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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예의

"형 이 친구가 우리과 회장이에요" "안녕하세요" "뭐야? 왜 이따구로 생겼어? 솔직히 얼굴이 저런데 어떻게 회장이야?" "에이 형, 왜그래요~ 원씨야. 원래 그런 형이야. 나 처음 봤을 때도 그랬어" "아니 진짜로. 회장 얼굴이 아니야. 이게 뭐야?" "형. 왜 그래요. 하하하" 내가 알고 있는 형이 형이라고 부르고 아직 학교에 남아 있는 것을 보니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어떤 인간이, 나를 보자마자 이런 말을 꺼냈다. 나는 "선배" 라는 말에 깎듯이 고개를 숙이고 살짝 미소를 머금으며 인사를 했건만 인사를 받자마자 "왜 이따구로 생긴애가 회장이냐?" 라는 말을 들으니 입은 웃고 있어도 한 마디 하고 싶을 정도로 끓어 올랐다. 옆에 있던 형은 원래 그런 형이라면서 괜찮아 괜찮아 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나..

일상 2007.06.03

후회

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할 일이 있다면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두고두고 후회가 남을 뿐 아니라 한 번 해볼걸, 하는 안타까움(?), 아쉬움(?)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예전 인기리에 방영됐던 인생극장처럼, A와 B의 두 경우를 넘나들며 인생의 변화를 비교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후회는 하지 말자. 입술 꽉 깨물고, 후회는 하지 말자.

일상 2007.06.03

면접 준비

1분 발표 내용을 정리했다. 이제는 적당한 성량과 호흡, 그리고 정확한 발음을 연습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 30여개의 예상 질문을 뽑아 놓고 각각의 질문에 대한 답안을 작성 중이다. 어학 성적을 지난 달에 뽑아 두지 않은 것이 최대 고비. 쌍. 왜 2년이 지나면 토익 성적은 지워지는 것이냐-_-;; 면접을 앞두고 있다 보니, 자꾸 낮은 성적이 걸린다. 자네는 왜 성적이 이모양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답안을 작성 중이다. 그나저나, 생강차를 계속 마시는데도 잔기침이 멈추지 않는다. 면접관 앞에서 "저는 콜록콜록, 저의 장점은 콜록콜록..." 이럴 수 없는데 걱정이다. 생강차를 깔대기로 부어 마셔봐야겠다.

일상 2007.06.01

사람에 대한 실망

예전에도 한 번 언급했었지만, 나의 불안은 바로 '사람에 대한 실망' 에서부터 나타난다. 그 불안했던 마음이 점점 사실로 확인되었을 때, 그리고 무언가에 가려져 거짓말과 말꾸밈으로 나를 농락하려 들 때, 의도가 좋건, 나쁘건 간에 그 사람에 대한 실망에 이루말할 수 없는 회의와 안타까움, 그리고 약간의 분노(?) 역시 느낀다. 한 마디로 감정종합선물세트가 순식간에 밀려오는 꼴. 점점 한 사람에 대한 실망이 커져 간다. 느낌이 좋았던 사람이건만, 갈수록 알 수 없이 흐리멍텅한 그 사람의 뿌연 자욱이 짙어지는 느낌이다. 이쯤되면 진실, 혹은 사실을 정확히 알 지 못하는 이상, 그 사람에게 예전과 같은 호의를 베풀기 어렵다. 지랄 맞은 이 성격.

일상 2007.06.01

금주

몸이 괜찮아졌던 지난 17일 부터 지금까지, 못해도 7번의 술자리를 가졌다. 그것도 대충 한 두 잔 마시고 끝낸 것이 아니라 "원씨 달려!" 분위기로 거진 새벽 네 다섯시까지 달렸으니 몸이 성할리가 없다. 나았다고 믿었던 기침은 잔기침으로 변해 끝없이 나를 괴롭히고 목이 살살 간질간질 거리는게 불안불안하다. 올 해 부터 돈을 모으지 말자, 라는 마인드 때문인지 남은 돈은 모두 술 값으로-_-;; 그러다 보니 내 이미지는 완전 뺀질뺀질에 노는 아이가 되어 버렸다. 이게 가장 큰일이긴 하다. 아무튼, 금주를 해야겠다. 지금 이 순간부터 기말고사 끝나는 그 날까지. 아참.. 이번주 토요일 졸업생 체육대회가 있구나-_-;;;

