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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쯤 어때?

강의석이 일을 저질렀나보다. 군대폐지 퍼포먼스를 펼치기 위해 테헤란로에서 알몸으로 람보처럼 총을쏘고(과자란다) 먹으며 "군대를 폐지하고 그 비용을 가난한 나라를 돕는데 쓰면 굶고 있는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 고 외쳤다고 한다. 언론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일본 SOD영상도 아니고 모자이크 처리된 거뭇거리는 그의 알몸 사진을 볼 수 있는데 그냥 웃음이 난다. 크크크. 군대, 나같은 인간은 어쩌면 군대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하는 것 조차 금기해야 할(공익출신) 존재이다. 하지만 한때는 '군' 에 대한 강력한 지지자에서 2005년도(내 기억상)쯤 군대 폐지 주장에 대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옆 친구들보다 훨씬 편하게 공익근무를 하며(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공부를 하며, 때론 놀기도) 길고 긴 2년의 시간을 ..

딴지 2008.10.01

재밌는 세상

종부세를 완화한다는 정부여당의 부동산 개편안이 시행되면 지방재정이 2조원이 줄어든다는 진보신당의 조사 결과가 나왔단다. 경기를 부양하자며 사회간접자본 투자 예산은 예년의 3배 수준으로 늘어난 반면 복지, 교육 예산 증가율은 둔화되었단다. 이명박은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모든 국민에게 집을' 만들어 주겠다고 막말하고 다니는 것 같은데 미분양 주택이 16만 가구가 넘었다니 뭐. 그래도 아직 로또를 사며 꿈을 꾸는 서민들의 꿈은 내집마련이라는 이 지극한 모순은 대체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경제를 살리자며 대한민국 1%를 위한 법인 종부세 폐지를 주장한 그들은 그러면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공직사회가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며 공무원 보수 동결을 명령했다고 한다. 짠 월급에 수당 못챙겨 안달인 우리 서민 공무원..

딴지 2008.10.01

단 한명의 피해자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멋진 말을 했다. "일각에서는 1%를 위한 감세라고 주장하는데 잘못된 징벌적 과세로 인해서 단 한명의 피해자라도 있다면 그것을 바로잡는게 정부의 역할" 이라며..(기사 보기) 말 잘했다. 그럼 잘못된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단 한명의 피해자가 아닌 무수한 피해자가 있으니 국가보안법도 바로 잡아라. 촛불 시위에 대한 무차별적인 보복으로 단 한명의 피해자가 아닌 무수한 피해자가 있으니 촛불 집회 처벌에 대해서도 바로 잡아라. 이명박 대통령의 실수로(회사를 설립했는데 자기도 당한거라지?) 단 한명의 피해자가 아닌 무수한 피해자가 피해를 당했으니 그것 역시 바로 잡아라.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으로 인해 단 한명의 피해자가 아닌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당했으니 그것 부터 바로 잡아라 이것들아.

딴지 2008.09.28

가을

반팔 출근을 당연히 여기고 있던 아침, 갑자기 "얘야. 날씨 춥데, 긴팔입고 가라" 어머니 말을 들어서 손해 볼 것은 없다, 라는 것을 경험으로 깨닫고 있었기에 '덥기만 해봐라' 하며 긴팔을 챙겨입고 나오니 매서운 바람과 뚝 떨어진 기온에 어깨를 바짝 움추렸다. 퇴근할 때는 동기의 '너 과장님 같어. 그걸 왜 입고 다녀' 라는 말을 한 귀로 흘리며 회사 이름이 쓰여 있는 연한 갈색 외투를 껴 입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가을이었다. 쌀쌀하다. 인간이 만들어낸 '분류' 덕에 12시라는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지만 날짜가 변했고 12월 31일과 1월 1일의 구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계절의 구분 역시 아무도 모르게 슬쩍 왔다갔다 하는 줄 알았건만 올 여름과 가을은 인간이 만들건 말건 ..

일상 2008.09.28

군자의 말씀

군자가 말하였다.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사람은 분명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스스로 만족해 하는 사람은 드러나지 않으며, 스스로 뽐내는 사람은 공로가 없어지고, 스스로 자랑하는 사람은 오래가지 못한다.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어야 할 말씀. 성공하지 않았다면, 내가 바라는 일을 이뤄내지 못했다면, 후회가 남는다면, 함부로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내뱉지 말라. 이건? 원씨 말씀

기록 2008.09.24

봉급쟁이 삶

있는 눈치 없는 눈치 다 따지며 7시 20분이 되면 슬그머니 가방을 싸고 그룹장이신 차장님께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뻘쭘하고 초점 잃은 눈망울을 남기며 후딱 돌아섰다. 우리 그룹 4명 중 3명이 남아 있었고 그 밖에 퇴근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인지 나오는 뒤통수가 괜시리 화끈거렸다. 선배사원들의 말에 따르면 아직 "본업무"가 없기 때문에 5시에 가도 괜찮다, 고 하지만 워낙에 소심한 인간인지라, 그리고 그럴만한 배짱도 없는 인간인지라 '그랬으면 좋겠다' 라는 상상 한 번으로 만족한다. 7시 40분 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면 8시 30분쯤 도착한다. 씻고 포도 한 송이 먹고 괜히 신청한 사이버 어학교육을 한 챕터 듣고 못 본 신문을 뒤적이다 보면 금방 11시가 되고(지금처럼) 올블..

직장 2008.09.23

생일

생일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면 아저씨가 되어가는 것이라고 도여사가 말씀하셨다. 이런, 그럼 대체 언제부터였지. 별 내세울 것이 없는 인간이다 보니 생일날 이 친구 저 친구 불러 술을 마시며 노는 것이 익숙치가 않다. 친한 친구들과 밥한끼 함께하고 부담없이 소주 한 잔 하며 여지껏 생일을 치뤄온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직장인이 되고 처음 맞는 생일은, 평소보다 더 없이 평범했다. 2003년도 말, 한 때 나는 밥을 먹을 때 마다 "아, 내가 지금 밥을 먹을 가치가 있는 인간인가" 라는 물음 앞에서 한없이 고민한적이 있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뭔 일을 했다고, 이렇게 소중한 밥을 끼니때마다 챙겨먹을 만한 인간인가 라는 생각이 들면 허기진 배도 금새 씁쓸하게 위액의 분출을 멈추곤 했다. 지금 생각으로는 이..

일상 2008.09.23

여론 대세

그룹 연수 기간 동안 매일 집으로 날라오던 경향신문은 부모님께 눈엣가시였다. 어머니는 일주일 내내 주인없는 신문을 치우며 "이새끼, 차라리 두달동안은 좀 끊지" 라는 말로 만날 혀를 차셨고 방구석에 쭈구리고 앉아 대충대충 핥아보는 내게 "돈이 얼마야!" 하시며 역성을 내시곤 하셨다. 그러던 중 5개씩 매일 쌓여있던 경향신문이 조금씩 안방 화장실 근처에서 발견되기 시작했고 산만하게 구기적 거리는 모양새가 화장실에 오래 앉아 계시는 아버지가 펼쳐보신 모양이었다. 그렇게 한달. 신문의 기사가 '절대사실' 이 아님을, 좆선일보의 모양새를 아버지께서 조금은 느끼셨길 바랐지만 "어떻게 이렇게 반대의 이야기를 하나. 그래서 아들하고 잘 안맞는건가" 라는 소리와 함께 이명박의 국민과의 대화니 모시끼니 하는 방송을 들으..

딴지 2008.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