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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야. 넌 면접 들어가지마, 면접관이 니 얼굴 보자마자 욕해" "쌍!" 그래도 면접 본다고 챙겨주는 놈들은 욕을 지지리도 잘 하는 전정환씨와 진뷁씨, 친구밖에 없다. 면접 보니까 힘내라고 가장 크 그릇에 개고기를 가득 퍼주었다. 거기다가 "이 새끼봐. 고기는 지꺼에 다 넣고 내꺼에는 야채밖에 없어" 라고 말을 하는 나 같은 인간이나, 한 점 두 점 자기 그릇에 있는 고기를 퍼서 내 그릇에 넣어주는 그 놈들이나. 혹 그러더라. 면접이 유세냐, 뭐 이리 말이 많으냐, 자랑이냐, 다 붙는거(?!) 뭘 그러냐, 떨어지면 쪽팔려서 어쩔려고 그러냐, 등. 솔직히 유세는 아니고 말은 많은 것이 사실이나 이런 것을 자랑이라고 생각지는 않으며 떨어진다고 쪽팔리지도 않다.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면 그 기업의 인재상과 내가..

일상 2008.05.19

비 오는 날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듣는 것은 그닥 나쁘지 않다. 아무것도 몰랐던 내게 '비가 내리는 소리' 란 우산과 빗방울이 만나 타닥타닥 거리는 소리라던가 지면과의 마찰에서 생기는 마찰음, 물 위로 떨어지며 내는 퐁당 소리가 전부였는데 작년에 취재했던 한양대학교 나정열 교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빗방울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처럼 아름다운 소리" 를 들어본 적이 있냐고 물으셨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건만 현실에 찌든 이 몸의 한계는 쉬융 쉬융 거리는 바람 가르는 소리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여튼, 비가 온다. 오랜만인 것 같다. 내일 있을 최종면접을 위해 드라이 맡겼던 양복을 찾아 오면서 양복 덮개 비닐 위에 송송 맺히는 빗방울들이 참 맑게 느껴졌다. 츄리닝 바지 밑단의 색이 점점 진해지..

일상 2008.05.18

서울국제도서전

아침 일찍 눈을 떴다. 간밤에 도통 잠이 오질 않아 한참을 뒤척여서 그런지 몸이 그닥 개운치는 않았다. 내릴랑 말랑 떨어지는 빗방울 사이로 카메라를 어깨에 매고 '서울국제도서전' 이 열리고 있는 코엑스몰로 향했다. 도착하는 순간 메모리카드를 빼놓고 왔다는 것을 알았지만. 하여튼 이런 빙구같은. 책을 볼 때 마다 느끼는 것은 뻔질나게 이야기하는 '자각' 과 '자극' 이다. 꼴에 책욕심이 많아서인지 거진 한 달에 약 5 ~ 10만원 정도는 책값으로 빼놓곤 했는데 여유가 있었다면, 한방에 지르고 싶은 만큼 좋은 책들로 가득했다. 가족 모두가 함께 책을 고르고 뒤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쉬운 점은, 이런 행사가 지방에서도, 특히나 내가 살고 있는 안산에서도 열렸으면 하는 점이다. 이래서 사람은 태어나면 서..

일상 2008.05.18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공수대원들은 서너 명이 1개조가 되어 학생처럼 보이는 청년들을 무조건 쫓아가서 곤봉으로 머리를 때리고 공을 차듯이 가슴과 배를 내질렀다. 시위 군중은 불과 십여 분도 못되어 산산이 흩어져버렸다. 공수대원들은 골목마다 뛰어다니면서 주변에 숨어 있는 청년들을 두들겨 패고 나서 손목을 뒤로하여 포승으로 묶고는 차에 던져올렸다. 차 위에서는 무전병이 기다리고 있다가 체포되어 올라온 즉시 발가벗기고 굴비 엮듯 엎드리게 하고는 계속 난타했다. 거리에는 일시에 살기가 맴돌았고 골목마다 비명과 흐느낌이 요란했다. 어떤 경우는 터미널 뒤편의 막다른 골목까지 달아난 학생이 드디어 잡히게 되자 자지러지게 무릎을 꿇으며 살려 달라고 연신 빌었다. 대문에 나와 내려다보던 할아버지가 너무도 애처로워 몸으로 가리면서 봐달라고 사정..

딴지 2008.05.18

어렸을 적엔 어른들이 띠로 서로의 나이를 가늠하는 것을 볼 때마다 어찌 저렇게 신통할꼬,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는데 왠일인지,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갈수록 나 역시 띠로 나이를 계산하는 것이 점점 편해지는 듯 하다. 누군가 "저는 몇 학번이에요" 라고 하면 "아 무슨띠시구나" 가 먼저 나오고 "걔 몇 살이야~" 라고 하면 "걔 띠가 그거 였어?" 라는 식으로 말이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헤깔리는 것 같은데 이거 외우는거 그닥 어렵지 않다. 자 = ㅈ 이 있으니 쥐 축 = 도축어쩌구 자시구, 바로 소 인 = 범인, 범, 호랑이 묘 = 묘하네, 토끼 진 = 용 사 = 뱀사 오 = 말오 미 = 양, 양은 이쁘니까 신 = 원숭이, 손오공 유 = 닭유 술 = 술먹으면 개가 됨, 개 해 = 돼지

