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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가네 꼼장어

소주를 못마시는 사람도 이것 한 마리를 입속에 넣으면 미친듯이 소주를 털어넣고 싶은, 소주 한 잔에 한 점씩 먹다 보면 어느새 늘어나버린 소주병에 깜짝 놀라고 마는, 비록 비싸지만 생각만 해도 좋은 사람들과의 주황색 바랜 빛깔이 떠오르게 만드는 안주,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꼼장어다. 처음 꼼장어를 접한 것은 아마도 2004년도 였던 것 같다. 역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황가네 꼼장어" 라는 집이 생겼는데 오픈기념으로 소주 한 병, 음료 한 병 무료, 라는 간판을 보고 친구들과 무작정 들어갔었다. 그 때 처음 맛 본 꼼장어맛. 짙은 숯에 모자이크 모양의 석쇠를 올려 놓고 그 위에 살짝 양념이 된 붉은 꼼장어를 올려 놓으면 빨갛게 힘을 내는 숯과 살살 익어가며 단단해지는 듯한 꼼장어의 조화는 삼합..

원씨 2008.07.07

마담뚜

오군♡김양 김군♡오양 천군♡유양 주군♡박양 이번 한학기에만 네 커플을 연결시켰다. 오군한테 술 한잔 얻어 먹었고, 천군한테도 얻어 먹었고, 김군은 학교가 다르니 회사 들어가서 비싼거 사달라고 하면 되고, 입사을 일주일 앞두고 주군과 박양을 연결시켜 버렸으니 다음주쯤 날잡아서 학교 앞 참치횟집을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하다. 주군, 기다리고 있을테요. 4천만이 넘는 인구 중에서, 한 사람과 또 다른 사람이 만나 사랑하는 것은 기적이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 중에서 나는 너를 좋아하고, 너도 나를 좋아한다는 것은 천리길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이어지는 놀라운 일인 것이다. 아무쪼록, 나로 인해 연결된 이 모든 커플들이 싸우지 말고 항상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함께 했으면 한다. 귀여운 것들.

일상 2008.07.05

한나라당

촛불을 켜는 야간집회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다. 다만, 이 다만은 평화가 보장되는 비폭력이 담보되는 집회라면 가능한 것이다. 신부님들이 목사님들이 시민단체 구성원이라도 좋다. 서울광장에서 야간에 평화집회를 하는 조치를 하시고 도로를 진출하지 아니하겠다는 각서를 쓰시고, 밤 12시에 청와대 가서 뭐하겠다는 겁니까. 도로로 진출하지 아니하겠다, 폴리스라인을 지키겠다는 보장이 있다면 할 수 있다. 목사 신부라 해서 현행 집시법을 벗어날 수 없다. 야간 집회일 때는 평화적 집회를 할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 지난 밤 100분 토론시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이 던진 말이다. 뻔하다. 조용히, 우리끼리 놀으라는 이야기다. '평화'적으로 도로 점거 안하고 우리끼리 놀고 있으면 지들은 하고 싶은대로 할테니 국민들은 알아..

딴지 2008.07.04

가족

외할아버지 제사라는 소식에 자취방에서 뒹굴다가 잘됐다 싶어 부랴부랴 안산으로 향했다. 7남매인 외가가 모이는 날이면 북적북적, 사람 사는 맛과 가족의 미(?)를 흠뻑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아홉달 된 아기부터 세살, 여섯살, 초중고, 20대, 30대등 폭넓게 분포하고 있는 나잇대와 어르신들의 살가운 대접, 이상시리 두그릇씩 비우게 되는 제사음식들까지, 어느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다. "원씨, 첫 월급 받으면 쏴야 한다" 언제나 근엄하게 앉아 계신 큰외삼촌의 말씀에 "아 그럼요" 라며 넉살좋게 답하는 내게 누나들이 다가와 "요즘 나는 이게 참 갖고 싶은데.." 하면서 함께 웃어주고 축하해 주는, 생수보다도 깨끗하다던 금강산 계곡의 물처럼 '맑고 밝은' 이라는 표현이 떠오를만큼 화사하다. "삼촌,..

