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669

드세요

청와대 행정비서관인지 뭐시깽이인지 하는 인간이 용산참사 물타기를 위해 강호순 사건을 '적극' 이용하라는 메일을 '개인' 차원에서 보냈기에 청와대는 '구두'경고를 내렸다고 한다. 이른 새벽, 신문을 들춰보며 허탈한 표정에 특유의 썩소를 날리며 궁뎅이를 긁어 대다가 바로 옆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좆선일보를 뒤적이니 뭐 역시나, 이에 대한 기사는 단 한줄도 보이지 않는다. 굉장히 큰 일이라 여겼다. 심각한 일이라 생각했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 내가 수시로 접하는 이 세상의 사건들이 조작된 것이라면, 별 생각없이 멍때리고 앉아 있다가 받아 들이는 'fact' 라는 것들이 거짓이라면, 과장이라면, 대체 내가 바라보고 그것을 토대로 생각하며 판단하는 삶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건 사는게 사는게 아닐터, 꼭두..

딴지 2009.02.16

소녀시대

점심시간. 식당으로 팀 선배분들과 슬렁슬렁 걸어가고 있으면 심심찮게 들려오는 소녀시대의 Gee. 그닥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는데 옆 팀 동기가 엄지 손가락을 있는 힘껏 치켜들며 팬클럽 회장이라도 되는 냥 "짱" 이러길래 찾아봤더니 이건!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하려는지 굽 높은 신발에 두근두근, 몸매가 모두 드러나는 꽉 끼는 청바지, 그리고 손가락을 갖다 대면 왠지 갸날픈 노랑, 파랑, 분홍색의 파스텔 색이 묻을 것만 같이 뭇 사람들의 시선을 한방에 고정시켜 버리는 형광색 티셔츠. 이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팀선배의 말이 정답일 듯. 옮겨보면, "왜 그거 있잖아요. 그냥 무대 의상이 아니라 평상복처럼 보이는거. 남자들로 하여금 괜시리 길거리 지나가다 한 번 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안기는 거...

낙서 2009.02.12

특허 피해가기

됐어! 성공이야! 쭉 가는거야! 어이쿠, 걸렸다... 결국 피해가지 못했고 오전 내내 만들었던 것과 동일한 것을 발견해 살짝 피해가려 했건만, 저녁 시간에 내가 새롭게 고안한 방법과 '똑' 같은(심지어 제목까지도...) 특허를 발견해 좌절하고 말았다. 스스로 만족하는 이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군자의 말씀을 되새기며 그 특허의 출원년도가 2008년도 였으니, 나는 지금 1년 후발대라는 소리. 원씨야, 넌 아직 멀었다.

직장 2009.02.09

인간

인간(원씨)이 참 못났다. 모든 일에 이유를 찾으려 들고 '왜' 그런지를 생각해 내려 안돌아가는 머리 굴려가며 나름 '논리' 를 생각해 낸다는 것도 참 우습다. 경솔하고 신중치 못했으며 '심리'가 왜 그럴까, 를 마치 정신과 의사인냥, 해석하려고 별의별 생각을 다하는 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멍, 하니, 아무생각없이 그렇게 좀 살아보자. 결국 뱁새가 황새 따라하려다 다리 찢어진 꼴인가. 나는 요만큼 밖에 안되는 인간인데 너무 큰 그릇을 들이밀며 살아가기에 언제나 실수 투성에 속좁고 미숙한 행동과 생각을 연발하는 것일까. 그냥, 별 생각없이, 멍, 때리면서 살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지는 않을까나. 제기랄이다.

원씨 2009.02.07

금요일

금요일 아침. 풀렸던 날씨에 잠시 긴장을 늦췄더니 삐져나온 속옷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아침의 찬공기에 몸을 움츠리며 셔틀버스에 올랐다. 맨 뒷자리에 눌러 앉아 있는대로 의자를 제끼고 눈을 감기 무섭게 불이 켜지며 셔틀버스를 정리하는 아저씨들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온다. 다른 때는 눈을 감고 별의 별 생각을 다하고 있어도 쉽사리 잠들지 않아 조그마한 공간에서 엉덩이를 들썩이며 몸을 뒤척이곤 했는데 오늘따라 3초만에 잠이 들었던 것. 개운한 입맛을 다셔가며 시간을 확인하니 7시 37분이었다. 아침을 먹고 들어갈까, 빠르게 고민하다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밥을 쑤셔넣고 58분에 사무실에 입성해 정신없이 인사하고 바로 체조를 하는 것 보다는 여유롭게 자리에 앉아 커피 한 잔 하며 체조시간을 기다리는게 괜시리 ..

