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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무늬

꽤 많은 사람들이 권하는 고종석의 '자유의 무늬'를 접했다. 다방면의 신문을 보지 못하고 편식만 하는 나에게 한 칼럼니스트가 이곳 저곳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은 책은 균형있는 영양 공급에 필수적이라고 여겼던 터라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되어 있었다. 어렵지 않은 단어들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그는 사회 전반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그렇기에 더욱 그의 주장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내 귀가 없는 것 역시 한 몫했을듯...).

독서 2006.09.08

그렇다면 부디 면제를 많이 내려 주세요

눈을 끄는 기사 하나 남자 → 여자 군대 다녀와야 성전환 허가 "성전환 신청인이 성전환증으로 인해 성장기부터 지속적으로 선천적인 생물학적 성과 자기 의식의 불일치로 인해 고통을 받고 오히려 반대의 성에 대해 귀속감을 느껴온 사정을 인정받아야 하도록 했다" 뭐, 다른 건 이해가 갈랑말랑 하는데 "병역면탈"을 이유로 성전환 한다는 말은 오지게 오버라고 봐요. 옮긴 글 처럼 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조금이라도 챙기고 싶으시다면요, 그렇다면 부디, 그런 분들게 병역 면제라도 많이 해주시기 바래요. 구라 아니구요, 만약에 군대 가기 싫다고 성전환 수술 한다는 사람 나오면 제가 제 친구 전씨 원룸 방바닥에 똥을 쌀게요. 군필은 했다만 그런 행동을 하면 어떻게 예비군 훈련이라도 면제 안될가요?

딴지 2006.09.08

나의 지위

"사람은 자기가 가진 능력보다 약 30%가 낮은 수준의 지위에 앉아야 한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야 그 나머지 30%가 여유와 창의력으로 나타나 그 지위에 알맞는, 혹은 더 나은 수준의 능력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02학번 신입생 시절 자신있게 맡았던 반대표와 학번대표, 과부학생회장으로서의 지위는 별 큰 문제없이 해내었고 또한 다시 돌아가라면 수업을 제쳐두고라도 잡았을만큼 매력있는 자리였다. 30%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의 여유를 갖고 있었고 아직까지도 그때 내 주위의 학생들에게 별 '욕'을 안먹다 보니 나름대로 잘 수행해 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약간 사정이 다르다. 멋 모르고 나섰다가 덜컥 안게된 과 '학생회장'의 지위는 어느순간부터 내게는 너무나 커다란 짐으로 다가와 나를..

일상 2006.09.08

장혜진

고등학교 1학년 당시 김동률이라는 가수를 굉장히 좋아했다. 깔리는 목소리와 심하게 요동치는 바이브레이션에 껌벅 죽었기도 했었지만 꼴에 '난 너희들이 좋아하는 그런 가수들은 싫어해. 난 뮤지션의 팬이야' 라는 같잖은 생각도 어느정도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 역시 어린아이 였던지라 이성 가수들에게 눈이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때는 룰라(의 김지현)의 왕팬이었고 고등학교에 들어서는 박지윤의 철없는 팬이 되어 교과서의 표지를 그녀의 얼굴로 싸고 방 한 쪽 구석에 그녀의 사진을 걸어 놓는 일도 서슴치 않았었다. 씨디도 나름 열심히 모으긴 했다만 김지현의 외도(?)에 실망해 그녀를 버렸고 박지윤의 남자변신에 쇼킹해 조용히 유지하던 홀로 팬클럽을 탈퇴하고 말았다. 핸드폰을 변기에 빠트리고 슬립을 ..

일상 2006.09.06

영어강의

어쩌다 보니, 벌써 기나긴 방학이 끝이 나고 강의실에 앉아 한숨만 쉬고 있었다. 내가 대학을 졸업 할 때 까지, 아니 학교가 망하는 그 날까지 변치 않을 공대의 영어강의를 듣고 있으니 많은 지식인들이 지적했던 영강의 문제점들이 연신 꾸역꾸역 밀려들었다. 자연히 수업의 관심도는 떨어지고 성적은 바닥을 칠 수 밖에. 개강 첫 강의 역시 영강이었다. 첫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little'만 나가겠다는 교수님의 말에 한숨을 쉬며 펜을 끼적거리다 보니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이 생각으로는 이도 저도 아닌, 백해무익한 결과가 또(!) 나을 것이라는 예감이 문득 들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두가지다. 내가 평소 생각했던 영어 강의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한 편 아직 과 내에 결성되지 않은 영강의 문제점에 대한 공론화..

