이자 거울, 그리고 발자국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들의 소중함이 새삼스럽게 크게 다가온다.
 바쁘다는 핑계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로 나의 이웃들에게 소홀했던 지난 시간들. 미안합니다. 가까운 곳에 소중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잊고 살았어요. 그러면서 외롭다고 징징 거리고 힘들다고 땡깡 부리고 허전하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그런데 우리 언제 만날까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주  (2) 2007.05.27
선배님께  (0) 2007.05.25
In 과도관  (4) 2007.05.24
인연  (0) 2007.05.24
과도전의 생일  (2) 2007.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