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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햇빛을 본지 일주일이 지났다. 12시 전에 퇴근한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주 금요일 밤 지하철 막차를 탔다. 그 외에는 모두 택시다. 이달 11일, 충남대로 출장을 갔다가 산들거리는 캠퍼스 분위기에 취해 '눌러 앉을까'를 잠깐 고민했다-_- 아, 대학이란, 젊음이란 이런거야! 를 속으로 연신 외쳤다.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농구하는 친구들 사이로 삼삼오오 손을 잡고 재잘거리며 지나가는 어린 여후배들(응?). 농구 코트가 꽤 컸는데 꼭 그 앞에 있는 벤치에 다리 꼬고 앉아서 운동하고 있는 남학생들에게 예상외의 파워를 주는 여학생들이 '꼭' 있다. 남학생들은 더 오버하고 그러다 '꼭' 다친다. 집으로 바로 퇴근하던 중 '지진' 소식을 들었다. 팀장님께 간단한 지시를 받았다. 규모가 컸지만 상황이 이렇게까지 ..

직장 2011.03.20

첫 휴가

입사 후 첫 휴가를 썼다. 뭐 그래봤자 3개월 밖에 안됐구나. 첫 휴가를 잠만 쳐자면서 보내기 싫어 일찍 일어나 신문 읽고 할 일 했더니 벌써 11시다-_- 제길슨. 귀가 아파서 병원에 가려 했는데 자연치유 될 듯한 조짐이 보인다. 참아야지. 우리 몸은 내가 아는 것 이상으로 건강하다고 믿는다. 내 다시는 감기 때문에 병원 안가리!(우리나라는 감기 걸리면 항생제 준다죠?) 읽지 못한 책을 뒤적였다. 산더미다. 금요일까지 할 일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일주일간 머리 안쓰고 좀 편안히, 정신없어서 한민관 춤추듯이 대가리 흔들거리지 말고 좀 여유롭게 지내련다. 자, 다들 새해 복 이빠이!

일상 2011.02.01

양말

요즘들어 양말에 빵꾸가 종종 발견된다. 심지어 그제는 양쪽 양말에 빵꾸가 나는 쌍빵구를 발견, 저녁 먹는데 신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라 괜히 빵꾸가 난 부위를 발가락 사이에 껴서 발랄하게 장난을 치는 듯, 쭉쭉 미끄러지며 걸었다-_- 오늘 잠깐 집을 나서면서 들어오는 길에 양말을 한바구니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아차, 나도 모르게 반짇고리를 사고 말았다. 이 놈의 머리가 희한한게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양말 빵꾸 - 새 양말'의 연결 고리가 '양말 빵꾸 - 꼬매 신어'의 흐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결국 요 놈을 사들고 와서는 중학교 가정 시간에 했던 시침질 박음질 등을 기억해 내고 꼬매기 시작했다. 빵꾸의 크기는 큰 엉덩이 철푸덕 자리에 깔아 놓고 침침한 눈을 비벼가며 열심히 꼬맸다. 결과는 만..

일상 2011.01.17

20대의 마지막

딱딱하게 굳은 눈을 어거지로 눌러 밟으며 뽀드득 소리를 냈다. 작년만 해도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면 이유없이 설레는 마음에 가슴 깊숙한 곳에서 오바이트하듯 미끄러져 나오는 신맛같은 벅참이 있었다. 올 12월도 눈이 자주 왔지만 꽃다운 처녀의 하얀 월남치마 같은 순수함-_-은 어디가고 자동차 타이어에 밟혀 거뭇거리는, 담배 피던 사람이 뱉은 노란 침에 물들어 홀아비처럼 고린내 풍기는 듯한 눈이 많이 보인다. 일부러 더 힘주어 밟았다. 뽀드득 소리를 들으며 예전 기억에 잠시 취해있다가 또 다시 미끌. 요즘엔 자주 몸의 균형을 잃는다. 하늘 한 번 쳐다보다가 미끌, '찌릿' 하며 전해지는 허리의 통증에 나도 모르게 허리춤으로 손이 갔다. 남자의 자존심이라며 입지 않은 내복. 살얼음 같은 바람이 양복 바지에 ..

원씨 2010.12.31

한 달

11월 1일부터 한달이 넘는 시간 동안 정말 바쁘게 살았다. 개인 생활은 마비(!?)됐고 주말은 부족한 잠을 채우느라 자도 자도 끝이 없다. 2주 전에는 이틀 동안 무려 26시간을 잤다-_- 살면서 뭔가에 이렇게 집중한 적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했지만 아직도 많이 미흡하다. 불과 한달 사이에 뚝딱뚝딱 기사를 써 낼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내가 생각해도 '요건 아닌데' 라는 글을 쓰고 있으니 선배의 첨삭 앞에 무참히 무너질 수 밖에... 둘레인들에게 연락도 자주 못하고 약속도 못지켜 너무 미안하다. 모임도 많이 못나갔고 회비도 못냈고 연락도 씹게 되는, 29년 살면서 처음으로 경험하고 있는 바쁜 생활에 나의 CAPA가 혼란스러워한다-_- 이 생활에 조금 적응 되고 기사도 좀 잘 쓰게 되..

