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수능

방바닥 2006. 12. 1. 07:17

아침 바람이 차다. 과제에 치여 새벽녘에 들어온 친구의 "밖에 조낸 추워" 소리에 평소보다 두텁게 껴입고 집을 나섰다. 아찔한 내리막 주위에 깔려 있는 물의 얼은 흔적들이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강의실에 앉아 신문을 펼쳐드니, 수능이었다. 여학우의 근심어린 얼굴이 1면에 실린 것을 보며 하루 종일 마음을 졸이며 시험을 칠 전국 58만여명의 어린 친구들이 안쓰럽게 다가온다. 부디 고사실내의 모든 난방이 넉넉히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능을 본 지 5년이 지났다. '재수' 경력덕에 남달리 특별했던 수능에 대한 애정은 매년 수능이 끝나면 제공되는 기출문제를 핧고 난이도를 평가하는 수고를 해가며 관심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올 수능 역시 친구 몇 명과 사촌 동생이 응시하기에 여전이 그 줄을 당기게 된다. 등급제를 통해 수능의 폐단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나 학력의 서열화와 줄세우기는 여전하다. 개인적 생각으로 수능은 대학 진학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되어야 하고 수능에 대한 부담을 줄인 가운데 이루어지는 여러 사회활동등의 경험, 폭 넓은 독서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정립하고 건강하게 뛰어 노는 것이 교육정책이 도착해야 할 궁극적인 방향이라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교육에 관해선 국민 전체가 교육부장관이라고 나 역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만약에, 어렸을 적 부터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폭 넓은 경험과 여러 활동을 권장한다 하더라도, 요즘과 같이 성공이 보장되는 의사, 판사, 공무원등으로만 몰리는 기이한 사회 현상을 탈피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회의적이다. 이쯤되면 한국 사회의 구조를 탓해야 하고 깊이 깊이 파고들 수록 머리는 아프고 문제는 점점 복잡해 진다.

최소한으로, 수능이 학생들의 희생을 강요하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내일부터 펼쳐들 신문에는 적어도 수능으로 인해 목숨을 끊은 학생들의 안타까운 기사가 실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문제의 난이도 실패로 전국의 수험생들이 혼란에 빠졌다는 기사 찾을 수 없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수능 한(寒)파가 한(恨)파가 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2006.11.16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험끝  (4) 2006.12.20
더블헤더  (2) 2006.12.01
할머니  (0) 2006.11.25
그날이 오니  (0) 2006.11.13
그날이 오면  (0) 2006.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