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신발장이 무너졌다. 우당탕 소리가 나길래 김상곤씨가 들어온 줄 알았건만 고개를 돌리니 서서히 침몰해가는 타이타닉처럼 조립식 신발장이 쓰러지고 있었다. 이미 신발은 밑으로 나뒹굴며 난장판을 만들어 놓은 상태. 바로 앞에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쓰레기 더미 위로 토하듯이 신발들은 흩어졌고 신발장 밑에 쌓아 놓았던 신문들 역시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에 몸을 핥으며 멀리멀리 퍼져갔다. 짧게 '니미' 를 외치며 하던 일을 계속했다. 하이타이를 다썼다. 1.5kg짜리를 살까 하다가 곧 방을 비울거라는 생각에 1kg을 골랐다. 3,000원. 이제는 대충 가격도 때려 맞춘다.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를 돌렸다. 자취방 공동룸에 있는 세탁기 두 대 중 한 대는 자꾸만 삐걱거리더니 얼마 전 새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