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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세상 - 공요달 납치 미수사건

귀차니즘에 빠지신 분들을 위한 요약. K대 대학원생 요달군이 학교에서 미친듯이 점심을 먹고 있을 때 갑자기 어머니, 아버지, 동생에게 차례로 전화가 와서 급하게 어디냐고 찾았고 알고보니 어떤 미친 것들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 "너희 아들 머리가 터져서 죽어가고 있다. 2천만원 준비해라. 지금 바꿔주겠다" "엄마. 살려주세요" 이러니 어떤 부모가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다행히 어머니께서 인터넷 뱅킹, 텔레뱅킹이 안되니 은행에 가서 돈을 부쳐주겠다, 라고 말한 뒤 경비아저씨께 글로 내용을 전달,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한 나쁜 놈들의 뒤통수를 치며 아버지와 연락이 되었고 아들 요달군과 통화가 되어 사건은 일단락 된 듯 보인다. 경제가 안좋으니 별별 놈들이 다 생기는구나, 라는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니 결론은 아..

딴지 2008.09.02

워킹 그룹 배치

워킹 그룹 배치를 받았다. 선행생기실 생산기술개발팀 내에 "소재개발" 그룹이라는데 아직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는 알수가 없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료를 조금 맛보긴 했는데 무슨 말인지 도통... 워킹 그룹장은 차장님이시고 그 밑으로 박사 출신의 과장님이 한 분, 그리고 나와 동갑이지만 6개월 선배인 선배사원님이 한 분 계신다. 살짝 엿들은 바로는 선배사원이 한 일의 업데이트부터 시켜야지, 뭐 그랬던 것 같은데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다행히 소재개발이기에 전공을 살릴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상시리 전공 관련해서는 자신이 없다. 4년 8학기 동안 난 뭘 배우고 공부한건지. 아직 신입이고 주어진 일이 없다보니 5시가 되면 선배사원이 "얼렁 집에 가세요. 차 놓쳐요" 라며 칼퇴근을 요구한다..

직장 2008.09.01

새 삶

8월의 마지막 날에 거창한 액땜을 했다고 생각하며 피묻은 명세표를 지갑 속에 꾸겨 넣었다. 시간 되면 태워 버려야지, 라는 생각으로 옷 장에 쳐박혀 있는 이름모를 외투를 다시 한 번 살펴봤다. 음, 태워 버리기에는 약간 겁이 날 정도의 크기, 그냥 버려야겠다. 담배를 끊기로 했다. 여자친구가 생기면, 결혼하면 끊어야지 라고 막연히 줄창 피워댔었는데 이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새로운 '삶' 이라는 것에 도전해 볼 기회를 얻은 것 같다(허나 솔직히 자신은 없다). 회사에서의 본업 교육도 시작이 되었고 워킹그룹 팀배치도 이루어졌으며 내 자리와 피씨도 생겨났다. 내일은 출입증, 사원증이 나온단다. 술로 뒤집어진 속을 어르고 달래면서 이마에 생긴 시퍼런 멍 말고도 뒤통수 곳곳에 크고 작은 혹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일상 2008.09.01

피묻은 명세표

간만에 석웅이를 만났다. 만날 바쁘다고 빼던 놈이라 그런지 더욱 반가웠고 그랬기 때문에 소주 한 잔 한 잔이 달콤했다. 그간 얻어먹은 것도 많았고 월급도 받았으니 내가 쏘마, 라는 말로 즐겁게 넘기다가 직장인이 되면 꼭 해보고 싶었던 바에서 양주 먹기를 하러 갔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생일 때 마다 9900원 짜리 피자 먹으러 가던 우리가 양주를 먹을 정도가 되었구나, 라며 이런 저런 추억과 께 양주를 비웠는데... 여기서 끝이어야 했다. "한 잔만 더하러 갈까?" 라는 말에 덩실덩실 또 다시 술집을 찾아 해맸고 결국 내 기억은 거기까지 였다. 눈을 뜨니 이상한 모텔에 누워있었고 석웅이는 사라졌고 내 손에는 피 묻은 카드 명세표가 쥐어져 있었다. 이게 얼마야... 대체 어젯밤에 무슨 일이 ..

