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원씨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북악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중앙분수대가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학기가 끊어지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서관의 석탑을 머리로 드리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무슨 한이 남으리까
그날이 와사, 오호 그 날이 와서
과도관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글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기어
커다락 북을 만들어 둘처메고는
과도관 앞에 앞장을 서 공부를 방해하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꺼꾸러져도 키오스크를 꺼버리겠소이다.
해설
이 시에서 '그 날' 이란 좀처럼 끝나지 않는 공대생들의 시험이 끝나는 날을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마침내 시험이 끝나게 되는, 그 시기를 뜻한다. 시험기간이 무색한 공대생들의 연이은 시험에 화가난 작가는 애꿎은 문과대쪽의 석탑과 중앙분수대를 들먹이고 있지만 1년에 한 두 번 가볼까 말까한 곳이기에 시적 현실성은 떨어진다. 그러나 이처럼 이성과 논리를 초월한 화자의 바람은 그가 지금 얼마나 불안한 상태에 빠져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갈래 : 자유시 서정시
표현 : 완곡하지만 애절한 표현
성격 : 저항적 역동적
심상 : 청각적 시각적
주제 : 끝나지 않는 공대생들의 시험 끝에 대한 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