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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애같다. 아직 나 자신이 '어른' 이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로 다시 한 번 확실해 진 듯 하다. 술 기운 때문이라면 술을 컨트롤 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고 아무리 정신이 없었다고 하지만 분명 '이게 뭐야 지금' 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성이 약해진 탓인지(!?) 기분 대로 행동했고 결국 많은 이들에게 오지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나약해 졌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지 않았기 때문이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생각의 끈을 느슨하게 풀고 살았기 때문이다. 이 정도에서 끝이 난 것을 다행으로 여기자. 나를 채찍질 하라는 소리고 더욱 더 자신에게 매정하고 냉정해지라는 말이다. 남 탓 할 거 하나도 없다. 지금 내 삶의 위치, 내 삶의 모습은 이제껏 내가 쌓아온 내 ..

원씨 2009.11.01

수다 1

"응 여보세요? 나왔어? 응 나 지금 가고 있지. 야 우리 얼마만이냐 대체? 백만년만이야. 응숙이 생일 때 보고 못본거지? 어쩜 기지배 왜 이리 연락이 없니. 어머어머. 너 혹시 목도리 생겼니? 누구니 누구니. 한 달 사이에 대체 뭔 일이 생긴거야. 에이 응큼한 년. 얘기해 봐 얘기해 봐. 아직 사귀는 건 아니라구? 언제 만났는데? 소개팅했어? 뭐하는 애야? 에이, 뭐 얼굴이 중요한가. 마음만 맞으면 되지. 아닌가? 깔깔깔. 뭐? 응, 소개팅 첫 날, 응, 응, 응? 밥먹다가? 뒤로 자빠졌다고? 아하하하하하, 아이구 배야, 아이구. 왠 추태야. 햄버거 먹는데 뒤로 왜 자빠져? 사람들 많았어? 어디서? 거기 사람들 줄 서서 기다리는데잖아. 아이구. 넌 이제 죽으면 되겠다. 세상에 어떤 여자가 소개팅 첫 날..

낙서 2009.10.28

귀 빠진 날

검색어 '생일', 검색 클릭. 2년 전부터 나온다. 2006년 같은 기간의 목록에는 '생일' 과 관련된 글이 없다. 그러고 보니, 여지껏 살면서 기억에 남는 생일을 보냈던 적이 언제였는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정말 기억에 없다. 작년 생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회사 사무실에서 찡겨 앉아 있다가(파업하는 날이었다) 아침, 점심 모두 먹지 못하고 눈치 보며 5시 퇴근(금요일이었다), 오는 길 퇴근 버스에서 잠이 깊이 드는 바람에 내릴 때서 못 내리고 한참을 걸어 집에 도착했더니만, 엄마 왈 "왜 이리 빨리 왔냐... 미역국 아까 다 태워 먹어서 먹을 게 없는데..." 결국 오는 길에 빵집에서 샀던 빵 몇 개로 자축하며 새벽 닭이 울 때 까지 '좀비'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아, 어쩌면 이런 생일이 더..

원씨 2009.09.18

반성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휴가가 끝난 뒤 참으로 난잡한(응?) 삶을 산 것 같다. 결국 밀린 일이 산더미(물론 회사일은 아니다...). 오늘 부랴부랴 준비하고 있는 글을 마무리 짓고(뭘까?) 여기저기 메일을 뿌리고 한숨을 돌리고 나니 지난 한 달간 책을 참 안읽은 것 같다. 신문도 대충 읽고, 대체 나 왜 이러니. 내일부터, 다시 스파르타. 아침 신문 열독 및 독서 시작이다... 정신 차려 임마!

원씨 2009.09.16

몇가지 주절

#1. 북한이 임진강 댐의 물을 방류하면서 남한측 민간인 6명이 실종된 사건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어제 살짝 뉴스를 핥아 보다가 북한이 '유감이다' 라는 말을 한 줄 알았는데 그에 대한 말은 없다고 하니 남북한으로 갈린 '특수상황' 에 처해 있는 남한의 반공주의자들은 또 난리가 나겠다. 북한이 아무런 경고 조치 없이 대량의 물을 방류한 것은 자칫 남측에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이며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임이 분명하다. 허나 세계 경제대국 10위를 논하는 나라가 불어난 물의 양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인명 피해의 결과를 낳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때문에 북한이 남측의 인명피해를 노리고 '고의적' 으로 방류 했다는 일부의(?) 시각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북한의 사과 + 재발..