일상 2008.08.31

이연택

연수기간 동안 느꼈던, 배웠던 것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한 단체를 대표하는 이의 태도다. 그리고 그가 한 단체를 대표하려는 목적의식이다. 처음 공채 17기 학생장을 뽑을 때 한 사원이 자신있게 나섰고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학생장' 을 향한 열정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쌩판 모르던 그에게 표를 던져 주었다(우리팀 민규에게 쏘리). 허나 하루 이틀 날이 갈수록 그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고 우리를 대표한다는 그의 모습이 미안하지만 부끄럽기까지 했다. 들리는 이야기로 그는 R&D 지원임에도 서울 근무를 원했고 때문에 구매(?)부서 쪽으로 가기 위해 연수기간 동안 좋은 점수를 얻으려고 학생장 지원을 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결국, 학생장으로 한 단체를 대표한 이유가 자신의 영달 목적이었다는 것. 결..

딴지 2008.08.25

돈, 현실

예전보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에 무딤이 느껴진다. 물론 그 전의 내가 날카롭다거나 세상을 향해 맛깔난 비판을 보내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 해도 모자란 자신을 알기에 더 읽으려 애썼고 안돌아가는 머리를 헤드뱅잉 해가며 노력했던 부분은 있었다. 신문도 매일 챙겨봤으며 이곳 저곳 많은 이들의 글을 읽으며 내가 모자란 면을 채워가려 했고 그렇게 했던 일 자체는 내게 삶을 살아가는 나름의 즐거움이었다. 회사에 입사한 뒤 합숙으로 인해 신문을 챙겨 볼 수 없었고 인터넷도 자유자재로 못하다 보니 모르는 일이 산더미다. 주말마다 집에 와서 밀린 신문을 뒤적이고 인터넷에 접속해 그간 뭔 일이 있었나 눈알을 열심히 굴려보긴 하지만 수개월전까지 내가 갖고 있던 열정(?)은 햇볕에 조금씩 녹아가는 눈더미처럼 차가워진..

일상 2008.08.25

올림픽

올림픽이 끝이 났다. 13개의 금메달로 올림픽 출전 역사상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카퍼레이드를 하기 위해서래나, 선수들의 '상업적' 활동이 올림픽 정신에 어긋난다며 출국을 금지하기도 한 대한올림픽위원회의 모습과 아직도 은메달, 동메달에 세상 모든 죄를 지은 사람 마냥 고개를 떨구는 선수들, 그리고 은메달이 짜증난다며 욕을 해대는 많은 이들의 모습이 70년대 광고의 한 장면처럼 왠지 잘 어울리는 듯 하다. 모광고의 말처럼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었다면 참가하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순위가 중요하고 메달이 목표라 하겠지만 금메달 하나 더 따서 대한민국의 순위가 한 단계 상승하는 것이 그렇게 미친듯이 열광하고 은메달을 딴 선수에게 욕을 해도 될 정도로 자신에게 많은 이득을 가져다 주는지 가끔 아리송..

일상 2008.08.25

첫출근

가을임이 확연해지는 선선함에 언제 여름이 다 갔는지 곰곰히 생각할 때 쯔음 아직도 내 몸은 꽉 쪼인 넥타이에 후끈거리고 있었다. 첫출근. 교육 일정이 모두 뒤틀리면서 3일만에 울산에서 안산으로 컴백했고 두근두근 설레였던 첫출근은 깊은 심호흡과 잔잔함으로 찾아온 것이 아니라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그렇게 나와 대면했다.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생산기술선행개발팀. '학생' 이라는 신분과 가족의 울타리 속에서 살아왔던 지난 27년이라면 아침 10시, 남양연구소의 검문소를 지나 임시 출입증을 받았던 그 순간부터 원씨는 독립된 성인(물론 머리는 성인이라 할 수 없지만), 앞으로 나의 미래를 설계할 곳으로의 첫발을 내딛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많은 선배님들을 지나 회의실에 도..

직장 2008.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