일상 2006.09.01

소설 의과대학

독서의 소중한 보람(?)중 하나는 바로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몰래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실로 큰 무기가 되는데 '말 할 거리'가 늘어나 오지랖 넓은 나로서는 어느 순간, '아는 척' 을 하며 발을 내밀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한 때는 재수를 마치고 다들 '의대' 바람이 불기에 학원 선생님의 권유와 집안의 조심스런 분위기를 파악한 뒤 여기저기 지방 의대를 끼적거린 적이 있었다. 나름 꽤 진지하게 고민했었는데 결국 결론은 '내가 의대를 가서 의사가 될 수 있다고?' 라는 물음에 자신있는 대답을 내놓을 수 없기에 깨끗히 포기를 했다(물론 공대를 선택했다고 해서 공대 공부를 잘 한 것은 아니었건만). 나는 과연 내가 하고픈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네" 라고 답할 수 있는 인..

독서 2006.08.29

CEO 포럼

한국공학한림원에서 주최하는 CEO 포럼에 다녀왔다. 그냥 강연만 듣고 오는 걸로 알았건만, 시작 전 뻘쭘한 공간에서의 '파티' 스러운 만남과 달랑 아홉명 밖에 보이지 않는 대학생들, "회장" "교수" "원장" 이라는 직함에 둘러쌓여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도 모를 느끼한 중국 음식들과 타는 입술을 적시려 수없이 마셨던 진한 쟈스민 차. 결국 포럼 막바지에는 불편한 양복뿐 아니라 화장실을 참느라 혼쭐이 났다. "우리나라 국방 기술의 현황과 발전 전망" 이라는 주제의 포럼이었다. 궁금증이 너무도 많았건만, '이런 자리에서는 가만히 있는게 중간이라도 가는 지혜로운 방법' 이라는 절제로 질의 응답 시간에 손을 들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궁금했던 것을 정확히 지적하신 교수님 덕택에 아쉬움은 덜 수 있었..

일상 2006.08.29

양복

다음주 월요일에 급하게 양복을 입을 일이 생겼다. CEO 포럼이라는 곳인데 드디어 미리 사두었던 양복을 꺼내입을 기회가 생겼다. 허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가방이 없었다. 양복에 어울리는 가방이 무엇이 있을까? 하고 내 친구 전씨에게 나는 또 의뢰를 했다.원씨 : 야 전씨야, 양복에 어떤 가방을 매야 하지? 하나 사야하나? 전씨 : 야, 그럴필요가 뭐 있어. 그냥 지금 니 NORTH FACE가방 등에 매고 가면 되는 거야. 원씨 : 정말? 누가 그렇게 매? 전씨 : 야, 그렇게 다 매고 다녀 요즘! 원씨 : 진짜? 흠... 전씨 : 그럼, 몸매 좋고 얼굴 개 잘생긴 애들은 다들 그렇게 매고 다녀. 원씨는 또 다른 친구 김씨에게 옆으로 매는 검은 색 가방을 빌렸다.

일상 2006.08.24

신경

문득 달력을 보니 개강 날짜가 2주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계절학기를 제외하고 지난 한달여간의 복학 첫 방학동안 내가 무엇을 했는지 곰곰히, 생각해 봤자, 남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개강 후 다시금 떠맏게 될 '학생회장'직의 일이 또 엉크러졌다. 또 스트레스가 날 덮친다. 신경이 날카로워 졌는지 만사가 귀찮아지고 결국 5시간 동안 낮잠을 자고 일어난 뒤에야 약간의 정신을 차렸다. 휴. 한숨만 나온다.

일상 200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