딴지 2009.09.08

퇴보

뜬금없이 일이 생기다가도 금새 사라지고, 하루 종일 멍 때리다가 퇴근 전에 자질구레한 일이 생기기도 하고. 일주일에 3일은 멍... 모니터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지겨운 상태. 이직에 대한 고민이 극에 달한다는 1,3,5년차 중 1년차를 맞이한 지금, 일에 대한 불만, 사람에 대한 불만(솔직히 사람에 대한 불만, 힘듦은 없다)보다는 우리 팀이 갖고 있는 '정체성' 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크다. 대체 우리 팀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어느 누구도 해주지 않는다. 4년차 선배 왈, "나도 원씨처럼 1년차 때 딱 그 고민 했었는데... 결론은, 정체성이 없어도 잘 굴러가더라구요. 큭큭큭" 1년은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만 앞으로 1년을 더 이렇게 보냈다간 지금 이 여유로운 상태에 젖어 지..

직장 2009.09.07

수능이 뭐길래?

수능이 뭐길래 몰라서 묻냐-_-;;; 수능이 뭐긴... 대한민국 사회에서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의 레베루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험이지. 여기서 기사를 멈추는 게 아니라 신종플루 확진을 받았음에도 시험을 보러 나가야만 하는 한국 학생들, 대한민국의 과열된 교육 시장 문제를 이빠이 다뤄주삼. 나아가서 왜 아새끼들을 낳지 않으려 하는지, 몇 만원의 출산 장려금 운운할 게 아니라 대학을 갈 때 까지 쓰는 교육비는 얼마나 드는지, 대학 등록금은 왜 이리 비싼지, 그런데서 좀 문제 제기를 해 보삼.

딴지 2009.08.28

디자이너 문선생님 - 1

머리를 잘랐다. 어디서곤 머리를 자르고 나면 언제나 들리는 소리 "착해졌어요". 정확한 의미와 의도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회사에 입사한 뒤부터 '단정' 하게, '아저씨' 라는 소리를 들어도 부담없을 만큼의 나이도 됐으니 대충 이름에 걸맞는(호섭!) 스타일을 뿜고 다녔나 보다. 10여년을 넘게 다닌 집 앞 쌈지 헤어아트의 원장님께 정말 죄송하지만 약 6개월 전부터 미용실을 옮겼다. 집을 이사한 뒤로는 거리도 약간 생겼을 뿐만 아니라 펄럭대는 귀에 '이제 그런데서 자를 나이 됐어' 라는 말 한마디가 쑤욱 들어와 버리더니 어느 순간 '박준 헤어아트' 의 마일리지를 차곡차곡 쌓는 착한 아이가 되어 있었다. 그닥 훌륭한 외모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인지 헤어 스타일에 따라 전체적인 외양이 단방에 바뀌곤 했는데 ..

기록 2009.08.28

김대중

집안 어른들의 '빨갱이' 라는 말로 처음 접했던 김대중. 개뿔 모르던 시절 평평한 뇌 주름에 각인 되었던 그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2002년 대학에 입학하고 난 뒤였다. 그 때도 집안 어른들의 "노무현 되면 나라 망한다" 라는 소리에 휩쓸려 갈 때 쯤 "예전에 김대중이 정권 잡으면 나라가 공산주의되고 망한다고 했었는데..." 라는 나름 기특한 생각에 노무현과 김대중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 뒤 세상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극우보다 더한 빨간 안경을 끼고 그들의 말을 새대가리처럼 따라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인 그가 떠나갔다. 아찔하게도 우리는 같은 년도에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그것도 가장 괜찮았던(!) 이들을 잃고 말았다. 그리 각..

기록 2009.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