일상 2007.05.30

소주

꼼장어에 소주를 한 잔 했다. 2003년부터 급속도로 좋아하게 된 꼼장어, 그리고 올 해 들어 더더욱 받아 들이는 양이 늘어난 것 같은 맑은 소주. 한 잔, 두 잔, 비워내면서 가슴속에 응어리 졌던 말들을 한 마디, 두 마디 뱉어낸다. 문득, 공부를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강하게 스쳐지났다. 그럼 그간 열심히 하지 않았던가. 자신이 없다. 남은 3학기. 한 번 최선을 다 해 공부를 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지금껏 살아왔던 것보다 더욱 열심히, 더욱 부지런히 움직이고 행동하는 것도. 소주를 마셨다. 이제 두 병까지도 거뜬하다. 맑은 소주와 흐릿해지는 정신. 늦은 밤. 괜시리 센티해지는 정신은 소주 탓일까, 아니면 갑자기 찾아온 '공부' 에 대한 압박 때문일까. 아니, 성공에 대한 생각 때..

일상 2007.05.27

시간

원씨의 손목 시계는 언제나 5분 앞당겨 있다. 앞당겨진 시계로 일상을 준비하다 보면 얻는 것은 많고 잃을 것은 없다는 평소의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KOREA TIME 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한국 사회에서 손해를 보는 것은 언제나 원씨다. 5분 10분 늦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며 심지어 30, 40분을 늦었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둘러치는 주변 사람들 덕에 쌓이는 것은 스트레스요, 한 마디 할라치면 쪼잔하다는 등, 뭐 그런 걸 갖고 화를 내냐는 등의 핀잔이 역으로 돌아온다. 환장할 일이다. 원씨의 개똥철학 중 "시간은 모든 것의 기본" 이라는 것이 있다. 그 사실 확인 작업이 어려운 명제 앞에서 원씨는 언제나 이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1교시 수업시간에 자꾸 늦는 현재 나의 모습은 지극히도 모..

원씨 2007.05.25

선배님께

안녕하세요 선배님. 우선, 선배님이라는 용어가 적절할지 모르겠습니다. 고향,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까지 공통분모는 하나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선배님의 회사 후배도 아닐 뿐더러 아직 학생인지라 사회의 후배라고 하기에도 조금은 어폐가 있을 듯 싶습니다. 그저 "지위나 나이, 학예 따위가 자기보다 많거나 앞선 사람" 이라는 국어사전의 의미를 빌려 그렇게 부르고 싶을 뿐입니다. 조금은 가까워지고 싶은, 그리고 친한척 하고 싶은 어린 학생의 '치기' 라고 해도 될까 모르겠습니다. 선배님의 책을 여러권 읽었습니다. 모두 두 번 이상씩 읽었고 때문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와 그에 대한 생각, 철학등에 대해서도 많은 공감과 함께 문제 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홍세화 선생님의 ..

일상 2007.05.25

노동

"대학 교수가 노동자냐?" 예전에 어떤 분께 들었던 말이다. 노동자의 날, 교수님들은 안쉬나요? 라는 질문에 딸려온 핀잔섞인 대답이었다. '노동자' 라는 의미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의 틀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찾아봤다.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 라고 나와있다. "노동자" 는 노동에 사람만 붙이면 된다.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 이라고 말하고 있다. 교수님들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활동을 통해 그에 합당한 돈을 받는다. 그리고 그 돈으로 생활을 유지한다. 선생님 역시 마찬가지.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 밖의 자잘한 업무를 통해 그에 합당한 임금을 받고 그 돈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나 역시 대학을 졸업하고..

딴지 2007.05.25

연락

과도관이 비기 시작했다. 책에 머리를 꼴아 박고 30분 정도 죽어 있다가 일어나니 삐질삐질 흘린 땀 때문에 책은 미농지가 되어 있었고 이마에는 살짝쿵 흐릿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노트북을 열고 네이트온에 접속, 간만에 1촌 친구들의 미니홈피를 눌러가며 일명 '파도타기' 라는 걸 해봤다. 어라, 이 친구 의사됐네, 얼라리요? 벌써 졸업했네! 아직도 축구하는구나, 얘는 여자친구가 왜 이리 이뻐? 여전하구만, 양아치..낄낄낄, 야, 좋은데 붙었네, 아직 학생인가? 혼자 낄낄 거리며 한참을 돌아 다녔다. 그간 연락 하지 못했던, 아니 둘러보지 못했던 블로그의 일촌(?)들도 방문했다. 모두들 바쁘게, 그리고 열심히 살고 있었다. 나는 그간 뭐가 그리 바쁘다고 가까운 이웃을 놓치고 살았는지 살짝 후회가 된다. 5..

일상 2007.05.24