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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인간

'책' 으로 친해진(?) 옆 팀 대리님이 실험실에서 조직 사진 관찰하겠다고 현미경 앞에 두고 열라게 뺑이 치고 있는 내게 물었다. "섭섭아, 넌 꿈이 뭐냐" "사람답고 인갑답게 사는거요" 누군가 언제 이런 질문을 한다며 대답하려고 진짜 오랫동안 생각만 하던건데 멋지게 써먹을 때가 왔다. 훗. "뭔 의미야?"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이성이 있다는 거잖아요. 전 이성을 챙기고 살아가고 싶어요. 그리고 인간은, 사람인, 사이간,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인간이잖아요. 어디서나 잘 어울리고 함께 살 수 있는, 함께 살고 싶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 "....." "그래서 넌 인간이냐 사람이냐" "....." "....." 거창하게 인생의 목표를 정해 놨다만 정작 실천은 개뿔도 못하고 지낸다. ..

직장 2010.03.06

길 몰라요

이번 달 들어서 9시 퇴근이 잦아졌다. 9시 퇴근이라고 해 봤자 8시쯤 슬쩍 나와서 퇴근 버스가 줄지어 기다리는 정문 게스트룸에 앉아 50여분 동안 책과 신문을 비비적대니 정확히 말하면 8시 퇴근이다. 점심 저녁 두 시간 제외하고 아침 8시부터 10시간 근무. 주 50시간 근무. 여기서 수요일에는 5시 퇴근하니 -3시간, 금요일도 자주 5시에 퇴근하니 -3시간. 하면 정확히 44시간. 실제 대한민국의 주당 노동시간이 44시간이라는데(OECD국가 중 자랑스런 1위) 노동생산성은 30개국 중 22위라는 것이 참으로 멋지다. 일본은 주당 34시간, 미국은 35시간, 네덜란드나 독일은 27시간이라는데. 그러고 보니, 그나마 우리 회사 정도 되니까(대리까지는 조합원 소속!) 실제 주당 44시간 일하는 거지 과장급..

일상 2010.02.26

만족

나를 사랑하자. 나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남도 사랑할 수 없다. 내가 건강하고 내 스스로의 삶에 만족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 이제껏 남을 위해 모든 희생을 감수 할 수 있다는 스스로의 생각이 무서운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스스로가 우선이다. 다른 이를 먼저 생각함에 오는 만족은 한계가 있다. 이기적인 생각 같지만 희생 역시 '만족' 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결과론적인(?) 이야기 같지만 스스로 만족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때문에, 난 지금 퇴근을 해야만 한다...

낙서 2010.02.23

2010 근황

#1. 새해라는 최후의 보루, 구정 까지 지났건만 삶이 그저 팍팍하다. 답도 안나오는 생활 속에서 그저 다 잊고 '공부' 를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책을 사니 필요한 책이 또 산더미. 가격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 강의까지 추가하니 오호라. 결과는 올 12월 발표된다. '최선을 다했다' 라는 말을 난 믿지 않는다. 지나고 생각해 보면 조금 더 열심히 할 수 있었고 조금 더 잘 할 수 있었다. 뭐든 그렇다. 더 잘 할 수 있었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다. 최선을 다했다 라는 말을 믿지 않지만 난, 삶에서 '최선'을 다했던적이 없는 것 같다. 아무코롬, 이번 도전(?)은 정말 지금 삶을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이다. 큰 줄기로(!?) 나름 잘 풀렸던 삶의 운을 믿고 도전해 보자. 물론 나름의..

일상 2010.02.21

[속보]생기개발 탁구리그 개최설!

"생기개발팀 탁구대회" 가 열린다. 익명을 요구한 생기 개발팀 관계자는 "상당히 신빙성 있는 정보" 라며 "이미 TFT팀이 구성되어 대진표를 짜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고 밝혔다. 생기개발팀의 3년차 김모씨(30 남)는 "탁구대회 참석 여부를 알려달라" 라는 쪽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고 요소생기개발팀의 2년차 사원 이모씨(29 남)는 "점심 먹고 라인을 지나가던 중 누군가 탁구대회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생기개발팀의 한 사원이었다" 고 말했다. 일각에선 "탁구대회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는 의견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생기개발팀 배모씨(? 남)는 "작년 말 부터 탁구 붐이 일기 시작했다.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라 전혀 놀랍지 않다" 며 "부디 건강하게 대회가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 며 팀원들의 건강을..

