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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화

요 며칠간 이어졌던 나름 '잘났던' 행동을 되돌아 볼 기회가 생겼다. 그닥 잘난 것이 없다고 떡하니 믿고 있었음에도 연이어 터지는 합격 소식과(아직 최종 합격이 아님에도), 이 발표 저 발표를 나름 괜찮게 마치고(그러고 보니 이것도 내 생각이었군) 둘레인들의 띄어주는 말과 할아버지 생신때 만났던 친척들의 '알고 잘난 원씨' 소리에 잠시 뻔질나게 '나를 객관화 함을 잃지 말자' 던 개똥철학을 슬쩍 밀쳐두었었나 보다. 언제나 겸손하고 나를 낮추어 나를 살피고 채찍질 하자던 개똥철학. 나름 나만의 개똥철학에 기대어 열심히 살아가자던 바로 그 개똥철학을 왜 이리 잊고 있었던지. 블로그의 '딴지' 에 들어가 있는 글들도 다시 살펴보았다. 너무 막나갔다. 아는 것 없이 잘난척 하며 휘갈겼던 글들이 마음에 걸린다. ..

원씨 2008.05.14

기다림의 미학?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시대의 김제상이라는 사람이 업무상 일본으로 출장을 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하염없이 그를 기다리던 그의 부인은 바다를 바라보다 움찔, 돌로 변하게 되었는데 이를 '망부석' 이라고 부르게 되었대나 어쨌대나. 어찌보면 그녀의 갸륵한 사랑과 일편단심 민들레와 같은 마음에 감복해 행여 헤어지려는 누군가에게 "망부석을 보아라" 라며 역성을 낼 수도 있겠지만 요즘같은 시대에 이런 옛날 이야기로는 그닥 씨알이(?)가 먹힐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강남역 6번출구 앞, 지오다노 앞, 씨티극장 앞, 혜화역 4번 출구 앞, 종로역 어디어디 앞, 그리고 중앙역 구 나이키 앞, 구 장승(현 노벨), 삼통앞, 행운마트 앞, 등등에 가보면 옹기종기, 또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는 많은 이들..

원씨 2008.05.13

졸업 프로젝트 - 6 (열혈반)

담배 한 대 물고 어설프게 녹지 스탠드에 앉아 선배들의 지시를 기다리던 2002년도 신입생 오티. 당시 새로 나온 TIME (담배) 을 방안에 쌓아 놓고 둘러 앉아 너구리굴을 만들며 인사를 하던 바로 그 친구들이 지겹게도, 아직까지 이렇게 같이 붙어 다닌다. 심지어 올 해 부터는 2:2로 짝을 지어 같은 방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해 보면, 만약 이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 나의 대학생활이 어찌 되었을지 궁금해진다. 고등학교 친구 이상, 즉 대학때 만난 친구들은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한" "이익을 앞세운" 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곤 하지만 이 친구들과는 그런 것 없이, 정말 이것저것 다 보여주며 그렇게 함께 했다. 사진에는 없지만 나의 영원한 당구 라이벌 요달라와 '광대..

기록 2008.05.13

수업 가기 전

아침 8시 20분, 전화 영어 Lindsay의 전화 소리를 듣지 못하면 2차로 설정해 놓은 책상위의 탁상시계 소리에 9시 20분 쯤 눈을 뜬다. 나름 귀를 따갑게 하는 탁상시계 소리에 눈을 뜨면 그래도 안도하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들고 다시 10분 혹은 20분 뒤로 알람을 맞춘뒤 스르륵 잠이 들곤 한다. 행여 핸드폰 벨 소리도, 탁상시계 소리도 아님에 번쩍 눈이 뜨일 때가 있는데 거진 그럴 때는 오지게도 늦잠을 잤거나 희한하게 너무도 일찍 눈이 떠질때다. 게으른 꽃상곤씨에게 일어나라는 소리를 지르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이를 닦는다. 더 이상 기대할 것 없는 학교 교정에 반항이라도 하듯 무릎 나온 츄리닝 바지를 입고 모자를 푸욱 눌러 쓴 채 꽃상곤씨를 재촉하며 방을 나선다. 방안이 조금 텁텁할 때는 창..

