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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새로운 사회를 접했을 때, 능구렁이처럼 곧잘 스며드는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나 처럼 적어도 한 두 달은 그 사람들과 부대끼고 난 뒤에야 조금씩 적응해 가는 사람들이 있다. 덕분에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의 반응은 언제나 한결같다. "말이 참 없네" "애가 참 조용해" 때문에 만약 내가 속해 있는 사회로 또 다른 누군가가 들어오려 할 때 내 경험에 비추어 언제나 잘 해주는 편이다. 돌려 말하면, 내가 이방인이었을때 상당히, 외로움을 많이 타고 또 심심해 한다는 것이다. 그냥 평소처럼 아무 말이나 지껄이고 쓸데없는 말로 썰렁한 분위기도 만들고프지만 '이미지'에 민감하기에, 그리고 나설일이 아니면 나서지 말자, 라는 그나마 하나 있는 철학이 있기에 분위기 파악, 사람 파악 겸 언제나 말조심, 입..

일상 2007.01.22

새벽

아침마다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선다. 6시 25분에 집 앞을 지나는 버스를 놓치게 되면 하루가 엉망이 될 것만 같은 기분에 심지어 핸드폰 알람이 울리기 정확히 1, 2분 전쯤에 잠에서 깨곤 한다. 눈을 멀뚱히 뜨고 밀려오는 잠을 억지로 밀어낸다. 곧 알람이 울리고 뻑뻑한 눈을 비비며 일어나 핸드폰을 연다. 5시 20분. 10분 정도 눈을 더 붙여도 상관이 없겠지만 그 정도 잔다고 이 잠이 달아날 것 같지도 않다. 다시 누웠다가 까딱하다간 영영 못 일어날수도 있기 때문에 억지로 몸을 일으켜 찬 물로 넓은 모공 이곳저곳을 마사지한다. 머리카락은 떡져있고 흘러내린 머릿기름에 이마와 뺨이 마치 왁스를 발라 놓은 양 번들거린다. 메마른 입안에서는 건조한 악취가 연신 흘러나와 코를 자극하고 미처 깨지 않은 잠 때문에..

일상 2007.01.22

필수교양 -공대생의 관점에서-

학교에 입학한지 5년이 지났다. 군 입대 날짜가 어정쩡해 지면서 부득이하게 한 학기를 비어야 했고 열심히 놀던 1학년 시절의 자유에 대한 책임까지 더해 한 학기 더 다녀야 되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우울한 공대생이다. 복학을 하면서 매워야 하는 전공학점과 1학년 때 소홀했던 과목에 대한 재수강까지 겹치면서 복학 첫 학기는 "쌌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심각했다. 재수강 과목 역시 '일반 물리' '미적분학' 등의 기초과학 과목이 대부분이다 보니 전공과 맛깔나게 어우러지며 1년 내내, 머릿속은 온통 수학과 과학에 대한 공식과 사고들 뿐이었다. 1학년 때 접했던 실용영어와 교양국어(사고와 표현)등의 필수교양이 그리워지는 것은 이쯤되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때 일반사회로 끝났던 이과생들의 문과..

딴지 2007.01.19

수능은 몇 점 만점이니? -어머니1-

"얘, 수능은 몇 점 만점이니?" 고등학교때 1등을 하던 친구의 어머니가 오답노트 정리와 신문 사설 스크랩을 직접 한다는 말을 듣고 우리 어머니도 가만히 있기가 불안하셨는지 직접 가위를 드셨다. 집으로 배달되는 조선일보의 사설을 매일 오려 책상 위에 올려놓곤 하셨는데 나나 누나 모두 관심없기는 매한가지. 그래도 1년을 넘게 어머니는 매일 신문을 자르고 오리셨다. 그러면서 묻기가 미안하셨는지 조심스레, 수능에 대해 이것저것 물으신다. "어떤 과목을 시험 보는 거니?" "몇 점 만점이야?" "어느정도 맞아야 하니?" 귀찮은 마음에 "그냥 학교서 배우는 거 보는거지 뭐" 라며 쌀쌀맞게 대답하곤 했다. 어머니는 자주 잊곤 하셨는데 심지어 수능을 다시 보는 내게도 똑같은 질문을 하곤 했다. "얘, 수능이 몇 점 ..

기록 2007.01.19

BDA

Banco Delta Asia. 마카오에 위치한 은행으로 Delta Asia Financial Group에 속해 있으며 1935년에 세워졌다. 북한의 외환결제를 위한 유일한 창구로 미 재무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이 은행에 예치된 2천 4백만 달러의 북한 자금이 동결된 상태다. 2005년부터 미국에 의해 거래가 제한되었으며 은행의 이사진은 사임되고 정부의 관리가 임용되었다. 미국, BDA 북 합법자금 동결해제 검토 미국, BDA 는 협상안돼 쌍. 어쩌라고

잡학 2007.01.19

감투

언제부터 '감투' 를 즐겨 썼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니 초등학교 4학년때가 떠오른다. 반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 넷 정도가 각축을 벌였는데 나름 '파' 까지 나뉜채로 열나게 선거운동을 했었다. 마지막 투표용지에서 내 이름이 확인되는 순간 나를 지지했던(!) 아이들이 만세를 불렀고 얼라였건만, 권력욕이라는 것에 취해 우쭐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아마 그랬을 듯). 초등학교 6학년 때, 단일후보로 나가 80%의 찬성을 얻고 반장에 당선됐다. 담임 선생님이 나를 탐탁치 않게 여기셨는지 "높은 찬성률도 아니고..." 라며 한쪽입술을 올리는 표정을 지었을 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반장 자리를 내놓겠다고 나름 배짱있게 말했고 여차저차, 즐거운 반장 생활을 했다. 중학교 2학년때, 단순히 성적이 높다는 이유로..

일상 2007.01.19

주식회사 이야기-1

주식의 발행을 통하여 여러 사람으로 부터 자본을 조달받는 회사. 사원인 주주(株主)의 출자로 이루어지며 주식으로 나누어진 일정한 자본을 가지고 모든 주주는 그 주식의 인수가액을 한도로 하는 출자의무만을 부담할 뿐, 회사채무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주식회사는 전형적인 자본단체로서 회사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현상이 가장 뚜렷하다. 즉 주식회사는 주주의 변동이 회사의 존재 및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적은 회사형태로서 항구적인 사업을 경영하기 위하여 흔히 사용한다. 경제적 지식이 부족한 나로서는 '표준국어대사전과'과 '네이버'를 이용한 검색만 갖고는 한방에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약간 부담스럽다. 예가 맞는지 모르지만 정리해 보자. 주식회사 설립과 지분 나(원씨)와 김씨, 최씨, 그리고 이..

잡학 2007.01.16

카길

이코노미21 2006년 12월 5일자(No.327)는 "카길" 이라는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세계적 곡물시장은 이 카길과 ADM이라는 두 회사가 장악하고 있는데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약 75%로 추산되며 우리나라 곡물 시장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회사의 막강한 정치력. 민주노동당 강기갑의원에 따르면 "카길은 세계무역기구와 미국무역대표본부를 조종해 전세계 식량을 마음대로 요리하려고 한다. 한미FTA 에서 미국은 농업부분에 대한 양보를 절대 하지 않는데 이유는 카길이 로비를 하기 때문이다" 라며 지난 2006년 6월 카길 회사 앞에서 반FTA원정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실제로 대니얼 암스터츠 전 부회장은 1987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농업협정에 제출됐던 미국..

잡학 2007.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