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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금요일

금요일 오후 5시. 이 시간만 되면 ‘허’해진다. 배가 고픈 것 같기도 하고 졸린 것 같기도 하고(졸린 것 맞다-_-). 마치 구린 내 찌든 자취방 의자에 앉아 이상한 동영상-_-을 보고 난 뒤의 느낌? 뭐 그런 거 있지 않나. 다음 주에 써야 할 기사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데 이렇게 머릿속이 공허해지면 답이 안 나온다. 화수목, 이어진 술자리. 화요일 3시간-_-, 수요일 5시간, 목요일 5시간 잠을 자고 일어나 금요일이 되니 정신을 못 차리겠다. 오늘도 역시나 이어지는 술자리. 이번 주는 아예 풀로 날 잡아잡쇼, 하는구나. 내일은 동대구역 출장. 괜찮아. 내겐 2만 5000원 짜리 우루사가 있으니까-_- 회식 장소로 가자-_-...

일상 2012.06.08

금요일 밤

유독 힘들었던 한 주가 끝났다. 휴일도 없었다. 타지에서 뻥뻥 터지는 특종 기사에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일을 빨리 못하다 보니 밥 먹을 시간은 없고, 어떻게든 기사를 만들어야 하니 밤 9시에 취재원을 만나러 여기저기 쏘다니기도 했다. 잠은 부족하고, 밥은 안 먹는데, 왜 살이 안 빠지는지, 이건 미스테리-_-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화요일에 뭔 일이 있었지, 수요일은, 하고 돌이켜보면 까마득하다. 일정을 적어둔 메모란을 다시 보지 않으면 뭔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어제는 집에 들어오니 새벽 3시가 넘어 있었다. 일요일에는 취재를 하러 대구에 가야 한다. 내게 주어진 쉬는 시간은 오늘 저녁과 내일 뿐인데 오늘은 또 다른 작은 회식이. 다음 주 현충일도 출근이니 이..

일상 2012.06.01

남자와 여자, 누가 더 더러울까?

남자 형제만 있는 집안에서 자란 친구가 학창시절 “여자 방은 어떻게 생겼을까”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 햇빛 한 줄기가 커튼 틈 사이로 비치면서 화사하고 향긋한 냄새가 코를 간질이는, 뭐 그런 방을 상상하던 것 같던데 엄마 뱃속에서부터 여자와 8개월 동안 함께 동고동락한 나는 친구의 상상을 깨고 싶지 않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요즘엔 ‘여성의 방은 생각보다 깨끗하지 않다’와 같은 소재가 tv 토크쇼의 주된 소재로 자주 등장해 예전 친구처럼 순수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 같긴 한데 최근 이와 관련한 재밌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성과 남성의 사무실 자리에서 바이러스를 측정, 누가 더 더러운지 확인한 것이다. 아 열라 재밌다 이 연구.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생물학과 스캇 켈리 교수팀은 미국 3개..

전공 2012.06.01

건축학 개론

주인공이 납득이의 품에 안겨 엉엉거리며 눈물을 흘릴 때 같이 눈물을 흘렸다. 씨봘,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라며. 첫사랑이 떠올라서라기보다는 2002년 흑석동 파전집에서 쪽팔려하는 친구들을 옆에 두고 맥주잔을 들고 존나게 눈물을 흘렸던 처량한 스스로가 떠올라서. 건축학 개론을 보고 나오면 연인들끼리는 싸운단다. 너 첫사랑은 언제였어? 누구였는데? 어땠어? 만약 한 쪽이 꼬임에 빠져 이야기보따리를 술술 풀어놓으며 감상에 젖으면 그날은 ‘볼 장 다 본 날’이란다. 특히 상대를 앞에 두고 앉아 고개를 약간 든 상태에서 가늘게 눈을 뜨고 눈동자는 약 15도 밑으로 떨어트리면서 그윽한 표정을 짓는다면 납득이를 찾아가야 될지도 모른다.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고 끝을 맺은지 나도 10년이 된 것 같다. 상처를..

원씨 2012.05.18

최근 일상

#1. 급하게 달려간 병원. 산소 호흡기에 의존해 급하게 숨을 몰아쉬는 할아버지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불과 3일 전만 해도 간단한 말씀도 할 수 있었고 손바닥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 꽉 쥐곤 했었는데 이제 산소 호흡기 없이는 삶을 연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숨 쉬는 것이 힘들어 보였다. 마치 마라톤을 달리다 마의 고개라는 38km부근을 지나는 듯, 온 몸의 힘을 숨 쉬는데 쓰고 계신 것 같았다.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이틀 뒤, 할아버지는 끝내 숨을 거두셨다. ‘일요일에 한 번 더 찾아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금요일 밤, 부리나케 안산으로 내려갔다. #2. 아버지의 눈물을 봤다. 3년 전 작은 이모부가 돌아가셨을 때 흘렸던 눈물과는 달랐다. 부모를 위한 눈물이었다. 다른 친척들과의 눈물과도 달랐다. 아..