직장 2010.12.13

커플 모임

현대자동차 연구장학생 5기 모임... 이라기 보단 그냥 친한 동기들 모임에 다녀 왔다. 전날 무리한 과음과 아침부터 이어진 축구 대회 참석으로 뼈 마디 하나하나가 으스러질듯 피곤했지만 너무도 보고 싶은 친구들이라 축구가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지하철을 탔다. 아, 내 양말은 대체 누가 가져간거야! 양말이 없어져 맨발에 신발을 신었다. 남양주시장이 나눠준 유기농 야채를 손에 들고, 처음 나왔다고 가방이며 옷하며 잔뜩 주길래 등에 맨 가방은 터질 듯 무거웠다. 발바닥이 꼼지락 거리는 느낌을 혹시 알랑가 모르겠는데 운동화도 아닌 스니커즈를 신고 있었기에 뭔가 쩌억쩌억 달라붙는 듯 하면서도 간질거리는, 개미 한마리가 샤워 하고 물기를 씻지 않은 채로 발바닥을 기어다니는 느낌? 뭐 하여튼, 행여 맨발인게 드러날까봐 ..

일상 2010.11.08

부도남

지하철에 앉아 신문을 볼까, 책을 볼까 고민하다가 신문을 펼쳤다. 금정역이나 범계역, 과천역 부근에서 자리를 일어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신문을 읽어 가는데 제길슨, 눈이 아프다. 지난 사흘동안 잠은 조금 잤고 술은 많이 마셨다. 입사 첫날, 징하다, 할 정도로 마시는 모습을 보며 처음엔 '어디 나도 한번' 이러고 덤볐다가 수요일에는 '오늘은 쫌' 이라며 꼬리를 내렸다. 연인과 사랑을 속삭이며 밤새 휴대폰의 뜨거운 열기를 온 뺨으로 전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간혹 생겼던 다크서클이 눈 밑으로 깊게 내려와 있었다. 어지간해선 다크 서클이 안생기는데 지난 새벽 신문 돌리기의 타격이 컸다. 신문을 덮고 눈을 감았다. 지하철에선 책을 읽어도 멀미를 하지 않기에 레알 좋아했었는데 편하게..

일상 2010.11.05

새로운 도전

메일을 확인하고 조간신문의 스포일러를 사진으로 받았던 어제, 그리고 출근 길 신문에 박힌 이름 석자와 인터넷에 부끄럽게 그려진 뽀샵 사진을 봐도 얼떨떨했습니다. 설레임 보다는 두려움이, 기분 좋은 흥분 보다는 '과연 내가' 라는 의문의 부담에 목 언저리가 근육이 뭉친 듯 딱딱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많은 분들의 손을 맞잡고 인사를 듣고 쉴새없이 날라드는 쪽지와 대화창에 답하며 실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 정말 됐구나! 그 때 부터 사알짝 들뜬 흥분과 떨림에 평소보다 약간 빨라진 듯한 심장 박동으로 날아갈 듯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안정을 찾고 나니 또 다시 불안감이 밀려 옵니다. 꼴떨고 차분한 척 글을 쓰고 있지만 '기자' 라는 직업에 대한 선망이 너무도 컸기에 내가 기자가 됐다는 것..

원씨 2010.10.19

오빠 믿지?

여자친구 어플과 남자친구 어플, 초콜릿 복근 만들기(안드로이드 기반) 어플 등 그들이 가진 '끼' 와 '사상(!)' 을 가감없이 보여줬던 onepiece가 지난 16일 '오빠 믿지?' 라는 새로운 어플을 선보였다. '오빠 믿지?' 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연인의 번호를 등록 하면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채팅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이를 통해 서로간의 믿음을 증진시킴과 동시에 탈선을 막음으로써 상호간의 신뢰 및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원피스의 개발이사 윤준식씨(25세,남)는 "대한민국 남성분들에게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만들었다" 며 개발 소감을 이야기했다. 예상했듯이 '오빠 믿지?' 어플을 대하는 대한민국 대다수 남성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익명을 요구한 H기업..

얼렁뚱땅일보 2010.10.18

강박관념

조금 더 잘나가고 싶고 소위 말하는 '성공' 이란 삶에 가까워 지는 방법은 간단하다. 노력하고 열심히 사는 삶을 살면 된다. 물론 부모의 재력이라던가 지위, 교육 환경에서 오는 차이는 수십, 수백개의 링크를 걸어 증명할 수 있을 만큼 다채롭지만(?) 일단 성공한 삶을('성공' 이란 단어의 의미 차이도 개개인에 따라 다르기에 그냥 일반적인 성공이라 하자) 산 사람들에게는 언급했던 공통점이 있다. 노력하고 열심히 사는 삶. 쉽고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이 말이 아직도 통용되는 것은, 그리고 회자 되는 것은 많은 이들이 그렇게 행동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20년 정도만 살아도 알지 않을까 싶은 이 말은 지난주 일요일 야구를 보다가 잠들어 무려 14시간 만에 일어난 원씨에겐 강박관념처럼 끈질기게 매달려 ..

원씨 2010.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