일상 2008.07.03

촛불

#이명박의 애니악 불도저(지 입으로 컴도저란다)는 역시 불도저다웠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무식한 놈이 용감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 둘을 조화롭게 갖추고 있는 그의 모습은 완벽하다. 세상에 이런 븅딱도 상븅딱이 따로 없다. 그가 말한 '소통의 부재' 라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숙한 국민들의 의식수준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청와대 뒷동산에서 촛불을 바라보며 이 아까운 시간에 생각한 것이 '저것들을 어떻게 치워버릴까' 라는 딱 그다운 발상이었다. #집으로 배달되는 조선일보를 열어봤다. 식당에 앉아 동아일보도 핥아 봤다. 지하철에서 중앙일보도 돈주고 사봤다(600원이 아깝다). 다른 매체를 보지 못하고, 인터넷을 할 시간이 없어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좆중동으로 프레임 짜 놓고 살아간다면 ..

딴지 2008.07.02

지우기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 썼던 글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일단 나의 배설물이니 이를 통해 내가 뭘 쳐먹었었는지 알 수 있지 않겄나, 라는 생각으로 공개였던 글을 비공개로 돌리지 않았다. 그렇게 블로그를 옮기면서 날아간 모든 글들이 너무 아쉽긴 하지만 그 당시의 생각은 나름 마음에 들었었다(?). 방금 썼던 두 개의 글을 모두 비공개로 돌렸다. 생각해서 썼던 글이라기 보다는 순간적인 감정에 취해, 그리고 늦은 밤 센티해지는 기분에 두드려댔던 글이었기에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 보니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흔적을 지워가는 것, 혹은 나의 예전의 무언가를 지워가는 것, 이렇게 클릭 하나로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이라는 것, 글이라는 것은 이처럼 간단하면서도 때로는 무겁다. 아직도, 나는 생각이 짧다.

원씨 2008.06.30

시작, 끝

토익 성적표를 제출했다. 학사지원부에 들러 '졸업 예정임' 을 확인하고 무인 우편을 이용해 현대자동차 입사에 필요한 나머지 자료들을 우편으로 발송했다. 40원이 모자라 쩔쩔매던 중 선배 둘을 만나 100원을 빌렸다. 학사지원부에 들러 '졸업 예정임' 을 확인했다. 이번 학기 성적 중 F만 뜨지 않는다면 졸업이다. 7월 14일의 입사를 앞두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마무리지었다. 지난 8학기, 4년 동안의 대학생활이 끝이 난다. 내게 너무도 많은 것을 주었고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으며 나의 한계를 깨달았고 나의 성격과 개똥철학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세울 수 있었던 대학시절이었다. 그런 대학시절의 끝과 함께, 나는 다시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을 위해, 열심히 고기굽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큰할머니..

일상 2008.06.26

주성영

예전에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을 보면서 '얘 모야' 했던 때는 바로 파병 동의안을 앞둔 국회 투표장에서였다. 한나라당이 파병을 찬성함에도 그는 당당히 반대표를 던졌는데 그 이유가 참 재밌었다.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의 많은 의원들이 파병을 반대했기에 그는 "내가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파병 동의안이 부결되고 그로 인해 민주당이 정치적인 타격을 받기를 원했기에 정치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다" 라고 이야기를 했다(정확한 발언 기억은 안나지만 이 내용 맞다). 정치인들은 이렇게도 자신의 한표를 행사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다가 그들의 한표는 걸러짐 없이 바로 우리 국민과의 생활과 직결된다는 생각이 미치자 또라이도 이런 상또라이가 없구나, 라는 생각에 허털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있다. 그랬던 그가 '황홀한 대구' 의 기억을..

딴지 2008.06.21

변화

꼭 면접이나 인적성 검사를 앞두고는 술약속이 생긴다. 오늘 현대자동차의 최종 면접을 앞두고 늦은 밤까지 과음한 덕분에 아침 기상을 걱정했건만 다행히 '아침에 일어나는 기계'는 아직 죽지 않았다. 술을 그렇게 쳐마시고 4시간 만에 눈을 떠 벌겋게 부은 얼굴과 술과 담배에 쩔은 입안을 물로 헹구고 양복을 꺼내 입었다. 얼굴이 조금 하얗게 보이기를 바라면서 선크림을 바르려 짰는데 엄청난 양이 딸려 나오는 바람에 희멀그레(?) 붕 뜬 얼굴이 되어 버렸다. 부랴부랴 성적 증명서, 재학 증명서, 졸업 증명서, 토익 성적표등을 뽑고 양재로 향했다. 서초구민회관 앞에서 셔틀을 타라는 말을 상기하며 기다리는데 속이 더부룩한게 연신 골골골 거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더해서 '이거 현대기아차 본사 지나가죠?' 라는 물음..

원씨 2008.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