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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놔두세요

도서관에 앉아 이 글을 쓰고 24시간으로 자리를 옮긴 후였다. 추석 연휴라 다른 때 보다 자리는 많이 비어있었고 어려 보이는 친구들은 더욱 많았다. 갑자기 과도관을 관리하던 아저씨가 들어 오더니 대학생이 아닌 친구들에게 일일이 다가가 학생증 소지를 물어보고 나가라고 한다. 주섬주섬 짐을 싸는 그들이 안되보여 일어섰다. "아저씨 왜 그러시는 거에요?" 순간, 조용한 목소리로 건냈음에도 도서관 내 시선 집중을 느낄 수 있었다. 삐질... "아, 다른 학생들이 싫어해요" "뭐를요?" "학생 아닌데 와서 공부하면요" "아니, 이 친구들 떠들지도 않고 조용히 공부하고 있는데 왜 나가라고 그래요.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아니, 다 그쪽 처럼 생각하는게 아니에요. 자리가 없다고 싫어해" "아니 누가요. 고대..

딴지 2006.10.08

시끄러워서 공부 못하겠네?!

"형아" "네?" "여기가 도서관인가요?" "네" "여기서 공부해도 되나요?" "그럼요, 빈자리 가서 해요" "내 감사합니다. 야 해도 된데" 24시간 과도관 앞에 앉아 주인집 아줌마가 준 떡을 한 입 베물어 먹을 때 였다. 앳돼 보이는 어린 친구의 조심스런 접근과 말투에 귀여움과 안쓰러움을 동시에 느꼈다. 아직 본격적인 시험 기간이 아니라 24시간 과도관의 자리가 꽤 비어 있고 학교 앞에 입시 학원이 들어 서면서 수능공부나 중고등학교 시험을 대비하는 친구들이 부쩍 늘었다. 길다란 모의고사 문제지를 넘기고 돌돌돌돌 풀리는 빨간색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그리던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지만 기특한 생각도 들고, 예전 내 모습도 기억이 나는 듯 해 내년, 아니면 그 후에 내 후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물론 더 좋..

딴지 2006.10.08

최홍만과 이태현

최홍만이 K-1에 진출한지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밥샵을 이기며 파란을 일으켰던 최홍만은 어느덧 K-1의 강자 제롬 르 밴너와 대등한 경기를 펼칠 만큼 발전한 파이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반면 너무 빨리 프라이드링에 오른 이태현은 험난한 길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만 뒷받침 된다면 프라이드 내에서 어느 정도의 위상은 차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물론 나만의 생각). 두 선수 모두 한국 씨름계의 대들보였다. 이태현의 경우 백두장사 최다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최홍만 역시 테크노 골리앗이라는 별명으로 모래판을 휘어 잡았었다. 하지만 그들은 씨름을 등졌다. 제명까지 들먹이던 씨름계의 언로들과 수많은 팬들의 질책 속에서, 그들은 일본의 격투기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만 화살을 돌릴 ..

일상 2006.10.08

다수결

민주주의의 가장 큰 맹점 중의 하나는 다수의 폭력, 그에 따른 소수의 희생이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가 되지 않을 때 항상 "민주주의는 다수결이지" 라는 말로 쉽게 논쟁이 해결되곤 하는데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즉 다수결 원칙은 다수의 의견은 옳다거나, 혹은 소수의 의견이 그른 것이 절대 아니다. 만장일치의 차선책이며 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소수의 희생은 반드시 재고되어야만 한다. 허나 다수에 묻어 있는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묻어 묻어 흘러가고 만다. 자신이 소수가 되었을 때를 전혀 생각지 않으니 소수가 받는 피해가 전혀 보일리 없다. 나는 그러지 말자. 되뇌이고 또 되뇌여 본다.

딴지 2006.10.06

한가위입니다

한가위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예상 외의 긴 연휴 덕분인지 달력을 넘기는 들뜬 손가락과 몇 초 동안 지긋이 내려보며 빨간 날 수를 확인하게 되는 흥분어린 가슴은 비단 저만의 모습의 아닐 겁니다. 고연전 덕으로 훌쩍 지나가버린 9월과 연휴로 첫 주를 반납하고 들어가는 10월. 왠지 올 2학기는 먹어도 먹어도 배고파지는 자생관 식당 메뉴처럼, 그렇게 훌쩍 꺼져버릴 것 같습니다. 과도관에 앉아 물리화학책과 몇 시간 동안 씨름을 하다 보니 슈뢰딩거가 조용히 저에게 말을 건냅니다. "gg치시죠.." 쓴 입맛을 다시며 필통을 정리하는데 주위에 있던 학우들의 표정에서 왠지 근심어린 한숨과 넋빠진 기운이 묻어 납니다. 그래도 연휴인데, 점점 줄어가는 공휴일을 앞두고 찾아온, 커다란 보름달 만큼이나 넉넉함이 묻어나는,..

일상 2006.10.02

대학생

요즘 나가고 있는 한 모임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분을 모셔서 간담회를 열었다. 높은 사회적 지위와 유명세 덕에 다소 외소해 보이는 몸짓에 옆집 할아버지같은 친근한 느낌을 받았지만 잠시 뿐이었다. 기자가 없다는 사회자의 말 덕분인지 그는 평소 언론 기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말을 내뱉었고(근래 그의 기사는 모두 읽고 참석했지만 절대 찾을 수 없었다. 하긴, 그런 말이 언론을 탔다간 꽤 큰 파장이 있을 법하다) 그런 모습에 나는 적잖이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이들은, 알만한 대학에, 그리고 아직 어떤 식으로 규정한지는 모르겠지만 "엘리트" 라는 이름 하에 모인 젊은이들이었건만, 비판적 입장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자리가 자리인만큼 예의를 차린 것일 수도 있지만 연발하는 "존경하는.." "..

딴지 2006.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