잡학 2008.05.17

인재제일 16기와 난지도 고기 파티

인재제일 학생기자단 16기와 함께 했다. 15기 회장으로서 대표로 참석했다만(실은 시간이 제일 많아서다), 어느덧 16기에 동화되어 다음달에 기사 한 편 정도 써줘야 될 것 같은 분위기. 모난 사람이라도 한 두 명 있으면 참 재밌을텐데, 다들 너무 착하고 재밌어서 으레 인재제일 사람이라 하면 "훈남" "훈녀" 만이 떠오른다. 너무 즐거웠다. 언제고, 저를 불러주세요~ 저는 언제나 시간이 많.. 인재제일, 사랑해요^^

기록 2008.05.17

이상형, 시험, 통화 = 대화

원씨 : 자, 솔직히 말해 봅시다. 전 지금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구요. 형님, 제가 눈이 높은가요? 래현 : 음.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쌤 : 음. 그런 듯 김상곤씨 : 응.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전정환씨 : 니 얼굴 강민 : 절대 안높지. 원씨의 눈은 확인 좀 해 봐야해 태호 : 니 눈 안높아. 애가 이상해 원씨 : 그렇다면, 그 이유로 인해, 즉 내 생각 않고 정수리에 꽂혀 있는 눈이 저의 문제인가요? 래현 : 아니야. 꼭 그런것 때문이...(얼버무린다) 쌤 : 잘 들어봐. 넌, 김상곤씨, 전정환씨한테 좀 배워라. 개동, 장두한테도 좀 배우고. 스타일을 바꾸란 말이야 스타일을.. 주용찬 : 그래. 하나하나 조금씩 좀 바꿔봐. 모야 이게. 김상곤씨 : 너가 어때서 전정환씨 : 니 얼굴 강민 : 왜들 그..

원씨 2008.05.16

스승의 날

"선생님" "어 왠일이니 승재야" "저 이번 시험 망쳤어요" "왜. 전정환 선생님한테 혼날려고" "수학은요, 전교 35등 했는데요, 다른걸 너무 못봤어요" "에이, 그럼 됐어. 수학만 잘하면 다른거는 하면 다 잘 할 수 있어" "아.." "전정환 선생님이 수학 말고 다른것도 가르쳐줘?" "아니요. 수학만 하고 있어요" "그래, 말 잘들어. 너 때릴지도 몰라" "크크크. 알아요. 지금도 숙제 하고 있는데요 너무 많아요" "숙제 안해가면 너 때릴지도 모르니까 숙제 열심히 해라. 알았지?" "네" "공부도 열심히 하고" "네. 오늘 스승의 날이라서 전화 드렸어요" 띠용~ 수 개월 전에 과외를 하던 어린 친구가 전화를 했다. 스승의 날이라서 전화를 했단다. 어이쿠 이쁜것. 정작 나 자신은 교수님이나 은사님들게 ..

일상 2008.05.16

과도관 생활

2006년 12월, 복학 2학기째 마지막 시험인 물리화학2 기말고사를 앞두고 밤잠 설쳐가며 공부하다 아침에 쓰러진 모습의 사진이다. 양 옆으로 좌전정환, 우꽃상곤의 사진 구도가 기가 막히며 알파벳 C를 뒤집어 놓은 듯한 불편한 자세 속에서도 단잠을 자고 있는 원씨의 모습이 나름 인상적이다. 2007년 2학기부터, 슬슬 과도관 생활에서 탈피를 했던 것 같다. 졸업을 앞둔 동기들의 꾀임에 자주 빠지기도 했고 전공논문과 산학협동강좌등 학점이 아닌 Pass, Fail 과목을 여럿 들으면서 전 학기 보다 조금 널널해진 커리큘럼 탓도 있었다. 취업에 대한 걱정 역시 없었기에 남들처럼 뒤늦게 토익 점수에 매달릴 필요도 없었고 학점도 높지는 않지만 취업의 마지노선인 3.0 을 상회했기에 그닥 걱정도 없었다. 아무튼, ..

원씨 2008.05.15

최종을 앞두고

다음주 월요일, 재료과에서 갈 수 있는 최고의 기업(?) 최종 면접을 앞두고 2차를 붙은 학교 친구들끼리 모여 술 한잔을 기울였다. 2차 합격자 발표날, 1박 2일의 2차 면접을 마치고 KTX를 타고 돌아온 10명 모두 합격, 지화자를 부르며 즐거움을 함께 했었는데 꽤 신빙성 있는 소식통에 따르면 최종 재료과 TO는 30명이라는 이야기에 갑자기 다들 약간 뾰로통해졌다. 작년만 해도 최종 면접시 경쟁률이 약 1.3~1.8 : 1 정도라는 이야기가 있었기에 심지어 "눈과 코, 귀가 제대로 붙어 있는지 확인되면 합격" 이라는 소문도 나돌았다고 하는데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우리 과에서만 10명이 붙었는데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합치면 못해도 최소 2 : 1 은 된다는 소리. 8명이 모여 소주잔을 기울이며 즐겁게..

일상 2008.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