직장 2009.02.06

로버트 김

로버트김을 기억하는가. 로버트김 후원 사이트에 따르면 "1996년 9월 24일, 당시 미 해군 정보국 군무원으로 근무하던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김이 주미 한국대사관 해군무관인 백동일 대령에게 국가기밀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FBI에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미국의 주장에 의하면 미국 시민권자인 로버트 김이 자신이 충성을 맹세한 국가의 기밀을 빼돌려 모국에 넘겨줌으로써 미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내용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미 외교관계, 남북한, 나아가 미국과의 관계, 로버트 김 개인적인 불운까지 겹쳐 사뭇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라고 나와 있다. 조금 더 상세한 내용은 북한의 잠수함 침투 사건 시 미국에 있던 백동일 대령이 은근슬쩍 로버트 김에게 이에 대해 물었고 그에 대한..

딴지 2009.02.04

인권

[수집거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시작으로 많은 언론들이 살인마 강호순의 얼굴을 공개했다. 짐짓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이는 그들의 글은 각종 미사여구로 치장되어 "우와. 조선과 중앙일보 애들이 국가와 국민을 진심으로 생각하는구나" 라는 짧은 감동을 느끼게 하는데 이명박씨가 이야기한 법치를 그토록 강조한 그들이 법원과 경찰이 설정한 수사권과 사법권을 무시한 채 강호순의 얼굴을 공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들이 용산참사에서 그렇게 강조한 그 '법'을 손쉽게 제끼면서 그것이 바로 언론의 역할이라며 자화자찬하는 모습은 당췌랄리 무슨 논리인지. 언제나 그랬듯, 신문 부수를 더 팔려는, 기사의 IP당 조회수를 늘리려는 꼼수 + 용산 참사를 은근슬쩍 묻어버리려는 뛰어난 임기응변에 불과하다. 그놈들이 똘똘하긴 한..

딴지 2009.02.04

무한 경쟁

2008 하반기 조합원 교육이 있었다. 1시부터 5시까지. 수요일 가족의 날이고 셔틀버스를 타는 구정문과 가까운 설계 1동에서 교육이 열렸기에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다. "일찍 끝나면 사무실로 들어오겠습니다" 라는 말에 씨익 미소를 띄우며 "정말 들어올거에요?" 라고 묻는 과장님의 말씀에 뜨끔, 다행히도(?) 4시 45분에 설계 1동을 빠져나와 일찍 끝난 것이 아니라는 자체 판단으로 셔틀버스에 올랐다. 교육 내용은 비슷했다. 경제위기의 원인과 신자유주의의 위기, 그리고 고용안정을 위해 왜 우리가 뭉치고 투쟁을 해야 하는가, 하는 주제로 또랑또랑한 노조 임원, 그리고 왠지 잘 모르는 듯한 조합원 강사의 설명에 70%는 자고 20%는 간만에 만난 동기와의 수다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질문 시간에는 쓰잘데 없..

직장 2009.02.04

공부

실로 간만에 방청소를 하고 깨끗해진 책상 의자에 앉아 스탠드 불을 켰다. 반짝반짝. 가정용 세정제까지 뿌려 닦은 책상 유리가 반들반들 내 얼굴을 비춘다. 웩. 대학 8학기를 나와 함께한 책걸이를 다시금 펼쳐 놓고 읽고 있던 책을 받침대에 올려 놓았다. 90도 몸을 비틀면 손에 닿는 키보드의 유혹을 가뿐히 떨쳐내고 그렇게 앉아 오랜 시간 책을 읽었다. 그러고 보니 내 방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해본 적이 언제였던지 가물거린다. 작년 6월, 마지막 학기 기말고사를 준비하면서였나. 아니다. 작년 기말고사때는 공부 한 자 하지 않고 시험을 보았다. 포스코 입사 준비를 하면서가 마지막이었을 듯. 그러면 작년 5월 이후 처음이구나. 제길슨. 하느님이나 전지전능한 신도 자기 자신은 잘 모르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나..

일상 2009.01.28

눈뜬 자들의 도시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서, 맹목적으로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이 시대에, 나이가 들면서 젊었을 때 꿈꾸던 것과는 달리 돈도 많이 벌며 편안하게 살아가는 남자와 여자를 만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그들도 열여덟 살 때는 단지 유행의 빛나는 횃불이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자신의 부모가 지탱하는 체제를 타도하고 그것을 끝내 우애에 기초한 낙원으로 바꾸어놓겠다고 결심한 대담한 혁명가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온건한 보수주의 가운데 어느 것 하나로 몸을 덥히고 근육을 풀었다. 따라서 그들이 과거 혁명에 애착을 갖던 것처럼 지금 애착을 갖고 있는 그 신념과 관행들은 시간이 흐르면 가장 외설적이고 반동적인 종류의 순수한 자기 중심주의로 변해갈 것이다. 예의를 약간 걷어내고 말을 ..

독서 2009.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