얼렁뚱땅일보 2010.01.28

2010년

새해가 밝았다. 모처럼 가족끼리 점심을 챙겨 먹고 집에 들어와 쇼파에 잠깐 누워 몸을 릴렉스 시키다가 잠이 들어 버렸다. 눈을 뜨니 5시 30분-_- 2시간을 넘게 잔 것이냐. 새해 첫 날 부터 무리한 낮잠에 정신이 몽롱하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몸을 추스리고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쳤다. 영어라는 놈도 좀 잡아야겠고, 읽으려고 쌓아 둔 책은 산더미고. 이렇게 가다간 또 다시 2009년 처럼 절반의 점수로 한 해를 마무리 할 듯. 그러고 보니-_- 2009년 첫 해에도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한답시고 연습장 펴 놓고 이것저것 끼적거렸었구나. 자! 시베리안 야생 수컷 호랑이!! 보다 더한 백호랑이의 해라고 하니, 괜시리 내 이름의 가운데 글자인 '호' 자와 맞물려 기분 좋은 한해, 발전하는 한해가 될 것 같아 ..

일상 2010.01.01

좀비

좀비 영화에 대한 짤막한 '글' 을 기획중이다. 여지껏 본 좀비 영화만 해도 어림잡아 50여편 이상은 되는 것 같고 어느 정도 좀비 영화의 특성과 시나리오(?)에 대해 지극히 아마추어 중의 아마추어 적인 시선으로 이야기를 할 깜냥 정도는 갖고 있지 않은가 싶다. 물론 거창하게 '좀비 영화의 역사' 라던가, 좀비 영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좀비 영화의 철학적 의미(!?) 등 전문적인 지식을 다룰만한 능력은 절대 없고 단순히 이제껏 봤던 영화들을 중심으로 '좀비들의 특징' 에 대해서 풀어 나가며 나아가 실제 좀비가 나타났을 때의 대처법, 즉 살아남을 확률이 제일 높을만한 방법을 논해 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시간인데 하루에 한 편 정도의 영화를 다시보고 필요한 내용들을 정리한다고 ..

원씨 2009.12.16

막내 이모부가 돌아가셨다. 올 5월에 간암 4기 판정을 받으셨고 6개월여만인 12월 3일 아침 삶의 끈을 놓으셨다. 2주 전 병원에서 만났을 때는 여의긴 했지만 식사도 혼자 잘 하셨고 이런 저런 말씀도 많이 하셨었는데. 하루하루, 화장실을 잘 갔네, 밥을 잘 먹었네, 얼굴이 좋아졌네 등 일상적인 일들이 이모와 이모부에게는 너무도 큰 변화이자 간절함이었다. 하루가 얼마나 길고 고통스러웠을지, 혹은 작은 변화에 붙잡게 되는 희망의 끈은 또 얼마나 매정하고 날카로웠을지. 본인이 떠나는 날을 알고 계셨는지, 눈을 감기 하루 전인 12월 2일, 이모부는 가족들에게 유언을 남기셨다고 한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잘 부탁한다. 하얀 국화꽃 안에서 눈을 감고 계신 모습이 평온해 보였다. 이모의 "사랑했어요. 영원히 사..

일상 2009.12.10

허~구~언~날 이럴래

메일을 뒤적 거리다 친구에게 보낸 장문의 메일을 발견했다. 기업의 존재이유는, 이윤 추구가 의미하는 것은, 개방 시장에서 이윤 추구를 해야 하나, 사회 환원을 해야 하나. 인턴을 하고 있던 친구가 부탁한 질문 내용에 내 생각을 토대로 장문의 글로 답해 주었더라. 기억으로 그 친구는 다음날 내게 전화해 "야 내가 토론에서 애들 꼼짝 못하게 해버렸어. 고맙다. 크크크" 라고 한 갸날픈 흔적이. 2006년 1월 16일. 아, 대체 내가 몇 살 때야. 지금도 저런 물음에 뭔가 아는 것처럼 시원스럽게 갈길 자신은 없다. 조금 더 알게 되서, 내가 무지하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나대지 않는다, 라는 생각으로 자위 해 보지만, 그저 씁쓸하구만.

원씨 2009.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