일상 2008.05.13

YEHS

YEHS 에서 한규환 현대 모비스 부회장님을 모시고 간담회를 열었다. 저때 사회를 봤었는데 이거 뭐, 너무 쉽게 생각하고 단순히 읽을 대사를 모두 외우고 갔더니만, 무언가 찜찜했다. 막상 단상에 올라섰을 때는, 얼어 붙은 내 모습 덕분에 행사장 전체가 얼어붙은 느낌. 한규환 부회장님의 강연이 끝나면서 얼굴 근육이 풀리기 시작했고 질문이 왔다갔다 하는 사이에 혀가 풀렸으며 마무리 멘트를 하면서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자네, 멀쩡하다가 갑자기 또 왜그러는가?" "네. 강의 들을때는 아무런 생각없이 있다가 제가 사회를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 마자 다시 몸이 얼기 시작했습니다"

YEHS 2007.12.22

양자역학

F=ma 가 '고전' 이라는 접두어를 달았을 때 더 이상 뉴턴의 식은 진리가 아니었다. 인간의 너무도 넓은 오지랖은 물질을 쪼개고 쪼개서, 결국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쪼개었을때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서 '양자역학' 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수십년간 진리로 신봉받았던 F=ma 는 고전역학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물질에 적용되는 진리에서 '일정 조건'이 달리면서 양자역학과 나란히 설 수 밖에 없었다. 흑체복사, 원자와 분자의 스펙트럼 등에서 이상현상을 발견한 이들은 더 이상 물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기입할 수 없다는 '불확정성의 원리' 를 유도하게 되었고 작은 입자들은 알맹이의 성질 뿐만이 아니라 파동의 성질 역시 갖고 있다는 사실도 찾아내고야 말았다. 참 징글맞은 사람들이다. 즉, 작은 알맹이들은 정..

전공 2007.12.22

꽃미남 전정환과 나의 스승 한샘

화공과 캐 꽃미남 전정환과(오른쪽) 건축과 캐 에이스이자 나의 스승 한샘. 전정환씨는 연구실에서, 한샘군은 영국에서 각자 나름 열나게 공부(?)중이다. 아, 모르겠다 한샘은. 공부를 하는 건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오로지 그것을 위해 간 것인지. 낄낄낄. 오늘 오후에 있던 에피소드 전씨 : 야 원씨야. 너 소개팅할래? 원씨 : 어라, 너가 왠일이냐. 소개팅 이야기를 다하고. 전씨 : 우리 연구실 형님 동생인데. 어때? 원씨 : 야, 너가 왠일이냐고 나한테. 전씨 : 응, 그 형은 남자 얼굴 안본다고 했거든. 원씨 : ............................. 전씨 : ............................. 원씨 : ............................. 전씨 : 낄낄..

기록 2007.12.21

블라인드 스팟

블라인드 스팟이란 자동차의 사이드 미러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을 가리킨다. 인간의 심리에 적용시켜 인간 심리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인 블라인드 스팟 덕분에 인간의 사고는 오류를 일으킨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그 블라인드 스팟에 맞서는(?) 방법, 그리고 이겨내는 방법, 그 순간 헤쳐 나오는 방법(?)등을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는데 역시나, 사람이 자신의 맹점을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자신과 상반되는 의견을 갖고 있는 상대방의 관점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의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는 좆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눈을 돌리는 모든 곳에 배울 것이 천지라는 것을, 세상이 이렇게 많은 것을 내게 가르쳐 주고 있다는 것을 알..

독서 2007.12.21

정권교체

정권교체란 원래 이렇게 시끄러운가 보다. 97년도 대선, 당시 투표권이 없던 나는 김대중 아저씨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보고 나라라도 망하는 줄 알았다. 부모님들은 부모님대로 난리,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대로 큰일, 걱정. 그리고 맞이한 10년만의 정권교체. 이틀동안 신문의 메인 기사조차 읽지 않았다. 1000원 날린셈. 도무지 볼 힘이 나지도 않고(그러고보니 내가 뭐 그리 대단히 선거운동을 했다고!) 펼치기조차 짜증이 난다. 그래도, 외국에 절친한 가족이나 친구가 있어 이민을 갈리가 앱솔루틀리 없기 때문에 좋으나 싫으나, 나는 한국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를 밟으며 살아 갈 인간. 조금 더 힘을 내서 명빡 선배님이 잘하는지 못하는지(물론, 벌써 운하 판다고 지랄지랄 하는거 보면 역시나 절대 못할것 같긴하다)..

딴지 2007.12.21

태안 봉사활동의 유행성

"삼성"이 어쨌건 원인 제공을 한 태안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전 국민의 태안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하루에 수천명이 왔다갔다 한다고 하니 또 다시 언론들은 '국민들이 이뤄낸 기적' 을 연발하며 더 많은 이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듯 보인다. 이거 완전, 지난 IMF때 처럼 저질러 놓은 새끼들은 발뻗고 티비나 보고 앉아 있고 애꿎은 국민들만 '나라를 살리자'며 독한 기름내 속으로 내몰리는 것은 아닌가 모르겄다. 하여튼, 이쯤되니 평소에 '자원봉사' 란 학점을 따거나 취직을 위해, 대학 입시를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여겼던 수많은 이들이 "태안 한 번 가야지" 라는 말을 꺼내들며 태안행 버스를 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즉 자원봉사활동이 단순히 유행을 타는 것은 아닌가, 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평소에 꾸준히 ..

딴지 2007.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