일상 2012.04.20

꿈&병원

결국 참지 못하고 병원을 갔다. 이번 달에만 벌써 두 번째. 지난 번 병원을 찾은 것은 잦은 음주와 야근-_-으로 인해 기력이 저하;; 됐기 때문이었는데 이번엔 배가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어서였다. 한 달이 훌쩍 지나서 집에 왔는데 결국 일요일 오후부터 24시간 동안 밥 한 끼 못 먹고 누워서 골골거렸다. 물만 먹어도 바로 화장실로 직행, 물이 그대로 엉덩이로-_-나왔다. 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쌓인 지방이 내장을 눌러서 그런가 보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과는 장염과 위염 더블 어택-_- 니미럴. 주사를 맞고 링게르를 맞았다. 궁금한 마음에 “진통제도 있나요?, 제가 밥을 24시간 동안 못 먹었는데 여기에는 지금 포도당이 있나요? 비타민도요?” 하고 꼬치꼬치 물었더니 바로 옆에 누워있던 아줌..

일상 2012.03.26

냄새

시큼한 냄새가 난다. 암내가 나는 사람에게서만 맡을 수 있는 독한 냄새까진 아니다. 운동 후 약간 땀이 마른 뒤에 겨드랑이에 코를 쳐 박았을 때 나는 냄새도 아니다. 누군가는 이 냄새를 지방이 타는 냄새라고도 했다. 쉽게 말하면 그냥 ‘아저씨’ 냄새다. 신입사원 시절(전 회사에서, 물론 지금 회사에서도 1년 4개월 밖에 안됐으니 신입사원이지만-_-), 30대 중후반, 40대, 50대인 과장, 차장, 부장님 가까이 가면 하얀 와이셔츠에서 아저씨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물론 지금 회사도 마찬가지. 담배를 태우던 안태우던, 술을 많이 먹던 먹지 않던, 이 냄새는 ‘아저씨’들의 몸에 배어있다. 어제 아침, 늦잠을 자서 후다닥 걸려있는 옷을 대충 입고 튀어 나가는데 내 코를 간질거리는 아저씨 냄새에 멈칫했다. ..

원씨 2012.03.21

서평

책을 읽고 느낀 점을 글로 쓰는 것은 참 어렵다. 기사 쓰는 것 보다 고역이다. 2007년이었나. 책을 읽고 긴 글을 쓰는 것을 멈췄다. 책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글을 쓰기 위해 읽는다는 느낌을 받아서다. 책을 읽고 한 줄 두 줄로 글을 남기기만 했다. 몇 달 전부터 인터넷에 ‘과학기자가 읽는 과학책’이라는 코너로 ‘서평’을 쓰고 있다. 원고지 8~10매의 긴 분량이다. 당황했다. 기사도 못 쓰는데 서평이라니. 더군다나 ‘과학기자가 읽는’ 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부담은 더했다. 선배가 쓴 모범답안(?)을 토대로 형식을 베껴보기도 했지만 기사도 아니고 자신의 생각이 들어간 서평의 형식을 따라하려니 마음에 드는 글이 나올 리가 없다. 어찌저찌해 두 개의 글이 올라갔는데 선배가 “네가 쓴 서평 ..

직장 2012.03.20

첫 해외 출장

모든 것은 해외 출장부터 시작이었다. 해외 출장을 다녀온지 한 달이 지났지만 출장의 저주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토요일 출발해 그 다음주 토요일 도착 후, 딱 한 주를 제외하고 풀로 주말출근을 했다. 오늘도 마찬가지고. 첫 출장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틈틈히 글을 썼다. 서울로 돌아오면 날 잡고 기억에 남았던 것을 다 쓰고자 했던 다짐은 잊혀졌고 컴퓨터를 정리하다 발견한 '일주일 출장' 폴더에는 이틀 간의 기록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기억력은 급속도로 저하돼 3일 후부터의 일은 전혀 기억나질 않고. 이거라도. 반추를-_- 첫 째날. 2월 4일 오후 11시 55분 비행기 인천->두바이 입사 일년이 되면 해외 출장을 갈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해외 출장을 끌어오는 것이 ‘능력’이라고 한다. 빌빌거..

직장 2012.03.17

글 빨

내가 쓴 글을 누군가 비용을 지불하고 본다는 압박감은 상당히 크다. 지난 팀에서 인터넷과 신문에 글을 쓸 때는 빠르고 정확하게 써야 하는 부담이 컸다. ‘팩트’가 틀리면 안 되기 때문에 짧은 글에 포함된 이름이나 단어를 확인하고 데스킹 보는 선배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대처하기 위해 바쁜 취재원 붙잡고 꼬치꼬치 캐묻는 일이 다반사였다. 당일 오전, 혹은 오후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긴장상태를 풀지 않는 것도 일이라면 일이었다.월간과 일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깊이’와 ‘글 빨’이다. 월간지로 팀을 옮기자마자 몇 개의 아이템을 맡아 기사를 쓰고 있다. 내가 쓴 기사를 보려면 적지 않은 돈을 주고 잡지를 사거나 인터넷으로 결제를 하고 난 뒤 읽어야 한다. 내가 쓴 글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으려면 어떻게 써야 ..

직장 2012.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